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집결한 양대노총 11만명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하라”
전태일 열사 분신 53주기를 이틀 앞둔 11일 양대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즉각 시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에서 ‘120만 전태일의 반격! 퇴진광장을 열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만명의 참가자들이 통일로 4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노동개악 저지’ 정권퇴진 광장열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노조법 2·3조 개정안 거부권 행사말라” “민생파탄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지난 1년 6개월 동안 반노동·반민주·반민생으로 나라가 파탄났다”고 했다. 이어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다. 학교는 황폐해졌고, 농민은 희망을 잃었다. 재벌 곳간만 불려주는 정권을 더 참을 수 없어 거리에 나왔다”며 “노동자들이 함께하면 세상이 바뀐다. 오늘 정권 퇴진 광장을 열고 노동자들의 반격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노동자 파업에 기업이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 산화 후 53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조활동을 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다.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고, 노조를 파괴하고, 가정을 파탄시켜온 ‘손배폭탄’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로 살아갈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야만적인 사회를 물려줄 수는 없다. 120만 전태일의 반격으로 노조법 개정 반드시 이뤄내자”고 했다.
정부의 언론 장악을 막아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MB정부 시절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바닥까지 추락시키고 방송 개입을 일삼던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혔다. 이후 공영방송 이사에는 극우 인사들이 투하되고 있다”며 “100만 서명 운동으로 이동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했다.
분신 노동자의 유가족들도 연단에 올랐다. 지난 5월 노조탄압에 항의해 분신한 고 양회동 지대장의 형 양회선씨는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의무를 철저하게 지키라고 하면서 노동자의 노동권은 부정하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공권력을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경찰은 특진까지 내걸고 토끼몰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동생의 죽음은 끝이 아닌 (투쟁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완전월급제를 요구하다 지난 9월 분신한 택시기사 방영환씨의 딸 방희원씨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회사는 한 달 넘도록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아버지가 목숨을 바치며 외쳤던 임금체납 해결과 회사 대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쯤부터 용산 대통령실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방면으로 행진했다.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으나 두 단체 간 충돌은 없었다. 전쟁기념관 인근 도로에는 소음 측정 결과를 알리는 대형 LED 전광판이 배치됐다. 집회는 5시10분쯤 마무리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노동개악을 저지하자”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노조법 2·3조 개정 거부권을 거부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 추산 6만명이 참가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노동개혁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며 “저들이 주장하는 노동개혁은 장시간 착취 노동으로 회귀, 자주적 조직인 노동조합에 대한 통제와 간섭, 노조에 대한 혐오 확산을 통한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노조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손해배상·가압류 폭탄을 막기 위해 노조법 2·3조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양대노총 집회 관리에 150개 기동대 9000여명을 배치했다. 이날 집회에서 경찰과 참가자들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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