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5대4 대승…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제패까지 1승 남았다

수원/강호철 기자 2023. 11. 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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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1사 주자 1루에서 LG 김현수가 홈런을 치고 있다./연합뉴스

LG가 2,3차전 역전승의 기세를 몰아 4차전까지 잡고 2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LG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김현수, 문보경, 오지환의 대포 등 장단 17안타를 터뜨리면서 KT에 15대4 대승을 거뒀다.

LG는 베테랑 타자 김현수가 1회 기선을 제압하는 2점 대포를 KT위즈파크 오른쪽 외야석에 꽂았고, 3-0으로 앞선 6회엔 문보경이 KT 김재윤을 상대로 쐐기를 박는 2점 아치를 그렸다. 2,3차전에서 홈런포로 팀 기세를 살린 주장 오지환은 6-1로 앞선 7회 3점 대포를 쏘아올리며 대승을 자축했다. 오지환은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단일시즌 한국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LG 선발 투수 김윤식(23)은 5와 3분의2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로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등판경기에서 승리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3승1패(무승부 포함)로 앞서 팀이 정상에 등극한 것은 총 17번 중 16번(94.1%)이다. 5차전은 13일 오후 6시30분 LG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야구장으로 옮겨 치러진다.

LG 김현수가 1회초 2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LG 김현수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팀 동료인 오스틴 딘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베테랑은 살아있다

타격전이 예상된 4차전. 2,3차전을 아쉽게 내준 이강철 감독은 “상대 공격을 얼마나 막느냐가 중요하다”며 “엄상백의 공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1회부터 LG 기세는 거셌다. 1사 후 박해민이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곧바로 김현수가 1볼에서 엄상백의 2구째 체인지업을 그대로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김현수(35)가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터뜨린 것은 두산시절인 2013년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10년여 만이다.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통산 44타점으로 최정(43점·SSG)의 최다타점 기록을 넘어서 1위로 등극했다.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LG와 KT의 경기, 5회초 1사 2루 LG 홍창기의 적시타때 2루주자 문성주가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되고 있다. /허상욱 기자

◇.홍창기 적시타로 3-0...실패로 돌아간 KT의 김재윤 등판

3,4회를 삼자범퇴로 물러난 LG는 5회초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문성주가 볼넷을 골라냈고, 번트로 2루를 밟은 뒤 홍창기의 우전안타가 터져 홈까지 들어왔다. KT는 한계투구 수에 이른 엄상백 대신 마무리로뛰던 김재윤을 무사 1루에서 등판시키는 모험을 펼쳤지만, 김재윤이 좌타자에 약한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KT와 LG의 경기. 5회 KT 김재윤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린 LG 문보경. 송정헌 기자

◇문보경의 2점포, 승리를 확신한 LG.

LG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재윤을 홈런으로 무너뜨렸다. 1사후 오지환이 볼넷을 골랐고, 문보경이 초구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김재윤이 견뎌내지 못한 KT 마운드는 이후 와르르 무너졌다. 문보경은 2019년 LG에 입단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선 2차전에서 6-7로 뒤진 9회 병살타를 때렸고, 3차전에선 4-6으로 추격하던 8회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시도하다 실패해 병살플레이를 헌납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선 가을 무대에서 쐐기를 박는 홈런으로 가을 트라우마를 말끔히 걷어냈다. 문보경은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7회초 1사 1,3루에서 LG 주장 오지환이 3점홈런을 터뜨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3경기 연속 홈런. /뉴스1
LG 오지환이 홈런을 치고 3루 베이스를 돌면서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캡틴의 위엄 보여준 오지환. KS 3경기 연속 대포

LG는 5-1로 시작한 7회 KT 마운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된 1번 홍창기부터 8타자 연속 안타로 7점을 뽑았다. KT위즈파크를 찾은 LG 팬들의 열화같은 환호성은 5번 타자 오지환의 타석 때 가장 데시벨이 높았다. 6-1로 앞선 1사 1-3루에서 타석에 선 오지환은 KT 다섯번째 투수인 주권의 초구 체인지업을 그대로 걷어올려 좌측 펜스 너머로 날려보냈다. 한국시리즈 사상 단일시즌 3경기 연속 홈런. 오지환은 이 홈런으로 가장 유력한 한국시리즈 MVP로 떠올랐다. LG는 이후에도 3안타를 보태면서 12-1을 만들었다. 3루뿐 아니라 1루쪽 홈팀 관중석에까지 자리잡은 LG 응원단은 파도타기로 팀 승리를 일찌감치 자축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역투하는 LG 김윤식. 5와 3분의2이닝 1실점 역투로 대승을 이끌었다. /뉴스1
LG 김윤식이 6회 백승현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그의 역투는 말 그대로 '엄지 척'이었다. /뉴스1

◇기대를 웃돌았던 김윤식의 역투, LG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막강 화력시범 속에서 마운드에선 김윤식의 역투가 돋보였다. 김윤식은 시리즈 전 4차전 선발로 예고됐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등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LG를 상대로 올해 평균자책점이 7점으로 좋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도 4차전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만약 3차전에서 졌다면 케이시 켈리를 4차전 선발로 내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윤식이 4차전에서 보여준 투구는 감독이나 팬들의 기대를 훨씬 넘어섰다. 현재 LG의 마운드를 고려하면, 케이시 켈리에 이은 2선발로 생각될 만큼 믿음직했다.

초반부터 흔들린 KT 선발 엄상백과는 달리 김윤식은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이어갔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섞어 KT타자들의 조급증을 자극하며 범타를 이끌어냈다. 4회 첫 타자 배정대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도루까지 허용해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고 김상수, 황재균, 박병호를 범타로 요리했다. 5회에도 1사후 문상철에게 경기 첫 안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두 타자를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김윤식은 6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김상수에게 2루타, 황재균에게 좌전안타를 얻어맞고 첫 실점을 했다. 그때까지 던진 공이 87개. 김윤식이 백승현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LG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역투였다. 김윤식은 LG 선발투수로는 2002년 11월 4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등판했던라벨로 만자니오(7이닝 1실점)에 이어 7677일만에 승리를 맛봤다.

이강철 KT감독(오른쪽)이 4차전 패색이 짙어지자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뉴스1

◇투타 모두 침묵. KT는 벼랑끝에 몰렸다.

KT는 엄상백이 일찍 점수를 내주면서 끌려갔다. 김윤식의 투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4회엔 1사 2루에서 황재균이 외야플라이, 박병호가 삼진아웃으로 기회를 날려보냈고, 6회 1점을 뽑는데 그쳤다. 3차전에서 시리즈 첫 안타를 때리며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던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는 3회 첫 타석에서 2루땅볼로 물러난 뒤 4회초 수비때 정준영과 부상으로 교체됐다. 허벅지 뒤 근육, 햄스트링이 올라와 남은 경기 출장이 가능하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마운드였다. 엄상백이 1회 2실점하고 5회 한계 투구 수에 이르자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리는 모험을 했다. 결과는 실패. LG 좌타자에 유독 약했던 김재윤은 6회 실점 위기는 넘겼으나 7회초 홍창기에게 안타, 박해민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교체됐다. KT는 이후 김영현, 김민, 주권, 배제성 등을 내세웠지만 봇물처럼 터진 LG 타선을 막아내긴 무리였다. KT는 마운드가 무너지면서도 피로 기색이 역력한 손동현과 박영현, 그리고 3차전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준 이상동을 아끼면서 하루 휴식 후 펼쳐질 5차전에 대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5차전부터는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 가동되는 만큼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아직 발표날짜가 안됐다”며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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