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합 써도 137㎞, 구속 뚝 떨어져도 버텼다…야생마 후계자 한국시리즈에서 극적인 부활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악!" 기합을 담아 던져도 시속 137㎞. 투구 수가 50구에 가까워지면서 떨어진 직구 구속은 아무리 애써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한 번의 가을 야구 호투 경험이 있는 김윤식은 맥없이 무너지지 않았다. 5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추고, 불펜에 쉴 틈을 줬다.
김윤식은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안우진을 상대로 당당하게 맞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교두보가 될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5⅔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kt 타선을 막았다.
어렵게 한국시리즈 선발 기회를 얻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기간까지도 4선발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담 플럿코의 이탈 후 1차전 케이시 켈리, 2차전 최원태, 3차전 임찬규 순서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했는데 4차전에 이정용을 낼지 김윤식을 낼지 고민했다. 결론은 김윤식을 선발로 두고 불펜 경험이 풍부한 이정용을 '투수 유틸리티'로 쓰는 것이었다.
동시에 대안도 생각했다. 염경엽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경기 결과에 따라 4차전 선발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3차전에서 졌으면 켈리, 이겼으면 김윤식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수원 원정에서 2연패하는 일은 피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LG는 3차전에서 역전 재역전 재재역전이 이어지는 난타전 끝에 8-7 승리를 거뒀다. 김윤식은 이렇게 4차전 선발 기회를 붙잡게 됐다.
올해 17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했다. 지난해 후반기 대활약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는 허리 문제로 기복이 심했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2번에 불과했다. 6월 8일 키움전 5이닝 12피안타 7실점 이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서머캠프'에 들어갔고, 9월 다시 1군에 돌아왔다. 9월 이후 성적은 6경기(구원 1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3이다.
정규시즌 kt 상대로는 3번 등판해 9이닝 동안 13피안타(2홈런) 4볼넷 2탈삼진 7실점에 그쳤다. 개막 2차전이었던 4월 2일 경기에서 단 1이닝 만에 2실점하고 교체됐다. 5월 16일에는 3이닝 5실점으로 난타당했다. 단 9월 27일 경기에서는 5이닝 2피안타 1볼넷으로 무실점 투구를 했다.
1회초 김현수의 2점 홈런이 터지면서 2점 리드를 안고 경기를 시작했다. 김윤식은 kt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배정대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김상수는 유격수 땅볼, 황재균은 3루수 띵볼로 잡고 1회를 무사히 넘겼다.
2회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선두타자 박병호에게 던진 결정구 체인지업이 먹히면서 첫 탈삼진으로 이어졌다. 장성우는 유격수 직선타로 잡았고, 문상철의 우익수 오른쪽 뜬공을 홍창기가 매끄러운 슬라이딩캐치로 처리했다.
김윤식은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알포드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2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오윤석은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막았다. 2사 후 조용호의 1루수 쪽 땅볼 때는 오스틴 딘과의 호흡이 잘 맞았다.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향한 타구를 1루수 오스틴이 끊어 1루 베이스로 달려온 김윤식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호투하던 김윤식은 4회 갑자기 흔들렸다. 3회까지 시속 140㎞ 안팎을 유지하던 직구 구속이 130㎞ 중후반으로 떨어졌다. 기합을 넣어가며 힘을 써도 137㎞에 머물렀다. 결국 배정대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내주며 처음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김윤식은 떨어진 구속에도 직구와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의 조화로 kt 베테랑 타자들을 잡아냈다.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 황재균을 우익수 뜬공으로 막고 박병호에게 두 번째 삼진을 안겼다.
3-0으로 앞선 5회에는 1사 후 문상철에게 첫 안타를 맞았다. 포수 박동원이 마운드에 방문해 김윤식의 상태를 확인했다.
김윤식은 다음 타자 정준영에게 2루 베이스 쪽으로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내줬다. 그러나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2루수 신민재가 달려와 유격수 오지환에게 굴리듯 전달하면서 포스아웃으로 연결했다. 오윤석의 땅볼도 신민재가 처리해 김윤식의 승리 요건이 완성됐다.
6회초 LG가 점수 차를 더욱 벌렸다. 문보경이 kt 두 번째 투수로 나온 김재윤을 상대로 좌월 2점 홈런을 기록해 5-0을 만들었다. 마운드는 계속 김윤식이 지켰다. 김윤식은 2사 후 김상수에게 2루타, 황재균에게 적시타를 내주고 실점한 뒤 두 번째 투수 백승현에게 공을 넘겼다. 투구 수는 87구였다.
많아 보이는 숫자는 아니지만 김윤식에게는 4월 26일 4이닝 93구 이후 13경기 만에 최다 투구 수였다. 백승현이 장성우를 포수 뜬공으로 막고 6회를 마쳤다. LG는 6회까지 5-1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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