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산'이 궁금하면... 해운대·광안리 말고 이곳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진짜 부산'을 보려면 광안리나 해운대가 아니라 보석 같은 이야기를 품은 동구로 가야 한다.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주민들의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광 명소가 부산역에서 시내버스로 3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다.
부산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보 여행지 초량이바구길
부산역광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초량이바구길’이 시작된다. ‘이바구’는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부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품은 길을 따라 뚜벅뚜벅 시간여행을 떠나는 길이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인 남선창고(명태고방) 터에서 출발해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구)백제병원, 담장갤러리와 동구인물사담장을 지나면 168계단이 등장한다. 부산항과 부산역에서 산복도로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동구와 명란의 인연을 스토리텔링한 명란브랜드연구소가 있다. 파스타·피자·샐러드 등 명란을 활용한 음식과 귀여운 명란삼남매 캐릭터 기념품도 판매한다. 5층 루프톱에서 탁 트인 북항 전망은 덤이다.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정리한 산복도로전시관을 지나 장기려기념관과 유치환의우체통이 이어진다. 장기려는 한국전쟁의 참극 속에서 가난한 환자를 돌본 외과의사이자 사회사업가로 명망이 높은 인물이다. 청마 유치환을 기념하기 위한 우체통 주변엔 야외공연장, 아트갤러리, LP음악감상실, 전망대 등이 함께 있다. 초량이바구길은 6·25 피란민들의 판잣집을 형상화한 '까꼬막'에서 마무리된다.
부산 산복도로에 이중섭거리가 생긴 까닭은?
이중섭은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일본 도쿄에서 유학생활 마치고 귀국한 후 한국전쟁으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부산 범일동 판잣집에 머물며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이중섭거리’는 바로 그의 부산 피란시절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중섭갤러리에는 절절한 심정을 담아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편지가 전시돼 있다. 주택과 담벼락에 그려진 거리미술관 ‘범일동풍경’을 거쳐 ‘희망길100계단’을 오르면 이중섭전망대에 이른다. 부산항과 범일동 일대 풍광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부산역 건너편 국민은행에서 22번 시내버스를 타고 범일초등학교 입구에 내리면 바로 전망대다.
만화 성지 변신한 성북전통시장 웹툰이바구길
범일동 성북전통시장을 걷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든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성북전통시장 웹툰이바구길’로 탈바꿈했다. 골목 곳곳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했다. 간판과 벽면에도 웹툰이 그려져 만화 같은 세상 풍경이 펼쳐진다.
동구만화체험관에서는 1883년 근대 만화 도입부터 오늘날의 웹툰에 이르기까지 한국 만화의 시대별 변천사를 파악할 수 있다. 직접 색칠한 동물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3D애니메이션을 체험할 수 있고, 태블릿으로 웹툰을 그려볼 수도 있다. 성북VR만화카페에서는 기구를 타고 유람하듯 VR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구도서관 책마루전망대와 증산공원 전망대는 ‘풍경 맛집’으로 손색없다. 산복도로와 부산항 경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부산역에서 87번 시내버스를 타고 성북고개에 하차하면 동구만화체험관에 닿는다.
돌아오는 길, 부산역에서 시간이 남는다면 북항재개발홍보관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부산역 10번 출구에서 공중보행로로 연결되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5층에 위치하고 있다. 동구 산복도로가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다면, 북항재개발홍보관은 부산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1407년 부산포 개항부터 해양산업 중심지로 발전한 부산항의 역사를 훑을 수 있고, 북항재개발사업 디오라마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 영상도 인상적이다. 홍보관 옥상 하늘정원에서는 큰 변화를 앞둔 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 동구가 11, 12월을 ‘동구방문의달’로 지정하고 지역화폐 ‘e바구페이’를 제공하는 AR스탬프투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스탬프미션 완료 정도에 따라 3,000원에서 최대 2만6,000원의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명란브랜드연구소, 성북VR만화카페에서 미션지를 받아 해당 명소에서 QR코드로 인증하는 방식이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택에 민폐 된 아산 '악취공장', 서울시민 똥냄새 맡는 고양시... "왜 우리가 피해 보나요"
- 의붓딸 13년간 성폭행한 50대… 사실 알게 된 친모 극단 선택
- [르포] 85년 전 유대인 학살 추모하러 모인 유대인들, '오늘의 비극'에 또 한번 울었다
- 이효리 "탁재훈? 유재석·신동엽에 낄 건 아니다"
- 역사상 세 번 성공한 3지대... '이준석 신당' 좁은 문 통과할까
- 중국인들 사재기에도… 인구감소로 쪼그라든 이 전자제품
- "1000명 적다" 곳곳에서 아우성...의대 증원 규모 계획보다 더 늘리나
- 친하기엔 껄끄럽고, 맞서기엔 손해… 한일관계 '중간 정도 친구'가 적당
- 더러운 목욕탕이 된 바다...설사·감기 달고 사는 가자 아이들
- 원숭이 2마리 세포 섞인 '키메라 원숭이' 탄생… 영장류 중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