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에 한맥까지…12년간 부동의 韓맥주 1위" 오비맥주 배하준 대표 [이주의 유통人]
취임 후 카스 투명병·한맥 출시…논알콜 라인업도 강화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12년 동안 국내 맥주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어 주지 않은 '오비맥주 카스(Cass)'는 일명 '국민 맥주'로도 불린다. 동네 편의점이나 마트, 음식점 등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맥주 시장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켈리'를 출시하고, 일본 맥주가 부활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2012년 1위를 차지한 후 단 한 번도 왕좌 자리를 경쟁사에 내주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무엇보다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신제품 출시에 앞장선 배하준(본명 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배 대표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던 국내 맥주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 취임해 1등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배 대표는 맥주로 유명한 국가 벨기에 출신으로 맥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맥주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본명은 벤 베르하르트로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파트너들에게 한층 더 친화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기 위해 한국 이름을 지었다.
성씨 배(裵)는 본명인 '베르하르트'의 발음을 최대한 살렸고, 이름은 물 하(河), 높을 준(峻)을 써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조직을 바다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끄는 리더십'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배하준 대표의 지향하는 리더십 방향이다.
배 대표는 1977년생으로 벨기에 루벤 카톨릭 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했고, 2001년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에 입사해 벨기에와 룩셈브루크에서 영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4년 AB인베브 남유럽지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총괄대표 ▲2017년 AB인베브 남아시아지역 총괄대표를 지낸 뒤 2020년부터 오비맥주(AB인베브 동아시아) 총괄 대표를 맡고 있다.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는 지난 12년 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맥주 가정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카스 프레시가 42.3%의 점유율로 모든 맥주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했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도 오비맥주는 53.1%의 점유율로 1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맥주 브랜드 점유율은 오비맥주 '카스'가 38.9%로 1위를 차지했고 ▲하이트진로 '테라' 13.37%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6.24% ▲롯데칠성 클라우드 4.61% 순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2위 브랜드와 격차를 3배로 벌렸다.
배 대표는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취임 이후인 2021년 혁신적인 시도로 카스 투명병을 출시했다. 투명병 도입은 젊은 세대들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중시하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카스를 리뉴얼한 '올 뉴 카스'는 병 디자인뿐 아니라 맛에서도 더 깔끔한 리퀴드로 업그레이드 했다.
또 논알콜 트렌드에 맞춰 논알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주요 제품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했다
카스제로는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하는 '스마트 분리공법'을 통해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인 게 특징이다.
하이트진로 '켈리' 보다 한발 앞서 '한맥'도 출시했다. 한맥은 한국 맥주역사 100년을 맞아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라거를 만들자는 '대한민국 대표 라거 프로젝트'로 지난 2021년 탄생한 브랜드다. 올해 3월엔 부드러움과 거품 지속력을 강화해 리뉴얼했다.
배 대표는 서로에 대한 존중, 자율적인 근무환경, 긴밀하고 유연한 내부 소통방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오비맥주내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는 ▲근무지 자율선택제 ▲유연근무제 ▲자율좌석제 ▲닉네임 부르기 ▲해피아워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의 달 개최 등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부터 안전한 원격 근무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어디든지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오비맥주 직원들은 '근무지 자율선택제'에 따라 연간 총 25일 업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근무가 가능하다.
또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대표, 상무, 팀장 같은 딱딱한 직급 대신 각자가 설정한 '닉네임'을 사용한다.
맥주회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회식문화로, 격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다양한 맥주와 안주를 마음 맞는 사람들과 모여 함께 즐기는 '해피아워'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ESG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배 대표는 취임 이후 맥주의 생산과 포장, 운반, 소비 전 과정에 걸쳐 꾸준한 ESG 경영행보를 펼쳤다.
생산 공장 내 태양광 패널 설치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올 8월 광주공장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맥주를 생산할 준비를 마치고 'RE100 태양광 패널 설치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는 자가소비형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자가 발전한 재생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것은 주류업계 최초의 사례다.
또 2020년 푸드 업사이클 전문기업 리하베스트와 함께 카스의 맥주박을 활용한 대체 밀가루 '리너지 가루'를 활용한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를 선보였다.
음주운전 근절 인식 확산을 위해 지난해 차량에 설치된 장치를 통해 호흡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알코올이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도입,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전국의 직매장으로 맥주를 배송하는 화물차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다.
한편 맥주 애호가인 배 대표는 카스와 가장 어울리는 안주로 파전을 꼽았다.
배 대표는 "파전은 그 자체로 강한 향과 풍미를 가진 음식인데, 깔끔하고 청량한 카스는 이 풍미와 맞서 싸우지 않고 오히려 그 풍미를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며 "산 중에는 설악산을 가장 좋아하는데 하산길에 노력한 본인에게 주는 보상 격으로 파전을 먹으며 카스를 마시는 건 최고의 마리아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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