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SSG, 닮은 듯 다른 사령탑 교체
SSG, 지난해 통합우승 감독을 계약 2년 남기고 전격 경질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계속 있었고, SSG는 가장 최근에 야구단을 인수(2021년)한 후발 주자다. 두 구단은 모그룹이 유통업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올해 정규리그가 끝난 후, 또 하나 같은 점이 생겼다. 야구단 사령탑이 바뀐 것이다.
SSG, 새 감독 선임 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롯데 구단은 예정에 있던 감독 교체였다. 래리 서튼 감독이 8월말 일신상의 이유(건강)로 자진 사퇴한 후 이종운 감독대행으로 잔여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올해 롯데의 성적은 7위(68승76패·승률 0.472).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도 함께 떠안았다.
롯데는 정규리그가 끝나기 전부터 차기 사령탑 물색을 시작해 10월 중순께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과 계약을 마쳤다. 김 감독은 "10월초 롯데로부터 맨 처음 연락을 받았고, 계약 발표 2~3일 전에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것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롯데의 선택은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롯데는 카리스마 강한 사령탑보다는 구단 프랜차이즈 출신이거나 프런트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온화형 감독을 택해 왔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평소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는 신념 아래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성적을 냈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물도 그래서 나왔다.
물론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던 '두산 베어스'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김 감독이 타 구단 사령탑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적이 없는 롯데가 현시점에서 필요로 했던 감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롯데 팬들도 그래서 부산행을 택한 김 감독을 더 반기는지도 모른다. 롯데에 오기 전에는 구단 운영 경험이 전혀 없던 성민규 단장과 계약을 해지한 롯데는 구단 내에서 프런트 일로 잔뼈가 굵은 박준혁 단장까지 새롭게 선임하며 김 감독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롯데의 신임 감독 선임이 당연한 수순이었다면, SSG의 감독 교체는 의외였다. SSG는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패를 하고 가을야구에서 일찍 짐을 싼 후 김원형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전격 발표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SSG를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를 유지하는 것) 통합 우승으로 이끈 사령탑이었다. 팀 창단 첫 우승 사령탑이기도 했다.
올해 성적도 나름 괜찮았다. 정규리그 막판까지 NC·두산과 순위 경쟁을 펼치면서 3위(76승65패3무·승률 0.539)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경기 내용이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순위 싸움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컸던 점을 무시할 수 없다. SSG 구단은 "단언컨대 성적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절대 아니다"고 했으나 SSG가 플레이오프에 올랐다면 과연 어떤 결정이 내려졌을까 싶다.
더군다나 김원형 감독은 작년 통합 우승 이후 3년 연장 계약을 한 터라 아직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었다. 부임 3년 동안 초보 감독으로 6위→1위→3위의 성적을 낸 사령탑을 내친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SSG 구단은 "지속해서 발전하는 팀을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지만 뭔가 석연찮다.
김성용 SSG 단장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은 '리빌딩'이다. 팀 주축 선수들이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를 찾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SSG 주축 선수들을 보면 추신수, 김강민, 김광현, 최정 등 30대 중반을 넘은 선수가 꽤 있다. 하지만 박성한, 최지훈, 오원석 등 젊은 선수들도 있다.
팀 내 최고령 선수인 추신수가 현역 연장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리빌딩' '세대교체'를 운운하는 것도 다소 의아스럽다. 추신수가 정용진 구단주와 따로 식사할 정도로 친한 사이라는 것은 야구계에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세대교체도 억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만 뒤탈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말했으나 이면에는 전신인 SK 와이번스 색깔 지우기를 하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김원형 감독은 SK가 마지막으로 선임한 사령탑이다. SK 때부터 대표이사로 있던 민경삼 사장 또한 연말에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리빌딩이든, 옛 구단 색깔 지우기든 SSG가 모든 결정에서 예의가 없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한 해에 류선규 단장을 일방적으로 자르고, 우승 후 재계약 첫해에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사령탑을 단칼에 내친 것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너무 쉽게 본 행위다. 기업 운영으로 치면, SSG는 지난해 업계 최고 성과를 내고 올해도 남부럽지 않은 결과물을 낸 현장 통솔자를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권고 사직시킨 꼴이다.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이 'DNBAFF'를 쓴 까닭
SSG 구단은 NC 구단의 도움으로 미국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2년간 지도자 연수 중이던 손시헌 코치를 2군 감독으로 영입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NC가 지원한 금액을 반환했다고는 하지만 상도의에 한참 어긋난 일이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타 구단 코치를 공개적으로 "감독 후보 중 한 명"(김성용 단장)이라고 밝히는 우도 범했다. 유력한 감독 후보라고 해도 타 구단 분위기를 고려해 영입하는 쪽에서는 침묵해 주는 게 야구계 관례였다.
2016년, '염소의 저주'를 깨고 시카고 컵스를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베테랑 조 매든 감독의 월드시리즈 라인업 카드에는 "DNBAFF"라는 말이 쓰여 있다. "DNBAFF"는 "Do Not Be A Fucking Fan"의 줄임말이다. 직역하면 "팬처럼 굴지 마"쯤 된다. 매든 감독이 라인업 카드에 이런 말을 적은 이유는 아마추어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프로답게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경기를 하나하나 풀어가기 위함이었다. 구단 운영도 비슷할 것이다. 구단주 및 그룹사 사장단의 과도한 관심 속에 '선수 권력' '코치 권력'이 생기며 '모래알 구단'이라는 오욕까지 뒤집어썼던 과거 LG 트윈스의 예를 잊으면 안 된다.
매든 감독의 "DNBAFF"라는 글귀 밑에는 곧바로 "PROCESS"(프로세스)라는 말이 강조돼 있다. "과정에 충실하고 미리 결과를 의식하지 마라(Stick to the process; don't worry about results)"라는 의미라고 《컵스웨이》라는 책에 풀이돼 있다. 6년간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롯데와 6년간 우승 두 차례(SK 시절 포함) 포함 4차례나 가을야구를 했던 SSG의 같은 듯 다른 이번 가을 '프로세스' 행보가 내년에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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