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코글루 감독 '쓴 웃음' 3연속 이달의 감독상 받았어도... "선발 4~5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박재호 기자 2023. 11. 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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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손흥민(왼쪽)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AFPBBNews=뉴스1
EPL 10월의 감독으로 선정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SNS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AFPBBNews=뉴스1
엔제 포스테코글루(58) 감독이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고도 웃지 못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10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10월의 감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0월 3경기를 모두 승리했지만 함께 후보에 오른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위르겐 클럽 리버풀 감독,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모두 2승1무를 기록했다.

이로써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8월부터 3연속 이달의 감독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EPL 역사상 3연속 이달의 감독에 선정된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4번째다. 앞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첼시 시절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수상했고 위르겐 클롭 감독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수상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연속 수상한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11월에도 수상한다면 과르디올라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시즌 '개막부터 3연속'수상한 역사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최초다. EPL 사무국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새 역사를 만들었다. 그는 EPL 개막부터 3연속 이달의 감독상을 받은 최초의 지도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EPL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한 뒤 코치진과 기념 촬영을 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왼쪽 네 번째). /사진=토트넘 공식 SNS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왼쪽).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번 수상은 애초 유력했다. 토트넘은 10월 첫 경기였던 루턴 타운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풀럼을 2-0으로 꺾고 크리스탈 팰리스마저 2-1로 제압했다. EPL 유일 10월 전승 기록이었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도 풀럼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골을 터트리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 시즌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기존에 없던 '공격 DNA'를 팀에 불어넣으며 성공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직전 첼시전에서 패했지만 그전까지 8승2무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선두를 지켜왔다.

첼시전 1-4로 완패 속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화끈한 공격 축구는 찬사를 받았다. 토트넘은 전반 6분 만에 터진 데얀 클루셉스키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엔조 페르난데스에게 거친 태클을 가해 퇴장을 당하고 페널티킥(PK)까지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최대한 올려 역전골을 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반 초반 데스티니 우도기가 첼시의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명이 적어진 상황에서도 '하이 라인'을 유지하는 파격적 전술을 이어갔다. 후반 막판 에릭 다이어와 손흥민이 위협적인 슈팅을 터트리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결국 수비 뒷공간을 계속 공략한 첼시의 공격에 3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AFPBBNews=뉴스1
엔제 포스테코글루(왼쪽) 감독과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영국 현지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하이 라인' 전술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이날 "토트넘은 2명이 퇴장당하며 9명이 된 상황에서 파격적인 '0-7-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고 호평했다. 전 토트넘 수비수 얀 베르통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내 인생에서 본 가장 높은 수비 라인"이라고 놀라워했다.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의 하이라인은 용기였을까? 어리석었을까?"라고 물음을 던지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매체는 "로메로가 퇴장 당해 10명이 돼서도 수비 라인을 높인 건 문제를 야기시킬 뿐이었다.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건 위험했다. 용기가 아닌 순진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EPL에서 가장 빠른 공격수 두 명(라힘 스털링, 잭슨)과 속도 싸움을 펼친 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9명의 선수로 수비 라인을 높인 건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팬들 상당수는 '졌어도 잘 싸웠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을 칭찬했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팀 스피릿과 계속 공격을 시도했던 맹렬함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하이 라인을 유지한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토트넘에 있는 한 이런 방식을 계속 고수할 것이다. 5명이 남더라도 라인을 올릴 것이다"라며 공격축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손흥민(등번호 7). /AFPBBNews=뉴스1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AFPBBNews=뉴스1
엔제 포스테코글루(왼쪽) 감독과 손흥민. /AFPBBNews=뉴스1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화끈한 공격축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시즌을 앞두고 '주포' 케인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 보냈다. 리그 정상급 공격수였던 케인의 대체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같은 포지션의 히샬리송이 리그 1~3라운드에서 최전방 자리에서 뛰었지만 부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해결책을 손흥민에게 찾았다. 손흥민을 4라운드 번리전부터 기존의 측면 공격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화했다. 이른바 'SON 톱' 가동이었다.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아스널, 리버풀, 풀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했다.

총 8골(1도움)을 넣은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 기계' 엘링 홀란드(11골)에 이어 득점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다. 득점왕에 올랐던 지난 2021~2022시즌에 이어 2년 만의 득점왕 재등극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는 평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포지션 변화가 손흥민의 공격 본능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5~30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를 이적 시장에서 데려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손흥민은 압박 속에서 일을 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아니었다. 대신 우리가 팀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가장 적합한 옵션이었다"며 "손흥민이 더 많이 뛸수록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이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의 엄청난 자산이다"고 깊은 신뢰를 보냈다.

손흥민은 직전 첼시전에서도 전반 초반 절묘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노골이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12분 브레넌 존슨이 왼쪽 측면에서 낮게 올린 크로스를 손흥민이 방향만 트는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손흥민의 몸이 조금 앞섰다는 이유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토트넘은 첼시전에서 패배 외에 여러 가지를 잃었다. 팀 주축 센터백 미키 반더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기는 퇴장 징계로 나오지 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토트넘 공격에 창조성을 불어넣던 제임스 매디슨도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 /AFPBBNews=뉴스1
퇴장을 당하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왼쪽 두 번째)./AFPBBNews=뉴스1
수비하는 미키 반더벤(왼쪽). /AFPBBNews=뉴스1
미키 반더벤. /AFPBBNews=뉴스1
토트넘은 11일 오후 9시30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울버햄튼과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울버햄튼전 대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제 감독 생활 중 한 경기로 인해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선발 4~5명을 1경기에 잃었다. 그중 3명은 포백을 맡던 선수들이다. 우리는 포백 4명 중 3명을 새 선수를 써야 하고 이것은 큰 도전이다"라고 우려했다. 스테코글루 감독이 올 시즌 닥친 토트넘의 최대 위기를 어떻게 타파할지 주목된다.

토트넘은 2019년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이 떠난 뒤 조제 무리뉴, 누누 산투, 안토니오 콘테가 지휘봉을 잡았지만 모두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팬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전임 감독들과 달리 오랫동안 토트넘을 이끌길 바라고 있다.

한편 토트넘과 울버햄튼전은 '코리안 더비'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 국가대표 선후배 사이인 손흥민과 황희찬이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손흥민과 황희찬 중 누가 골을 터트릴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손흥민은 올 시즌 8골을 터트리며 EPL 득점 공동 2위, 황희찬은 6골로 득점 공동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인 EPL에서 한국 선수가 득점 탑10에 2명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황희찬.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황희찬. /AFPBBNews=뉴스1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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