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 추천하는 지역주택조합?…토지○○○ 알면 사기 안당하죠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11.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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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15]
가입 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지역주택조합 피해 사례 분석
핵심은 ‘토지소유권 확보’ 여부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

부동산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간 지역주택조합과 관련된 사기 피해가 많았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 지역주택조합장이 수백억 원대 사기를 쳐 구속됐다’는 내용의 뉴스를 종종 보셨을 겁니다.

사기 유형이 갈수록 다양해지자 서울시는 최근 아예 ‘피해 사례집’을 만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업이기에 지자체가 책까지 발간하고 나섰을까요? 지역주택조합이 무엇인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피해 유형은 어떤 건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이란?
지역주택조합은 여러 사람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결성하는 조합입니다.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 사이의 계약인 셈입니다. 조합원이 되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먼저 무주택자이거나 중소형(전용 85㎡ 이하) 평형을 가진 1주택자가 대상이 됩니다. 대형 평형을 보유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습니다.

지역 요건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지역주택조합을 만든다고 가정해볼까요. 이때 조합설립인가 신청일을 기준으로 서울, 인천, 경기도에 6개월 이상 계속 살았던 사람만이 조합원이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이미 다른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면 가입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일반분양 제도가 아닌 예외적인 제도이기에 조합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나 지역주택조합이나 ‘새 집을 짓자’는 목표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시작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이미 땅을 갖고 있는 소유주들이 사업을 추진합니다. 우리 집이 낡았으니 새로 지어볼까 하고 모이는 겁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차이 [사진출처=서울시]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소유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계획합니다. 어떤 지역의 입지가 좋으니 다 함께 땅을 사서 여기에 새 아파트를 짓자고 하는 겁니다. 조합원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땅을 사들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실제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을 승인 받으려면 주택을 건설하려는 대지의 소유권을 95% 이상 얻어야 합니다. 만약 토지 소유권을 빠르게 확보해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보다 절차가 훨씬 간소한 셈입니다. 땅만 빨리 얻는다면 여러 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집니다.

조합 가입 전 허위광고 주의
문제는 토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겁니다. 현재 소유주가 땅을 팔기 싫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이른바 알박기를 하며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이 지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가겠지요. 하지만 조합원을 모집하는 단계에선 이런 단점을 쏙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시는 아예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도 많으니 유의하란 입장입니다.
허위·과장광고 조심해야 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사진출처=서울시]
사례를 한번 알아볼까요. 내 집 마련을 꿈꾸던 A씨는 2020년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의 홍보관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조합 측은 “토지확보율이 80% 이상이고 이미 법적 요건을 갖췄다”며 “2년 뒤 착공해 2025년이면 입주할 수 있다”고 내세웠습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지만 2년 뒤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조합 측이 말한 토지확보율은 ‘토지소유권’이 아닌 ‘토지사용 동의서’ 비율일 뿐이었습니다. 비슷한 이름이지만 실제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계획을 승인받기 위해 필요한 건 토지소유권입니다. 알아보니 조합이 진짜 확보한 토지소유권 비율은 15%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A씨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지역주택조합을 가입하기 전에 토지사용권원(토지사용 동의서)과 토지 소유권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반드시 알아봐야 합니다. 이는 해당 자치구에 문의하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명한 건설사에서 시공을 맡을 것이라고 광고하곤 합니다. 그러나 시공사는 일반적으로 사업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조합·대행사 비리 감독 필수
지역주택조합이나 업무대행사의 비리도 잘 감독해야 합니다. 조합 임원이 사업비를 개인적으로 쓰거나 조합에 부담을 주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은 부동산 중개업체 대표와 짜고 조합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렸습니다. 자기 친구가 운영하는 업체에 각종 일감을 몰아주고 용역비를 부풀려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정보공개 요청 등 조합원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며 “조합원 스스로가 조합을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감독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주택법은 조합원의 적극적인 정보공개청구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주택조합은 실적보고서를 분기마다 작성해야 합니다. 이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금의 차입과 이자율, 상환방법은 반드시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기도 합니다.
조합탈퇴·분담금 환불 어려워
토지 매입 전에 조합원이 모집되므로 분양가격이 불투명하단 점도 알아둬야 합니다. 사업 과정에서 각종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사업이 늦어지면 금융비용이나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는 조합원이 부담해야 합니다. 사업 과정에서 분담금이 추가될 여지가 많은 겁니다.
조합 탈퇴와 분담금 환불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사진출처=서울시]
그런데 조합을 탈퇴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가입 계약서에 임의 탈퇴를 허용하고 있지 않거든요. 개인적 사정에 따라 탈퇴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면 사업 추진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아예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부득이한 사유로 조합을 탈퇴하고자 할 때는 15일 전에 그 뜻을 조합장에게 서면으로 통고해야 합니다. 이후 조합장은 총회 또는 대의원회 의결로 탈퇴 여부를 결정합니다. 여기서 통과가 되면 탈퇴할 수 있지만 부결이 되면 탈퇴는 못하는 겁니다.

절차에 따라 어렵게 탈퇴를 해도 마지막 산을 넘어야 합니다. 바로 분담금 환불입니다. 탈퇴했지만 납부한 분담금을 환불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법원에서 분담금을 환불해주라고 판결까지 했는데도 말이죠. 조합에선 ‘분담금 반환을 할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을 가입하기 전에 이런 유의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시행 절차 [사진출처=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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