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김포구?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갑툭튀 편입론' [視리즈]

김다린 기자 2023. 11. 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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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김포시: 서울 편입론의 허상❶
여당 대표 편입론 밀어붙이는 중
TF 구성하고 지자체 소통 물꼬
내년 총선 앞둔 상황서 묘한 기류
수도권 약세 상황서 승부수란 평가
표퓰리즘 비판에도 주민의 뜻 강조
정작 주민들 편입 효과 알지 못해
숙의 없이 진행하는 편입책 괜찮나
여권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밀어붙이고 있는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화제입니다. 경기도 내 도시를 아우르는 '메가시티 서울'의 첫 단추를 김포에서 끼우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편입론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용 전략'이 아니냐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장까지 나서 '정치쇼' '표票퓰리즘'이라고 일갈할 정도입니다.

# 문제는 행정구역을 바꾸는 중대한 일을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때문인지 편입론의 당사자인 김포시민 중 대부분은 서울에 편입되면 뭐가 좋은지, 위험요인은 없는지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편입론의 이해득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여당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김포시의 바닥민심은 어떨까요? 김포시민이 기대하는 것과 우려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더스쿠프가 김포시를 돌아다니면서 시민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김포시: 서울 편입론의 허상' 첫번째 편입니다.

요새 수도권에서 사람만 모이면 논쟁이 벌어지는 이슈가 있습니다. 김포시가 서울시로 탈바꿈하느냐의 여부인데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김포처럼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 도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포 편입론'이 공론화한 시기는 지난 10월 30일이었습니다. 당시 김포 한강 차량기지에서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를 열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걸 당론으로 삼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김포 시민들이 서울 편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김포시장을 비롯한 김포의 공적 책임을 맡고 있는 분도 (편입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지역주민 의사를 반영해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편입론에 붙은 불씨는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담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의원 입법 형태로 준비 중입니다. 편입론을 현실화할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란 이름의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했습니다. 위원장엔 토목공학 박사 출신 조경태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조 의원은 "연말 전까지 가시적 성과가 한두개 나와야 한다"며 "12월까지 특별법이든 일반법이든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포의 서울 편입을 골자로 하는 '메가시티 서울'을 띄웠다.[사진=연합뉴스]

최근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얼굴을 맞댔습니다. 두 시장은 편입 효과와 영향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김포시 서울 편입 공동연구반'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김포시는 오는 27일까지 주민 간담회를 열어 서울 편입과 광역교통망 구축에 관한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합니다. 김포 시민 다수를 상대로 편입의 긍정과 부정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 편입론 둘러싼 의문들 = 자! 이렇게만 보면 금방이라도 김포가 서울로 탈바꿈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왠지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실제로 편입론의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진행한 '김포-서울 편입론 여론조사' 결과를 볼까요? 응답자의 58.6%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반면 '찬성'은 31.5%에 그쳤습니다. 이런 여론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수년 전부터 숙의하던 이슈가 아니니까요.

편입론의 등장 배경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이 있습니다. 경기도는 올 초부터 한강을 기준으로 분도分道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경기도가 너무 비대해졌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포시의 애매한 위치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포시는 분명 한강 남쪽에 있지만, 생활권은 되레 북부에 위치한 고양시ㆍ파주시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다른 남부 지역과는 서울시ㆍ인천시에 막혀 교류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김포를 지리적으로 보면, '섬' 같은 형국이었죠.

이 때문에 김포시를 어느 쪽에 넣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그러던 9월 국민의힘 소속 홍철호 전 국회의원이 "남도 북도 싫다, 서울로 편입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김포-서울 편입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잡아도 편입론이 불거진 건 불과 2개월 전입니다. 요즘 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인 셈입니다.

홍 전 의원이 요구하긴 했지만, 국정을 주도하는 집권당이 편입론에 기름을 부은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행정구역을 바꾸는 일이 충분한 숙의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일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더 알쏭달쏭한 건 편입론을 공론화한 게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겁니다.

22대 총선이 15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여당은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여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가 나쁜 변곡점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나서 '김포 편입론'을 띄우고 있으니, 그 배경과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표票를 노린 전형적인 정치쇼가 아니냐는 겁니다. 국민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리얼미터가 '편입추진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절반이 넘는 58.8%가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응답률은 27.3%에 그쳤죠.

가뜩이나 지방소멸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데 서울의 범위를 넓히면서까지 국토균형발전의 국정기조를 깰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편입론을 이례적으로 '정치쇼' '표票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여당 지도부는 '선거와는 무관한 시민의 뜻'이라는 점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우리 당은 김포시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며 "경기도의 외딴섬같이 존재하는 김포시를 시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경기북도로 강제 편입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편입론 향한 시민의 눈 = 그렇다면 김포의 진짜 민심은 어떨까요? 김포 =시민은 뜬금없이 튀어나온 '김포 편입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편입론을 둘러싼 여론의 윤곽은 김포시가 11월 말에 완료할 설문조사 결과로 드러나겠지만, 그보다 앞서 더스쿠프가 다양한 계층의 김포시민을 만나 내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시민들은 '김포 편입론' 자체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포에서 미디어ㆍ콘텐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김선호(가명ㆍ38)씨의 설명부터 들어볼까요. 그는 김포가 시市로 승격하기 전(1998년)부터 김포에 머물렀던 지역 토박이 사업가입니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한다는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당연히 좋지 않을까요. 사는 곳이 곧 신분이 되는 세상인데 어쨌든 김포시민에서 서울특별시민이 되는 거니까요. 김포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당연히 긍정이 우위일 거라고 봐요."

김포 한강신도시가 조성되기 전부터 장기동에서 거주했던 직장인 조민호(가명ㆍ35)씨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부동산은 부의 상징인데, 그중에서도 서울 부동산이 최고잖아요. 부모님도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는 게 아니냐며 '김포 편입론'을 반기더라고요. 큰 빚을 져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 서울인데, 저절로 서울이 된다니까 좋은 거죠. 교통 인프라도 더 좋아지면 좋겠어요. 지금도 서대문으로 왕복 3시간씩 출퇴근을 하느라 고역인데, 이게 단축된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김포의 구도심인 북변동에서 노래방을 운영 중인 이유정(가명ㆍ60대)씨도 인프라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두달 전쯤이었어요.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김포 거리에 걸렸죠.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했더니, 요즘 뉴스에선 정말로 가능한 일인 것처럼 얘기가 되더라고요. 김포도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쇠락한 지역과 발전한 지역 사이의 간극이 컸는데, 서울처럼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김포시민들은 도시 인프라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편입을 둘러싼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었다.[사진=뉴시스]

구래동 일대에 조성된 한강신도시의 공공임대주택에 4년 전 입주한 권혁(가명ㆍ29)씨 역시 이씨처럼 도시 인프라를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시설, 의료기관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다만 실제로 편입이 되면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지, 반대로 예상되는 리스크는 뭐가 있는지를 묻는 말엔 다들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CEO 김선호씨는 국내에선 비슷한 사례조차 없었다면서 우려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지방에선 효율화와 균형발전을 이유로 지자체 통합을 꾀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람과 인프라가 다 몰려있는 수도권에선 이런 논의 자체가 낯설긴 해요. 어떤 미래가 그려질지 예상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김포시민이 서울에 편입했을 때 효과와 위험요인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집값이 오른다" "도시 인프라가 더 좋아진다"는 것 말고는 서울 편입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하는 여당 측 인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 편입론을 붕 띄우다 보니,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직장인 조민호씨는 "너무 빠르게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느낌이 들긴 한다"면서 "부작용과 논쟁거리를 최소화할 대비책을 마련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국민들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집권여당이 지금 역량을 쏟아야 할 정도로 이게 그리 급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죠.
노래방 사장 이유정씨는 "편입론을 긍정하는 현수막만 봐도 '김포시민이 좋냐, 서울시민이 좋냐'만 물어보고 구체적으로 뭐가 좋아지는 건지는 설명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편입론이 불거진 뒤, 김포 지역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최근 김포 부동산 시장의 기류는 심상치 않습니다. 서울에 편입되면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감에 시장이 들썩입니다.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까지 포착될 정도이니, 분위기를 알 만합니다.

내집이 있는 김포시민이야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 모르지만, 걱정하는 시민도 많습니다. 한강신도시 공공임대 주택에 입주한 권혁씨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사견이긴 하지만 김포 집값엔 분명 거품이 껴있어요.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지금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은 7억원을 넘나들죠. 서울까지 물리적인 거리가 있고, 교통편이 편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직장이 김포 양촌산업단지에 있어서 지금 사는 아파트를 벗어나더라도 계속 김포에서 살고 싶긴 한데, 지금보다 집값이 더 오르면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 할 듯해요."

권씨는 "이렇게 김포 편입론의 이해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에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측은 "서울 인접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서울로 편입시켜 생활권을 공유함으로써 주민의 삶을 개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김포가 편입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향상할 수 있는 데다, 서울 면적과 인구가 그렇게 늘어나면 도시 경쟁력도 키우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국민의힘의 생각처럼 간단한 일일까요? 혹시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닐까요? 이 이야기는 '김포시: 서울 편입론의 허상' 두번째 편에서 자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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