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2주 앞둔 HMM 매각 '동원·하림·LX' 관전포인트는

정재웅 2023. 11.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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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
매각가·경기변동·CB물량 등 변수 많아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여전히 남은 변수

올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최대어인 HMM 매각 본입찰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는 23일 본입찰이 마감됩니다. 다음 달이면 HMM의 새 주인이 결정됩니다.

현재 HMM 인수전에는 세 곳이 뛰어들었습니다. 동원그룹, 하림그룹, LX그룹입니다. 모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해서도 각자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인수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변수가 많습니다. 일단 가격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약 5조8000억원에서 6조원 가량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HMM 인수전에 뛰어든 곳 중 이만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 탓에 다들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가용 실탄을 모두 끌어모아 HMM 인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하고 있는 1조68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도 문제입니다. 내년 5월부터 오는 2025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중도상환해야 합니다. 이 물량을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산은과 해진공은 HMM을 매각해도 여전히 32.7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매각돼도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HMM의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HMM을 인수해도 여전히 정부의 지분이 높은 데다, 최근 해운 운임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HMM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추가로 전환되는 주식을 감안하면, 이번 HMM 매각에 경영권이 포함됐는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MM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동원그룹의 경우 전방위로 나서고 있습니다. 동원그룹은 최근 동원산업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를 전제로 CB를 발행, 실탄 확보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동원홈푸드 등 비상장 계열사 3곳에 대해서도 프리IPO를 통한 자금 모집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원그룹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사옥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유 중인 부동산 일부도 유동화를 검토 중입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탄을 확보, HMM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오너의 의지도 강합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림그룹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림그룹은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미 FI(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증권, 미래에셋증권으로 대주단을 꾸려 인수금융 전략을 짜둔 상태입니다. 인수전 초기부터 빠르게 움직인 결과입니다. 

아울러 서울 양재동 옛 한국터미널 용지 개발이 가시화되면 1조원 이상의 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인수 금융 조기 상환에 사용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재무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입니다. 하림그룹은 이미 팬오션을 통해 약 3조25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HM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후문입니다. 

신중한 LX그룹, 발 빼나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인수 후보인 LX그룹의 경우 매우 신중한 모습입니다. HMM 인수전 초기에만 해도 인수 후보 세 곳 중 자금력으로는 LX그룹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X그룹이 HMM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LX그룹은 매우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의 경우 오너가 직접 나서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반면, LX그룹은 대외적으로 어떠한 시그널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LX그룹이 HMM 인수전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내부적으로 HMM에 대한 실사를 한 결과, 가격에 비해 시너지를 낼 요소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HMM 인수에 대해 오랜 기간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민이 길어진 탓에 동원이나 하림처럼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LX그룹은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MM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지 여부를 두고 깊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LX그룹이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는 듯하다"며 "하지만 본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자금력이나 시너지 면에서 다른 후보자들에 뒤지지 않는 만큼 LX그룹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찰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이번 HMM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워낙 가격이 높은 데다, 인수전에 뛰어든 곳이 모두 이 가격을 맞추기에는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입니다. 최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적합한 (인수)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찰도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 회장 발언 이후 산은은 "유찰 가능성, 타 기업의 인수 가능성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산은도 유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HMM 매각을 둘러싼 우려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HMM 노조도 인수 후보자들 모두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입니다.

/사진=HMM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입장에서는 서둘러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때문에 다소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다. 매각 후 정부 지분, 높은 가격 등을 고려하면 산은 계획대로 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HMM 인수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인수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큰 딜입니다. 유찰 가능성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과연 HMM 매각은 순조롭게 이뤄질까요. 새 주인은 누가 될지, LX그룹은 정말 발을 뺄지, 혹시라도 유찰될지 여부가 이번 HMM 매각의 관전 포인트일 듯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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