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집사기 포기하고 여행·인테리어에 돈 쓰네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11. 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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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지출 17%↑·학자금 저축 계좌 15%↑
“인생 즐기며 좌절감 해소”
[사진=픽사베이]
미국에서도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이를 포기하고 저축한 돈을 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택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대에 육박하는 등 계속 치솟고 있어 집을 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가족을 위해 돈을 쓰거나 비싼 휴가를 가고, 집을 고치는 데 돈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9월 기존 주택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감소했다.

WSJ는 많은 사람이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는 대신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하지만, 현재 집을 사기엔 최악의 시기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현실에 좌절한 사람들이 생애 첫 집 구매를 단지 몇 달 수준이 아니라, 몇 년씩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WSJ는 또 과거 낮은 금리로 모기지를 받았던 주택 소유자들도 이제는 달라진 현실에 자신들이 첫 집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하버드대 주택연구 공공센터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지난해 10월∼올 9월 집 수리·공사에 4890억달러(약 645조7000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보다 17% 증가한 수치다.

예를 들어 안드리아와 브래드 로셀 부부는 집을 갖고 있지만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인테리어 공사를 선택했다. 2017년 구매한 집에서 살고 있는 이 부부는 더 큰 집을 구하고 싶지만, 시장 상황이 나아지려면 몇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약 5만 달러(약 6600만원)를 들여 새 욕실을 만들고 주방을 고치기로 했다.

WSJ는 임대 생활 중인 미국인 베스 미할렉(41·여) 씨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2020년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면서 임대료를 아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임대 생활 중이다.

살만한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한 미할렉은 이제 재무설계사와 함께 다른 대안을 준비하려 하고 있다. 그는 돌리 파튼 공연을 보기 위한 여행에 2000달러(약 264만원)를 쓰고, 어린 두 조카를 위해 대학 저축계좌에 돈을 넣는 등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투자를 늘렸다. 미할렉처럼 집을 사는 대신 가족, 친척의 미래에 투자하는 경향은 숫자로 확인된다. 데이터 회사 ISS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3분기에 신규 개설된 ‘529 학자금 저축 플랜’ 계좌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경기침체를 예측했던 경제학자들은 생각지 못하게 소비가 늘어나는 현실에 당황하고 있다.

자산관리 회사 크리에이티브 플래닝의 최고 투자 책임자 제이미 바트머는 “사람들이 휴가에 돈을 쓰고 인생을 즐기면서 좌절감을 해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트머는 “그러나 모기지를 통해 구축할 수 있는 자산과 달리, 그 돈은 사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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