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재개발 결사반대” 벽보…붙인 사람은 주민들, 무슨 일? [역세권 돈세권]
지하철 논현역에서 반포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대로변 오피스건물 뒤편으로 빌라 밀집지역이 나옵니다. 저층의 붉은색 벽돌 건물이 대부분인데, 재개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서초구 반포1동 지역입니다.
최근 찾아간 현장은 다가구·다세대 곳곳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벽보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현관 대문은 물론이고 창문과 벽, 주차장에도 흰 바탕에 검정·붉은색으로 ‘모아주택 결사반대’, ‘생존권 위협하는 재개발 반대’ 등 멀리서도 보이도록 크게 적혀 있습니다.
또 ‘이 스티커는 이집 주인이 붙인 것이니 훼손하면 형사고발 조치하겠다’는 섬뜩한 경고문도 표기돼 있습니다. 강남권에서 재개발·재건축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인데요.
이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모아타운에 찬성하는 주민 동의율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는 작년 10월 이곳을 권리산정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모아타운 지정은 좌절됐지만 향후 재개발을 대비해 토지 분할이나 지분 쪼개기는 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이후 추진위는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 선회해 지난 8월 사업설명회를 열고 최고 45층 높이 아파트를 건립하는 내용의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주민들의 반대에도 추진위가 재개발을 계속 밀어부치자 강력한 항의 차원에서 집집마다 붙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추진위 계획에 따르면 총 2395가구 가운데 300여명의 조합원분 물량을 제외하고 일반분양 1722가구, 공공임대 673가구로 구성했습니다.
설명회에서 정비업체는 “84㎡ 조합원 분양가는 12억~13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인근 반포자이 거래가격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는 임대를 통한 월세 수익이 생활비의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몇년 걸릴 지 모르는 재개발을 하다보면 건물 철거 등으로 임대수익을 받을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 중에는 월세 수익으로 생활하시는 연세 드신 분들도 많다”며 “재개발이 진행되면 정비업체나 시공사만 배불리고, 생활비도 못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지난달 별도의 ‘재개발 반대 조합총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조합총회에서 주민들은 “20~30년 거주한 원주민들은 재개발을 반대하는데, 신축 빌라 거주자들이 원하고 있다”며 “무리한 재개발은 원주민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재개발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지분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대지지분 6~10평의 경우 현재 6억~7억원대로 3년 전에 비하면 두배 가량 올랐습니다.
반포1동은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의 고층 반포자이 아파트와 대조를 이룹니다. 재래시장과 상가 중심의 논현1동과도 분위기가 다릅니다.
인근 반포자이 84A㎡ 실거래는 2020년 12월 28억2000만원 올랐다가 올초 23억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25억원에 거래돼 다시 오름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반포자이와 신반포 메이플자이 사이의 경부고속도로는 향후 지하화가 추진될 예정으로 지상에는 긴 선형의 녹지공원이 조성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반포자이 3410가구와 함께 이 일대는 총 6717가구에 달하는 ‘자이 타운’이 형성되게 되겠지요.
이 때문에 향후 반포1동 재개발이 진행되고 시공사 수주전이 벌어질 경우 GS건설이 또 참여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반포1동이 현재는 주민 동의율 부족으로 재개발 추진이 어렵지만, 향후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또 들어서면 개발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민 반대로 단기간에 재개발이 쉽지는 않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개발 기대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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