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질색이야…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3. 11. 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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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1] 귤에 붙어있는 하얀 거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귤을 까는 족족 이 모양이라면 세상이 날 ‘억까’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명사. 1. 귤락(橘絡) 2. 피스(pith), 알베도(albedo)【예문】몸에 좋은 귤락을 왜 다 떼고 먹니?

‘귤락(橘絡)’이다. 영어권에서는 ‘피스(pith)’ 혹은 ‘알베도(albedo)’라고 한다. 귤을 먹을 때 속 과육과 껍질 사이에 붙어있는 하얀 실 같은 섬유질 부분을 일컫는다.

식감을 위해 귤락을 제거하고 먹는 사람이 많지만, 과육과 함께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귤락에는 헤스페리딘이라는 화학물질이 풍부한데, 헤스페리딘은 혈관의 탄력과 밀도를 유지해주고 모세혈관을 파열을 예방한다.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 혈관이 약한 고령자에겐 귤락을 떼지 말고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자.

귤락에는 비타민C, 식이섬유도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능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경맥(頸脈)에서 갈라져 나와 전신으로 가는 기혈이 오가는 통로를 낙맥(絡脈)이라고 하는데, 귤의 과육 위에 실처럼 퍼져있는 모습이 마치 낙맥을 연상시켜 귤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담으로 경맥과 낙맥을 뭉뚱그려 경락이라고 한다.

인체의 경락을 도식화한 그림. 그러니까 이걸 보고 귤을 연상했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입맛은 떨어진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열매의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를 중과피(中果皮, mesocarp)라고 부르는데 열매의 종류에 따라 사람들이 먹는 과육 부위가 되기도 한다. 복숭아의 경우가 그렇다. 감귤류 열매의 중과피는 껍질 안쪽 하얀 부분, 즉 귤락이다. 알베도는 주로 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 표면에서 이를 반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지만, 이 경우엔 ‘백색’을 뜻하는 라틴어 알베도(albēdō)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국내에선 언론 기사나 건강 정보 등을 통해 알베도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졌지만, 영어권에서는 ‘피스’라는 단어가 더 일반적이다.

피스라는 단어에는 ‘골자’ ‘핵심’이란 뜻도 있다. 식감과 맛을 해치는,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 곧잘 떼버리는 귤락에 귤의 주요 영양소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경우는 귤락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 다음 편 예고 : 배달 피자에 꽂혀있는 삼발이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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