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46. 김건희 여사의 호남 응원 발걸음
10월13일 목포 문화예술 현장 방문
10월10일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관람
제주와 호남 등 서진(西進) 행보 확대
김건희 여사는 지난 한 달 동안 광주·전남을 세 차례 다녀왔습니다.
지난 7일 전남 고흥 국립 소록도병원 방문과 순천 전통시장 장보기, 10월13일 목포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참관, 10월10일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관람 및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방문 등 최근 호남행이 부쩍 늘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6일에는 처음으로 제주를 찾아 서귀포 은갈치 축제에 참가하고 해녀 어업인들과 만나 대화했습니다. 소외계층을 격려하고 문화예술 및 지역축제를 응원하는 행보입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있어 정치적인 해석이 없을 수 없습니다.
역대 주요 선거에서 광주와 제주는 보수 정당의 무덤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물론 배우자도 발걸음을 자주 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호남 방문을 동행해 보시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구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 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칠성종합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대구식 생고기인 ‘뭉티기’ 등으로 오찬을 함께하는 등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대구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전격적인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이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박정희 전 대통령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만난후 12일 만의 재회였다. 이날 두 전·현직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기반인 대구를 찾아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화하는 같은 시간대 김건희 여사는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소외계층을 격려하고 순천 전통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있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 영호남에서 ‘민심 쌍끌이 조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전남 고흥 한센인 전문 치료·요양기관인 국립 소록도병원을 찾았다.
작은 사슴의 섬이라는 소록도(小鹿島)는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육영수 여사는 1971년 전남 나주 한센인촌, 1972년 전북 익산 한센인촌을 찾아 그들의 인권증진을 위해 앞장섰다. 1973년에는 한센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다과회를 열었다. 당시 사회적 편견을 감안할 때 육 여사의 행보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결국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육 여사는 1974년 소록도 양로원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그 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서거하며 무산됐다.
그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2000년 5월 각각 소록도를 찾아 환자들과 의료진들을 격려했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치료 병동에서 한센병 뿐 아니라 고혈압, 기력저하 등 기저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들의 손을 맞잡고 위로를 건네며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즐겁게 생활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유자차를 직접 타주며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환자들은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기도 하며 기도로 아픔과 외로움을 극복한다고 소개했다.
김 여사는 “소록도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마무리된다”는 말로 신앙생활의 힘에 공감하는 동시에 “소록도 생활과 풍경 그리고 여러분들의 애환이 담긴 작품을 통해 소록도와 한센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센인들은 “환자는 크게 줄었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소록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 새로운 소록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다. 또한 김 여사가 신앙생활에 공감을 표한 것에 대해 감사하며 즉석에서 함께 기도할 것을 제안했고 몇몇 분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고 용산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저 역시 소록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여기를 찾았다. 더이상 환자들만의 거주 공간이 아니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문화탐방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소록도가 어떤 공간인지 더 잘 알아야 한다, 소록도는 정신적 치유의 메시지를 주는 곳으로서 사명이 있다”고 했다.
김 여사는 43년간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인들을 돌봤던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와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생활상을 간직하고 있는 ‘M 치료실’을 찾았다. 그리고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고 지난 9월 선종한 마가렛 간호사를 기리며 헌화했다.
이어 소록도병원의 전신인 자혜의원 본관, 한센인들이 공사에 참여한 병사성당, 마리안느와 마가렛 사택, 한센병 박물관을 찾아 환자들이 겪은 설움과 아픔, 신앙생활과 이들을 위해 헌신한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의 삶을 기억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여사는 이날 의료진에게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 여러분들이 진정한 천사다. 소록도병원은 의학적인 치료 뿐만 아니라 한센인들의 정신적인 치유도 돕고 있다”며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한센병·한센인에 대한 편견 극복과 소록도의 역사·문화적 의미 확산을 위해서도 힘써 달라”고 했다. 김 여사는 이날 한센인 환자와 의료진에게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앞서 유자 체험농장에서 만든 유자청을 선물했다.
김 여사는 소록도병원 방문에 앞서 고흥 특산물인 유자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 경제와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자 체험농장을 찾았다.
이날 고흥군새마을회·부녀회, 전남청년새마을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유자를 따고 유자청을 담으며 “봉사를 통해 주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또한 유자빵, 유자식혜, 유자비누 등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 및 홍보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고흥과 고흥 유자의 매력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여사는 전남 순천의 아랫장 전통시장도 찾아 수산물·건어물을 비롯한 지역 특산물과 제철 농산물을 구매하고 천세두 상인회장 등 상인들로부터 상경기를 청취했다.
김 여사는 수산물 가게에 들러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묻고 반건조 민어·서대, 국내산 참조기 등을 구매하며 응원했다. 또 가업을 이어 전통시장을 지키고 있는 건어물 가게, 모녀가 함께 장사하는 노점 등을 찾아 마른 멸치, 꼬막, 바지락 등을 샀다. 김 여사는 25년 동안 오일장에서 잡화를 판매하다 아랫장에 정착한 튀김집 사장님을 격려하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칠게튀김을 시식·구매했다.
또한 시장을 찾은 순천시민들에게 직접 붕어빵을 나눠주며 인사를 나눴다고 용산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건희 여사는 10월13일 전남 목포문화예술회관을 찾아 세계 수묵인 축제인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관람했다.
이날 목포 방문은 같은날 오후 목포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참석을 계기로 이뤄졌다.
김 여사는 지난 5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된후 충남 서천, 광주, 강릉, 청주, 부산, 제주 등 전국을 방문하고 있다.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2023~2024 한국방문의해를 맞아 선정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 중 하나다.
김 여사는 총감독과 수묵 작가들을 만나 “수묵비엔날레를 통해 우리 수묵화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과 차별성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한국의 정체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국내외 관객들이 수묵의 매력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K-컬처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저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형민 작가는 대통령 부부와 반려견이 담긴 사진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수묵화로 표현한 ‘AI 수묵화’를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김 여사는 이날 작가들의 설명을 들으며 오용길 작가의 ‘사계’와 정해나 작가의 ‘달빛 은신, 위장 은신, 그림자 은신’ 등의 작품을 보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아울러 ‘Mokpo Moment’(목포의 순간), ‘초월’ 등 국내외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본뒤 “국내 유일의 수묵 비엔날레로서 한국 수묵화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미술 한류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물드는 산, 멈춰선 물. 숭고한 조화 속에서’를 주제로 지난 9월부터 2개월 동안 목포 일원과 진도 일원에서 개최됐다.
김건희 여사는 앞서 목포의 또 다른 관광자원이자 문화재인 목포근대역사관과 그 일대를 찾아 목포의 유래, 목포 개항의 의미 등을 공부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곳을 찾아 지역 관광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했다.
김건희 여사는 10월10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 현장을 찾았다. 이날 광주행은 6월13일 광주비엔날레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여사는 먼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았다. 김 여사는 앞서 6월 강기정 광주시장 등과 함께 광주의 다양한 복합문화 예술공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광주 방문을 계기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시작품들을 둘러보는 동시에 관계자들과 전시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이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현장을 찾아 강기정 시장, 나건 총감독 등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모든 지역이 광주의 모범사례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광주가 문화 선도도시로서 위상을 갖추고 중심에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디자인으로 지역 경제와 산업이 활력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와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지역 문화·예술 육성, 국내외 예술 콘텐츠 도입,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들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 이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찾은 김 여사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김 여사는 이날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해군 의자’와 ‘5.5 의자’ 등 친환경 ‘세컨드 라이프 의자’, 2024 밀라노 디자인 위크 출품이 확정된 최경란 교수의 ‘ASEAN WAY’, ‘디자인 해부학’, ‘아원의 시공간’ 등을 관심있게 살펴봤다.
김 여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연계 체험학습 프로그램인 ‘더 리틀 큐레이터’에 참여한 20여 명의 유치원 어린이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어린이 큐레이터 여러분, 그리기와 만들기 놀이를 하며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기 바란다”며 응원했다. 전시관을 찾은 광주 시민들과도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용산 대통령실은 전했다.
올해로 제10회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을 만나다’를 주제로 전 세계 45개국에서 1200여 디자이너 및 기업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간과 기술, 디자인의 공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건희 여사는 올초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된후 지역 축제는 물론 문화예술 현장을 찾는 행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보듬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발걸음도 제주와 호남까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민심 동행(同行)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궁창성 cometsp@kado.net
* 필자소개 *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2022년 정권 교체기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했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통해 대통령실의 국정을 기록하며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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