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주차장’이 저출산 해결?…아이 키울 환경부터 제대로 [초보엄마 잡학사전]
[초보엄마 잡학사전-196]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내년 초 저출산 추가대책 발표를 앞두고 다자녀 가정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과 다자녀 우대 주차장, 어린이 패스트트랙 등이다. 올해 초 공공분양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한 데 이어 다자녀 혜택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튀는 아이디어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우선 올해 초 내놓은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기준 완화는 ‘희망고문’ 정책에 불과하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값이 두 배 넘게 뛰면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경우가 많았기에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좋았지만, 서울 다자녀 특별공급에서 2자녀 가구 당첨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점제로 운영되는 다자녀 특별공급은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한 데다, 최근 1~2년간 수도권 공급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무용지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한 자녀 가정, 두 자녀 가정 등 정책 대상을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소득 기준별로 정책도 달라야 한다.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 가구나 보호대상 한부모 가족, 차상위 계층 가구를 1순위로 뽑는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에게 주거 문제를 해결해줬으니 빨리 결혼해 애를 낳으라고 하거나, 육아휴직 제도를 만들어 놨는데 왜 사용을 못하냐고 물으면 곤란하다. 가족사회학 석학인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의 지적처럼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은 결혼 상대자로 선택되지 않기” 때문이고, 아직도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능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나라에서 더 나은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저출산 문제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고령화율이 10%라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다. 저고위는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 아이 낳아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직장에 취업하고 비슷한 임금을 받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직장 커리어를 포기하고 ‘육아를 위해 언제든 집으로 달려가야 하는’ 쪽을 선택하는 여성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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