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문·변’ 없이도 공동 2위! DB의 질주도 막아 세운 ‘식버지’의 정관장, 그들이 잘나가는 이유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11. 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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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근, 오마리 스펠맨, 문성곤, 변준형이 없는데도 공동 2위, 쉽게 설명하기 힘든 결과다.

안양 정관장은 지난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99-94로 승리했다.

정관장은 DB의 개막 8연승 도전 의지를 꺾었다. KBL 출범 후 단 2번만 있었던 대기록이 다시 쓰이는 듯했으나 ‘식버지’와 그의 전사들은 지켜만 보지 않았다.

오세근, 오마리 스펠맨, 문성곤, 변준형이 없는데도 공동 2위, 쉽게 설명하기 힘든 결과다. 사진=KBL 제공
정관장의 기세가 대단하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며 5승 2패,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그 과정에서 DB는 물론 부산 KCC라는 거함까지 잡아내는 등 지나온 과정이 남다르다.

2023-24시즌 개막하기 전만 하더라도 정관장의 이러한 상승세를 기대하는 이는 없었다. 양희종의 은퇴를 시작으로 변준형이 군입대했고 오세근과 문성곤이 각각 서울 SK, 수원 kt로 이적했다. 메인 외국선수 오마리 스펠맨은 부상으로 인해 아직 1경기도 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전력 변화, 예상치 못한 FA 결과에 김상식 정관장 감독도 당황했다. 그는 통합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쓰디쓴 소주 한잔과 함께 아쉬움과 걱정을 삼켜야 했다.

지난 2022-23시즌 통합 우승, EASL 챔피언스 위크 우승을 이끈 베스트5 중 무려 4명이 이탈했다. 심지어 정관장은 나머지 한자리를 로테이션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2023-24시즌 베스트5 중 이전 주전 멤버는 아예 없는, 즉 새로운 팀이 됐다.

‘식버지’ 김상식 감독과 정관장의 2023-24시즌은 모든 예상을 비웃듯 순항 중이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정관장의 경기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적재적소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들이 있어 40분 내내 일정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김 감독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관장의 순항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김 감독의 모션 오펜스가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현재 정관장에는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박지훈, 대릴 먼로 등 때에 따라 에이스 역할을 해내는 선수들이 있지만 다른 팀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확실한 에이스가 없기 때문에 모션 오펜스가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신 이타적이면서도 찬스 메이킹, 그리고 마무리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 적극 활용하는 김 감독이 있어 매 경기 기복 없는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둘째는 외국선수들과의 시너지 효과다. 정관장은 스펠맨의 부상 이탈 이후 윌리엄 존스컵에 동행한 듀본 맥스웰을 대체 영입했다. 발 빠른 대처였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먼로와 맥스웰은 비슷한 스타일의 외국선수들이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득점력이나 지배력은 떨어질 수 있으나 동료를 적극 활용할 줄 안다. 여기에 직접 해결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판단력까지 갖추고 있다. 한 명에게 의지하지 않는 정관장, 그리고 김 감독의 농구에 이보다 더 적절한 외국선수들은 없다.

‘빅 리’ 이종현의 부활. 2017-18시즌 이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KBL 제공
셋째는 동기부여다. 대표적으로 ‘빅 리’ 이종현의 부활이 있다. 이종현은 큰 부상을 당하기 전이었던 2017-18시즌의 좋았던 경기력을 절반 이상 되찾았다. 그동안 고려대 시절의 기대치와 명성으로 프로 커리어를 이어왔던 그였으나 이제는 실력으로 코트에 설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이종현은 2023-24시즌 7경기 동안 18분 28초 출전, 8.9점 4.7리바운드 0.9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던 2016-17, 2017-18시즌(10.5점/10.5점) 이후 6년 만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이종현에게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감독과 선수, 아직 수직 관계에 가까운 KBL에서 김 감독이 이종현에게 전한 메시지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식버지’의 지도 스타일은 이종현의 동기부여를 이끌어 냈고 그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종현을 비롯해 최성원, 정효근 등 FA로 영입한 선수들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적응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정관장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 있는 포인트는 많다. 아직 1라운드도 끝나지 않았기에 섣부를 수 있으나 지금까지 정관장이 보여준 농구는 분명 인상적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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