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주차장’이 저출산 해결?…아이 키울 환경부터 제대로 [초보엄마 잡학사전]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11.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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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196]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내년 초 저출산 추가대책 발표를 앞두고 다자녀 가정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과 다자녀 우대 주차장, 어린이 패스트트랙 등이다. 올해 초 공공분양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한 데 이어 다자녀 혜택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튀는 아이디어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우선 올해 초 내놓은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기준 완화는 ‘희망고문’ 정책에 불과하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값이 두 배 넘게 뛰면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경우가 많았기에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좋았지만, 서울 다자녀 특별공급에서 2자녀 가구 당첨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점제로 운영되는 다자녀 특별공급은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한 데다, 최근 1~2년간 수도권 공급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무용지물이다.

지난 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김영미 부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초고령사회 대응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다자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 정책도 마찬가지다.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상황에서 3자녀 이상인 가정에 고속도로에서 ‘빨리 달릴 수 있는 혜택’을 준다고 해서 아이를 더 낳을지 의문이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다자녀 배려 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해 아이를 더 낳으려는 부모는 또 얼마나 될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 아이 낳아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저출산은 교육, 입시, 취업, 주거, 노동, 물가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얽히고 설켜 만들어진 결과인데, 다자녀에게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는 혜택 좀 주고 주차장에 분홍색 대신 다른 색으로 선을 그어 다자녀 전용 주차장을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먹고 살기 팍팍해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는 N포세대(N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딩크족’을 결심한 부부가 아이를 낳아도 경력 단절 없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켜낼 수 있으며, 아이를 한 명 더 낳아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한 자녀 가정, 두 자녀 가정 등 정책 대상을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소득 기준별로 정책도 달라야 한다.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 가구나 보호대상 한부모 가족, 차상위 계층 가구를 1순위로 뽑는 청년안심주택 입주자들에게 주거 문제를 해결해줬으니 빨리 결혼해 애를 낳으라고 하거나, 육아휴직 제도를 만들어 놨는데 왜 사용을 못하냐고 물으면 곤란하다. 가족사회학 석학인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문학부 교수의 지적처럼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은 결혼 상대자로 선택되지 않기” 때문이고, 아직도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능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나라에서 더 나은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저출산 문제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고령화율이 10%라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다. 저고위는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해결해 아이 낳아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직장에 취업하고 비슷한 임금을 받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직장 커리어를 포기하고 ‘육아를 위해 언제든 집으로 달려가야 하는’ 쪽을 선택하는 여성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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