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11만명 도심 집회로 극심한 교통체증… “꼭 주말에 해야 하나”
양대 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11일 오후 내내 벌어지며 서대문, 종로, 여의도 등 서울 곳곳엔 하루종일 정치 구호가 울려퍼졌다. 경찰과 노조 간의 큰 충돌은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으나 집회로 인한 교통 체증, 소음 등으로 서울시민들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1일 윤석열 정권 퇴진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즉각 시행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도합 11만명이 참가한 이 집회들로 서울 시내 다수 도로가 통제되며 많은 곳에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53주기인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과 종로구 독립문역 사이 통일로에서 ‘120만 전태일의 반격! 퇴진광장을 열자!’는 슬로건으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집회에는 오후 2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약 5만명이 참석했다. 왕복 8차로 중 6개 차로를 막고 진행한 이들 집회로 인해 시민들은 단 두 차로를 한 차로씩 나눠 주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총도 오후 1시쯤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주최 측 추산 약 6만명이 참여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여의대로 파크원타워∼서울교 구간 3∼6개 차로를 통제한 채 진행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 기준 서대문역에서 독립문역 방면 도로는 시속 4km의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또한 도심 전체속도는 시속 8.1km 정체, 서울시 전체 속도도 시속 17.6km 서행으로 도시 전체가 교통 정체를 겪었다.
이날 시내로 나온 시민들은 교통 정체로 인한 피로를 호소했다. 서대문역 인근의 한 주민은 경찰에 “집이 바로 옆인데 좌회전하지 말고 멀리까지 돌아가라는 거냐”며 성을 냈다. 서대문역 인근은 정체가 너무 심해 큰 사거리가 아닌 이상 좌회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저녁 약속을 위해 서대문 인근을 찾은 성동구 주민 오모(27)씨는 “평소 같으면 30분이면 올 거리가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려 약속에 늦었다”며 “왜 도심 한가운데서 집회를 진행해 일반 시민까지 피해를 겪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대문구 주민 신모(24)씨도 “시내에서 일정이 있어 이동하는데 강변북로 부근부터 너무 막혀 초조했다”며 “꼭 주말에 이런 집회를 진행해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소음과 흡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경찰청 인근 거리 곳곳엔 흡연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눈에 띄었다. 일반 시민들은 좁은 거리에서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리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충정로우체국 내부 공터에는 흡연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30여명으로 가득찼고 화장실을 이용하러 우체국을 들락거리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소음도 심각했다. 확성기를 사용한 노조 집회에 서대문역 인근에 설치된 경찰 소음 측정기에는 90~100 소음 데시벨(dBA)이 끊이지 않고 찍혔다. 경찰에서 규정하는 최고 소음기준은 85dBA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 우려됐던 경찰과 노조 간 충돌이나 해산 경고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집회 현장 곳곳에 철제 펜스를 치고 기동대 경력을 배치해 조합원들이 신고된 장소를 벗어나지 않게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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