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진땀 뺀 광양산단…올해 노사갈등 일단락됐지만[판읽기]

전남CBS 유대용 기자 2023. 11. 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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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이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사안의 맥락을 짚어내고, 깊이 있게 해석해 드리겠습니다.
포스코노조는 지난 9월 6일 오후 광양제철소 제1문 앞에서 2023년 쟁대위 출범식을 개최했다. 포스코노조 유튜브 캡처

원·하청 가릴 것 없이 올 한해 전남 광양산단을 들끓게 한 노사갈등이 포스코 노사의 합의를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광양산단 내 여러 하청업체들이 극단적인 상황을 피한데 이어 원청인 광양제철소 역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매순간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포스코그룹의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는 광양제철소는 최근까지 임단협 교섭을 보며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포스코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두고 6개월 가량 진통을 겪었는데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라는 분위기가 감지될 만큼 노조의 목소리를 그 어느 때보다 강경했습니다.

지난 8월 23일 노조가 사측과의 교섭결렬을 선언한 이후 10월 5일까지 총 24차례의 교섭이 이뤄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공은 중앙노동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노사는 수차례 중노위 조정회의 끝에 10월 30일에서야 △기본임금 10만 원 인상(자연상승분 포함 17만 원 수준) △주식 400만 원 지급 △일시금(비상경영 동참 격려금) 250만 원 지급 △지역상품권 50만 원 지급 △격주 4일 근무제도 도입(기존 주 5일 근무) △조합원 문화행사비 12억 원(2024년) △경영성과금제도·복리후생 재설계 등을 위한 TF구성에 잠정합의했습니다.

당시는 노조가 투표를 통해 파업에 대한 의견을 물은 직후로 조합원들의 77.79%(투표율 96.5%)가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조합원 동의 등 쟁의행위에 나설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에서 잠정합의안 도출이 조금만 더 늦었었다면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지도 모릅니다.

잠정합의안 도출 전까지 광양제철소 역시 파업 시 냉연 등 일부 공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일부에서는 고로 가동까지 멈출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외줄을 타는 분위기는 한동안 지속됐습니다.

△자사주 100주 지급 △기본임금 13.1% 인상 △목표 달성 성과급 200% 신설 등의 내용이 잠정합의안에 빠지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11월 9일 파업 여부를 가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가 이뤄졌고 결과는 아슬아슬한 가결로 나왔습니다.

선거인수 1만1245명 중 1만 856명이 투표에 참여해 5527명(50.91%)이 찬성표를 던졌는데 반대가 무려 5329표(49.09%)에 달했습니다.

불과 1.8% 표 차이로 가결된 건데, 반대가 과반을 넘겼다면 노조가 사측과 교섭을 재개하거나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파업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중노위 조정회의를 포함해 30여 차례의 교섭 끝에 겨우 내놓은 잠정합의안인 만큼, 노사 양측 모두 물러설 여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섭 재개보다 파업에 무게가 실렸을 것이라는 게 포스코 안팎의 분석입니다.

한국노총은 지난 6월 7일 오후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유대용 기자


앞서 광양제철소와 같은 원청 뿐만 아니라 광양산단 내 협력업체들의 노사 분규도 겨우 타결됐습니다.

포스코 협력업체인 포트엘㈜의 노사분규는 지난 9월 3개월여 만에 매듭을 지었습니다.

포트엘 노사는 2개월 가량 각각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다 3주간의 집중교섭 끝에 임단협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갈등을 일단락 됐지만 포트엘 노조 역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 반대가 41%(무효1%)에 달하는 등 뒷맛이 개운하지 못했습니다.

파업기간 임금 손실 보전 등 노조의 요구가 비노조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운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8월 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문에 있는 천막농성장을 거둬들이고 있다. 유대용 기자


망루농성에서부터 무려 460일이 넘는 천막농성까지, ㈜포운의 노사갈등도 올해 일단락됐습니다.

포운 노조는 2021년 12월 교섭결렬 이후 부분 파업(태업) 등 쟁의에 돌입했지만 3개월여 만에 단체행동을 무기한 보류하기로 하고 길거리 천막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태업 등 단체행동이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카드 앞에 쉽게 무력화돼 조합원들의 임금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해서입니다.

사용자로 인정되는 하청사(포운)는 직접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지만 원청(광양제철소)은 다른 하청사와 계약을 맺고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쟁의행위도 어려운 상황에서 포운 노조는 3교대 근무 후 또다시 3교대로 천막농성장을 지키며 힘겨운 농성을 벌였습니다.

오랜 농성 끝에 포운 노조는 단체협약 사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정작 노사분규의 핵심인 호봉 인상분 누락 문제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사측의 입장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처럼 2023년 광양산단 내 노사갈등은 어떻게든 봉합된 모양새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는 노동계의 목소리와 노조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기조가 맞물리는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향후 광양산단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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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유대용 기자 ydy213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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