김윤식, 7천677일 만에 LG KS 선발승…"이제는 응원단장 할 것"(종합2보)
LG 투수 '선발승'은 2002년 KS 2차전 만자니오 이후 최초
김윤식 "승리에 한몫해서 다행…2002년에 난 3살"
(수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 왼손 투수 김윤식(23)이 2023 KBO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눈부신 역투를 펼쳐 21년 만에 LG 투수로는 선발승을 수확했다.
김윤식의 눈부신 호투를 등에 업은 LG는 kt를 15-4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어 29년 만의 KS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김윤식은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 KS 4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5⅔이닝 85구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KS 4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김윤식은 상금 1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김윤식은 LG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지난해 후반기 맹활약으로 미래의 '왼손 에이스' 후보로 급부상했던 김윤식은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서서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치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고전했다.
올해 정규시즌도 심한 기복을 보여 17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4.22로 시즌을 마쳤다.
LG는 KS 4차전 선발 투수로 김윤식을 낙점하면서도 내심 이날 경기를 '불펜 데이'로 치를 준비를 했다.
김윤식이 긴 이닝을 버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김윤식은 마운드에서 kt 타자를 농락하며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잠재웠다.
빠른 공 최고 시속은 144㎞에 그쳤으나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앞세워 완급조절의 진수를 선보였다.
kt 타자들은 뻔히 눈에 보이는 공에 배트를 냈다가 타이밍이 맞지 않아 범타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김윤식은 4회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3이닝을 타자 9명만 상대하고 깔끔하게 지웠다.
전날 3차전에서 15안타를 몰아쳤던 kt 타선의 타격감은 김윤식의 투구 앞에서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김윤식은 4회 배정대에게 볼넷과 2루 도루를 허용해 무사 2루에 놓였으나 김상수를 내야 땅볼, 황재균을 뜬공, 박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이 끝날 때까지 배정대를 2루에 묶어놨다.
5회에는 1사 후 문상철에게 이날 경기 첫 번째 안타를 내줬다.
이번에도 김윤식은 정준영과 오윤석을 연달아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6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김윤식은 투아웃까지 잘 잡은 뒤 김상수에게 2루타, 황재균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5-1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갔다.
비록 6회는 채우지 못했어도 LG 팬들은 엄청난 환호로 더그아웃에 내려가는 김윤식을 반겼다.
김윤식의 호투는 영향은 이날 하루로 그치지 않는다.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한 2차전과 3차전, LG는 2연승을 달렸으나 불펜 소모가 극심했다.
2차전까지 단단했던 LG 불펜은 3차전이 되자 흔들렸다.
김윤식이 마운드에서 6회까지 버텨준 덕분에 LG 불펜은 귀중한 휴식을 얻었다.
이날 승리로 이번 시리즈 3승째를 챙긴 LG에서 첫 선발승이 나왔다.
앞서 2차전은 함덕주, 3차전은 고우석이 각각 승리투수가 됐다.
LG 투수의 마지막 선발승은 2002년 11월 4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S 2차전의 라벨로 만자니오(7이닝 1피안타 1실점)로 김윤식은 무려 7천677일 만에 LG 투수의 한국시리즈 선발승을 수확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윤식은 "이기는 데 한몫한 것 같아서 기쁘다. (1회) 김현수 선배가 2점 홈런 쳐주면서 편하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호투한 데 이어 올해도 포스트시즌의 강자로 활약한 비결로는 "신인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니 긴장은 덜 됐다. 작년에 잘한 덕분에 이번 시리즈는 편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식 덕분에 LG 불펜 투수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얻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던질 때부터 목표는 몇 이닝이든 점수 안 주는 거였다. 이미지 트레이닝하며 열심히 했다"고 했다.
21년의 세월을 건너 'LG 투수 선발승'의 맥을 이은 것에 대해서는 "2002년에 3살이었다. 오래됐다는 것만 알고 있다"며 웃었다.
4차전 선발 투수로 완벽하게 몫을 해낸 김윤식은 이제 남은 시리즈는 동료들이 우승을 확정하기만 기다린다.
그는 "이제 응원단장 하려고 한다. 열심히 파이팅하겠다"고 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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