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번의 저주 끊었다' 5.2이닝 1실점. '야생마 번호' 받을 자격 충분해. LG 선발 자존심 세우고 왼손 에이스 계보 잇는다[수원 현장]
[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야생마의 47번을 등에 붙일 자격이 있었다.
정규시즌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47번이 빛났다. 김윤식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빅게임 피처'임을 증명했다.
김윤식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선발등판해 5⅔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5-1의 리드에 앞장서며 한국시리즈 첫 승을 눈앞에 뒀다. 염경엽 감독이 4차전 선발로 김윤식을 고민했으나 그는 실력으로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올해 자신이 선택한 등번호 '47번의 저주'도 말끔히 털어냈다.
1회초 김현수의 투런포로 2-0의 리드를 안고 출발한 김윤식은 언제 내려갈지 불안했다. 염 감독은 경기전 김윤식의 구위나 구속이 떨어지면 곧바로 필승조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김윤식은 너무나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최고 144㎞의 직구(37개)와 주무기인 체인지업(27개), 커브(17개), 슬라이더(4개)를 적절히 섞으며 KT 타선을 잠재웠다.
1회말 선두 배정대를 2루수앞 땅볼, 2번 김상수를 유격수앞 땅볼, 3번 황재균을 3루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한 김윤식은 2회말도 박병호를 삼진, 장성우를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문상철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으며 무안타의 깔끔한 피칭을 이어나갔다. 3회말도 김윤식은 차근차근 상대 타자를 삭제해 나갔다. 7번 알포드를 2루수앞 땅볼, 8번 오윤석을 우익수 플라이, 9번 조용호를 1루수앞 땅볼로 잡아냈다. 3회까지 9명의 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피칭.
4회말 첫 위기를 맞았다. 선두 배정대에게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을 허용했고, 2번 김상수 타석 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견제를 하면서 배정대를 막아서려 했지만 배정대가 김윤식의 투구 폼을 완벽하게 뺏으며 스타트를 끊어 여유있게 세이프됐다. 하지만 김윤식은 꿋꿋했다 김상수를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했고, 3번 황재균에겐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맞았으나 우익수 홍창기가 여유있게 잡아냈다. 2사 2루서 전날 8회말 역전 홈런을 친 박병호를 상대로 신중하게 피칭을 했고, 2B2S에서 117㎞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5회초 홍창기의 적시타로 3-0의 리드를 한 상황에서 5회말에 오른 김윤식은 드디어 한국시리즈 첫 승의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첫 타자 장성우를 3루수앞 땅볼로 잡아낸 김윤식은 6번 문상철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해 첫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7번 정준영에게 이번엔 중전안타성 타구를 맞았다. 이때 2루수 신민재의 재치있는 수비가 빛났다. 빠르게 달려와 2루로 글러브 토스를 한 것. 유격수 오지환이 2루로 굴러오는 공을 잡아 1루주자 문상철을 포스아웃. 이어 8번 오윤석의 타구도 신민재가 잡아 2루로 던져 이닝을 마쳤다. 5회까지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2차전 선발 최원태(⅓이닝 2안타 2볼넷 4실점), 3차전 선발 임찬규(3⅔이닝 6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보다 더 불안한 마음으로 골던 4차전 선발 김윤식이지만 오히려 국내 투수중 유일하게 5이닝을 넘기며 무실점으로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윤식은 퀄리티스타트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두 조용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배정대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2아웃까지 만든 김윤식은 김상수에게 좌측 2루타를 맞았고 이어 황재균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해 1점을 내주고 말았다. 투구수가 87개에 이르고 박병호 타석이 오자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김윤식은 LG팬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더그아웃으로 내려갔다.
뒤이어 나온 백승현이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내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장성우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 6회 종료. 김윤식의 성적은 5⅔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올해 LG 트윈스 선수들의 등번호가 결정됐을 때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바로 좌완 투수 김윤식(23)이었다. 지난해까지 3년간 달았던 57번 대신 LG의 좌완 레전드 투수인 '야생마' 이상훈 해설위원의 47번을 선택한 것.
이상훈 해설위원은 1995년 당시 20승을 거두며 LG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로 군림했었다. 이 기록은 아직도 LG 투수의 유일한 20승으로 남아있다.
평소 이 위원을 좋아했던 김윤식은 고교시절에도 47번을 달았다고. 그래고 입단했을 때부터 47번이 비어있었지만 57번을 달고 3년간 뛰었다. 그리고 올시즌 용기를 냈다. 좋아했던 47번을 선택한 것.
사실 LG에서 47번은 '레전드의 번호'이자 '저주의 번호'였다. 이 위원 이후 서승화 조윤준 봉중근 등이 47번을 달았지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 이 위원이 LG 코치로 돌아왔을 때 "47번은 저주받은 번호"라면서 스스로 그 번호를 달기도 했었다. 이 위원 이후 47번을 단 선수는 없었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에 온 김윤식은 입단 때부터 47번을 달고 싶었지만 구단에선 신인이 47번을 달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비슷한 57번을 김윤식에게 내줬다. 그리고 김윤식은 지난해 8승을 거두며 입지를 다진 뒤 올해 용기를 내 47번을 달고 싶다고 구단에 요청했고, 드디어 자신이 원했던 번호를 등에 붙일 수 있게 됐다.
김윤식은 지난 시즌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LG 국내 선발의 자존심을 세웠다. 대체 선발로 출발했던 김윤식은 시즌을 치를 수록 안정감을 보이면서 후반기엔 에이스급으로 올라섰다. 23경기에 등판해 8승5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 9월부터 6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79의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또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1실점의 쾌투를 선보여 큰 경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확인시켰다. 그러면서 WBC 대표팀까지 승선하게 됐고, 염경엽 감독은 일찌감치 김윤식을 3선발로 놓고 선발진을 그렸다. 당연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대한 기대도 상승했다.
김윤식은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때 등번호에 대해 묻자 "언젠가는 달고 싶었던 번호였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47번을 달고 더 잘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상훈 선배님께 직접 47번을 달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47번 달고 더 씩씩하게 던져라고 말씀해주셨다"라고 말했다. '47번의 저주'는 LG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얘기. 하지만 당시 김윤식은 꿋꿋하게 반전을 말했다. "작년에 선발 나갈 때 나보다 우위에 있던 외국인 투수나 안우진 형 등과 만날 때 어차피 예측은 기울어져 있어서 잃을 게 없으니까 더 공격적으로 들어갔다"면서 "반전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번에도 오히려 즐기겠다"라면서 자신이 원했던 47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올시즌 결과는 달랐다. WBC에서는 별로 보여준게 없었고, 정규리그에선 불안했다. 좋을 때와 안좋을 때의 차이가 너무 컸다. 기복이 너무 심하다 보니 점점 기대보다는 걱정을 가지고 등판을 보게 됐다. 구속도 오르지 않았고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6월 8일 키움전서 5이닝 12안타 7실점의 부진으로 패전투수가 되자 결국 염경엽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김윤식을 2군으로 내렸다. 이때까지의 성적은 11경기 3승4패 평균자책점 5.29. 우승을 노리는 LG의 3선발, 국내 에이스의 성적으로 볼 수 없었다. 염 감독은 몸만들기부터 다시 시작하게 했다. 사실상 스프링캠프를 다시 차린 셈. 차라리 몸을 확실하게 만들어 후반기에 올라오는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김윤식이 부진하자 진짜 '47번의 저주'가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러나 후반기 돌아온 김윤식은 달라져 있었다. 김윤식은 9월 2일 한화전에 1군에 돌아왔다. 5이닝 6안타 1실점으로 합격. 다음 9월 8일 KIA전에선 5⅔이닝 7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15일 한화전서 5이닝 4안타 3실점으로 승리를 추가했다. 9월 27일 KT전서 5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또한번 승리투수. 후반기에 돌아와서는 6경기(5번 선발)에 등판해 3승무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그리고 11월 11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그는 47번을 달고 왼손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투수임을 증명했다. '47번의 저주'가 한국시리즈에서 풀렸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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