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혁신이었는데”…‘귀족과일’ 샤인머스캣에 무슨 일이?
“1년 새 시세가 6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이죠…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혁신인데”
한 때 높은 당도에 비싼 가격으로 ‘귀족 과일’로 불리며 열풍을 일으켰던 샤인머스캣이 최근 들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생산량 증가와 품질 저하를 꼽고 있다.
11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전통시장 청과물 가게에는 다른 과일과 달리 샤인머스캣에 ‘당도 월등 보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가게에서 4~5년 전 4kg에 8만~10만원대였던 샤인머스캣은 현재 3만5천~4만5천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박진수 사장(58)은 “지난해부터 손님들이 대놓고 ‘맛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샤인머스캣의 맛품질이 떨어졌다”며 “저 문구는 (도매시장에서) 직접 먹어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왔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샤인머스캣은 2014년 국내에서 생산·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비자 선호와 타품종 대비 높은 가격으로 2016년 이후 재배 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8년에는 묘목 품귀현상까지 발생하는 등 포도농가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샤인머스캣의 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샤인머스캣 도매가격(2㎏)은 2020년 3만5천56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3만2천931원, 2022년 2만7천334원, 올해 2만4천13원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샤인머스캣 가격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산량 증가 ▲품질 저하를 꼽고 있다. 먼저 수요 대비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났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추정치)은 2016년 278ha에서 올해 기준 6천576ha로 7년 새 23배 이상 넓어졌다.
더욱이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무렵 숙기가 다 차지 않은 제품이 조기 출하되는 등 시장에 기존보다 맛이 떨어진 상품들이 대거 유통됐다. 이러한 저품질 상품의 유통으로 소비자들에게 '샤인머스캣은 비싼 데 비해 맛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엄석희 농협경제지주 농산물구매국 MD는 “2019~2021년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았는데, 지난해부터 과잉 생산 등으로 수요와 공급 격차가 벌어지며 시세가 확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aT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만9천507원이던 도매(2kg) 가격은 추석이 있던 9월 1만9천254원을 거쳐 지난해 10월 1만2천107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샤인머스캣 품질은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생산량 증가로 물량은 계속해서 늘어나며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나가는 현상이 이어졌다.
올해 9월 샤인머스캣 도매 가격(2kg)도 3년 전인 2020년 2만7천127원에서 올해 1만5천120원으로 4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거봉, 캠벨 등의 포도 가격은 각 약 27%, 49% 올랐다.
이에 농가들은 울상인 모습 속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다짐하는 모습이다.
화성에서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이완용 경기도 포도연구회 사무국장(51)은 “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하는 농업의 혁신이었는데 지금 현장은 말 그대로 지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장성도 뛰어난 우수 품종인데 유통문제 등으로 시장 시세가 많이 흔들리며 상위 10%의 농가외 나머지는 상자값, 인건비도 안 나올 정도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다”며 “지난해 추석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고품질을 생산해 소비자의 신뢰를 받도록 농가에 대한 재배기술교육과 유통교육이 필요하고 유통계는 제값 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품질 향상으로 소비자 신뢰회복 하는 등 노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농가의 품질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위면적당 수량 조절로 적정 생산량이 유지되고 품질 개선을 통해 수출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샤인머스캣의 지속적인 생산과 가격 안정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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