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리셋’ 버튼, 3년 반의 멈춤 있었기에 누를 수 있었다”

오종탁 기자 2023. 11. 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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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곳곳에서 들리는 질문이다.

3년 반 만에 여전한 공개 코미디 형식으로 부활한 《개그콘서트》를 마주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PD는 선배 김상미 CP와 올 상반기부터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그콘서트》 부활을 준비해 왔다.

그는 "'악습'을 끊어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롱런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모든 걸 리셋해 새로운 룰을 정립한 셈"이라면서 "3년 반의 공백이 있었기에 과감히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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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그콘서트》 부활 이끈 이재현 PD

(시사저널=오종탁 기자)

"개콘을 다시 한다고?" 

최근 대한민국 곳곳에서 들리는 질문이다. 1999년 9월부터 20년 넘게 국민을 웃기다가 2020년 6월 홀연히 사라진 KBS 《개그콘서트》다. 공영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의 틀 속에서 '독한 것만 살아남는' 트렌드 변화에 떠밀려 내리막길을 걷다가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멈춰 섰다. 

3년 반 만에 여전한 공개 코미디 형식으로 부활한 《개그콘서트》를 마주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대중이 느끼는 놀라움과 반가움, 기대와 우려의 근간에는 진한 애정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1월1일 오후 《개그콘서트》 부활 후 첫 녹화가 진행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을 찾아 《개그콘서트》 부활을 이끈 이재현 KBS PD를 만났다.

이재현 《개그콘서트》 PD가 11월1일 새로운 버전 《개그콘서트》의 첫 녹화에 앞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 참석했다. ⓒKBS 제공

이재현 PD는 인터뷰에서 '리셋(reset·재설정)'이란 표현을 가장 많이 썼다. 이 PD는 선배 김상미 CP와 올 상반기부터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그콘서트》 부활을 준비해 왔다. 기존 《개그콘서트》와 후속 개그 프로그램인 《개승자》 모두에 연출로 참여했던 이 PD는 누구보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진심이다. 

이 PD는 새로운 버전의 《개그콘서트》에 대해 "출연자들과 제작진이 '재미'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끈끈한 팀워크로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개그콘서트》를 지탱하는 힘인 동시에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여겨진 배타적인 공채 문화, 엄격한 내부 권력 구조 등은 사라졌다고 이 PD는 자신했다. 그는 "'악습'을 끊어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롱런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모든 걸 리셋해 새로운 룰을 정립한 셈"이라면서 "3년 반의 공백이 있었기에 과감히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PD와의 일문일답이다. 

부활 후 첫 녹화를 자평한다면. 

"방청객들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본다. 모든 코너가 끝나고 출연진이 무대에서 뛰어내려가 방청객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방청객들로부터 정말 재미있었다는 피드백이 쏟아졌다.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고 들었다. 감사하고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출연자들의 연기는 어땠나. 

"땀 때문에 마이크가 흘러내려 녹화를 잠시 중단한 걸 제외하고 NG가 한 번도 나지 않았다. 출연자들이 얼마나 많은 담금질을 해왔고,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11월1일 새로운 버전 《개그콘서트》의 첫 녹화가 시작됐다. 코미디언 정범균이 본격적인 코너 진행에 앞서 방청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오종탁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예전에는 베테랑 코미디언의 전유물이었던 비중 있는 역할을 대거 신인들에게 맡겼다. 베테랑들과 제작진이 '신인을 키우자'고 의기투합한 결과다. 놀랍게도 신인 중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고 역할을 120% 수행해 냈다." 

신인들이 당당하고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은 뭔가. 

"우선 고참이든 신인이든 출연자들이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살려주자는 게 제작진의 방침이다. PD가 '답'을 제시하면 출연자는 찍소리 못 했던 과거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졌다." 

그 밖에 기존 《개그콘서트》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많이 알려졌다시피 KBS 희극인실은 공채 문화가 강해 외부 출신의 진입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던 게 3년 반을 쉬면서 달라졌다.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타 방송사 공채 출신 코미디언은 물론 연기자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도 다 받아들이고 있다.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판이 짜였다. 대한민국 코미디를 발전시킬 역량이 있다면 누구든 와 달라."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스타들의 추가 합류 가능성도 있을까. 

"이미 몇 명이 합류해 물밑에서 코너를 짜왔다. 다른 이들의 문의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 측이 11월1일 새로운 버전 《개그콘서트》의 첫 녹화에 앞서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코미디언 동료들이 코너 시연에 나선 신인들을 응원하고 있다. ⓒ시사저널 오종탁

흔히 말하는 코미디언 선후배 사이 '똥군기'(과도하고 부당한 법도)도 사라졌나. 

"사전에 제작진과 희극인실 모두가 똥군기 폐지에 합의하고 《개그콘서트》를 부활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악습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신인에게 코너의 주요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무대 준비를 시키는 것이나 배타적인 공채 문화, 위압적인 제작진-출연자, 선배-후배 관계 등 악습을 과감히 끊어내는 데 3년의 공백기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종영을 겪지 않고 그대로 흘러왔다면 관성 때문에 리셋 버튼을 누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게 리셋된 덕분에 우리가 새로운 룰을 정립할 기회를 얻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롱런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다." 

뜨거운 녹화 현장과 달리 TV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갑고 시청률도 잘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건가. 

"기본적으로 공연에 특화된 코너와, 반대로 방송에 특화된 코너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시청률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공연용'과 '방송용'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방청의 재미와 시청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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