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뉴진스가 여기서 왜 나와?…전세계가 열광했다는데 [더 테크웨이브]
한류 콘텐츠 위기와 기회요인 분석
지난 4일(현지시간)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K팝스타’ 르세라핌이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인 ‘블리즈컨 2023’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날레 무대에 올랐어요. 세계 최대 게임 축제 중 하나인 블리즈컨은 세계 최대 게임사인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게임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신작 발표 계획 등을 밝히는 자리죠.
올해는 팬데믹(2019년)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로 돌아왔어요. 특히 올해는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행사라 더 큰 관심이 모였죠.
이번 르세라핌의 블리즈컨 데뷔는 일회성 무대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벌 게임업계는 ‘K팝’에 주목하는 최근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게임과 음악산업의 시너지, K콘텐츠의 위기와 기회요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블리자드와 르세라핌은 지난달 27일(한국시간) 공동 작업을 통해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어요. 오버워치 최초의 게임 내 뮤지션 컬래버레이션이었죠.
뮤비는 게임 사용자들과 K팝 팬덤 모두를 사로잡고 있어요. 하이브 레이블 공식 유튜브 등에 따르면 뮤비는 공개된 직후 유튜브 월드와이드 트렌딩 뮤직 카테고리 1위에 올랐죠.
6일 오전 9시 기준 약 283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중이고요. ‘퍼펙트 나이트’ 음원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3개 국가·지역에서 ‘데일리 톱 송’ 차트에 랭크됐습니다. 대만(4위)과 싱가포르(7위), 홍콩(8위)에서는 ‘톱 10’에 안착했고 29개 국가에서 인기 급상승 음악·동영상 순위에 진입했다고 해요.
또 다른 K팝스타, 뉴진스는 오는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개막 무대를 장식한다고 해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미국의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오프닝 세리머니에 출연해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어요.
라이엇 게임즈는 역대 롤드컵 결승전 오프닝 세리머니 때마다 아티스트와 협업해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시도를 해왔어요.
뉴진스는 올해 오프닝 무대에서 대회 주제곡 ‘갓스(GODS)’의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블리자드에 이번 르세라핌과의 컬래버 배경을 물었더니 “음악과 게임의 만남을 통해 윈윈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르세라핌은 이번 협업을 통해 본격적인 미국 활동의 신호탄을, 블리자드는 K팝 컬래버를 통해 선보이는 색다른 게임 내 콘텐츠를 기반으로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고 신규 플레이어의 유입을 확대하는 등 진화된 동맹을 이어갈 계획”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즉, K팝 팬덤을 통해 게임IP의 외연 확장을 도모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신규 플레이어 유치와 인지도 확대를 위해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게임-음악’의 컬래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죠.
더욱이 K팝 팬덤은 전 세계 곳곳에 있어 실질적인 파급력이 검증됐다는 평가입니다. 노래와 춤, 게임 캐릭터의 강한 흡인력을 바탕으로 대중(비게이머) 대상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인 셈이죠.
특히 MS가 블리자드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이들이 그려나갈 ‘큰 그림’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어요. 게임 뿐 아니라 엔터, 가상현실(VR)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K팝에 대한 블리자드의 관심은 르세라핌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블리자드의 핵심 IP인 디아블로IV 테마곡 ‘릴리트’에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참여한 바 있습니다. 지난 6월 디아블로 IV의 출시와 함께 공개된 후, 20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향후 K팝 아티스트와의 추가 협업 계획에 대해 블리자드 측은 “게임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 문화와 게임(오버워치) 세계관과의 접점을 이룰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기회를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완벽한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업계에서 활발한 ‘미디어 믹스’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미디어 믹스란 미디어 산업에서 지식재산권(IP)를 소설, 영화, 만화, 게임, 캐릭터 제품 등 여러 미디어로 출시하는 것을 의미해요.
최근에는 미디어 믹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요. 웹툰과 게임을 뮤비·드라마·애니메이션으로 만들거나, 인기 아이돌이나 웹툰 IP를 게임 세계관으로 만드는 식이죠. ‘IP 빅뱅’ 시대엔 무엇이든 섞이고 또 새로운 것이 창조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끌고 있는 사우디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ublic Investment Fund·PIF)를 앞세워 엔터테인먼트, 게임, 스포츠 영역에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60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PIF는 석유 에너지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이 강점을 가진 게임, 엔터 산업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관련 회사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요.
빈살만 왕세자는 게임에 진심입니다. 특히 빈살만 왕세자는 자신을 ‘비디오 게임과 함께 자란 첫 세대’라고 밝힐 만큼 게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죠.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는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탈석유 전략으로 우버·테슬라 등 첨단 기술 기업에 투자해왔는데요. 팬데믹 이후에는 엔터테인먼트와 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죠. 오일머니를 대거 투입해 석유 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전 세계 엔터·게임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전 세계 최고의 게임 그룹’을 목표로 내세운 SGG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빈살만 왕세자는 PIF 등을 통해 게임·엔터 산업에 37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을 세워뒀다고 해요.
특히 378억 달러 중 130억 달러를 SGG의 게임사 대규모 인수합병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죠.
게임 뿐 아니라 웹툰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게임과 엔터의 IP시너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더 공격적인 움직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혁신의 방향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술을 뒷받침하는 자본력이죠. 엔터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은 분명하고, 플레이어들은 분주합니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현명하게 이용하면서도 영향력을 잃지 않는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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