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마무리가 왜 변화구를?” 1아웃이면 패배→배터리 대화 추측→노림수 적중…‘오지배’ 그 정도로 간절했다 [KS]
[OSEN=수원, 이후광 기자] 1아웃이면 경기가 5-7 패배로 종료되는 상황. 그러나 LG 캡틴 오지환(33)에게 포기란 없었다. 초구 볼 이후 마운드에 올라간 포수 장성우와 마무리 김재윤 배터리가 나눈 대화를 추측하며 노림수를 점검했고, 거짓말 같이 머릿속으로 예상한 직구가 다음 공으로 들어왔다.
오지환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KT 위즈와의 3차전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극적인 8-7 역전승을 이끌었다.
3회 우측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2루타로 방망이를 예열한 오지환은 5-7로 뒤진 마지막 9회 2사 1, 2루 찬스를 맞이했다. 동갑내기 친구인 KT 마무리 김재윤의 초구 볼을 침착하게 골라냈고, KT 포수 장성우의 마운드 방문 이후 김재윤의 2구째 가운데로 몰린 직구(145km)를 제대로 받아쳐 우월 역전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극적인 결승 홈런을 쏘아 올린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오지환은 “한국시리즈에 들어갔을 때 팀원들을 향해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8회 (박)병호 형 홈런 때 분위기가 처졌지만 또 찬스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앞에 오스틴이 출루하기만 바랐다. 선수들 모두 간절함이 느껴졌고, 나 또한 간절했다. 그랬더니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벅찬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극적인 홈런의 비결은 노림수 적중이었다. 초구 포크볼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볼이 되자 고개를 갸우뚱했고, 장성우-김재윤 배터리의 대화를 추측하며 2구째 직구를 예상했는데 신기하게도 한가운데에 직구가 들어왔다.
오지환은 “김재윤이 던진 초구가 체인지업인지 포크볼인지 모르겠는데 빠졌다. 그래서 무조건 직구가 들어오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라며 “(장)성우 형이 단순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김)재윤이가 우리나라의 최고 마무리투수인데 변화구 승부는 아니라고 봤다. 마운드에서 성우 형이 ‘직구를 자신 있게 던져라’라는 말을 해줬을 것 같았다. 결국 원 볼에서 거짓말처럼 직구가 날아왔다”라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 (박)동원이와 내가 한 몫을 했다.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점수를 만들었기에 이번 홈런은 의미가 있다. 처음 하는 한국시리즈에서 가을야구 첫 홈런을 때려냈다. 그 결과 2승 1패 우위가 됐다”라고 결승 홈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오지환은 이에 앞서 치명적인 포구 실책으로 5회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3-1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 장성우의 땅볼 타구를 향해 앞으로 뛰어들어 글러브를 갖다 댔지만 공이 외야로 빠져나갔다. 이어 좌익수 문성주의 3루 송구 실책까지 더해지며 1사 2, 3루 위기가 만들어졌고, 흔들린 함덕주, 백승현이 3-4 역전을 허용했다.
오지환은 “일단 날씨가 추웠다. 타구가 바운드 튀는 걸 보고 앞으로 나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위즈파크는 그라운드가 딱딱한 편이다”라며 “그런데 멈춰야하는 순간 멈추지 못했다. 내 실수였다. 이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이했고, 역전을 당해 마음의 짐이 생겼다. 그래도 많은 이닝이 남아있었고, 3-4 1점 차 승부가 이어졌다. (박)동원이가 역전하는 순간 다시 경기에 정상적으로 임했다”라고 전했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MVP는 다 받고 싶을 텐데 내가 받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내가 받고 싶다. 롤렉스 시계를 누구에게 줄 권한이 있다면 나한테 주겠다”라고 롤렉스 시계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한국시리즈 MVP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1998년에 앞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받는 LG 선수에게 주겠다"며 직접 구입한 롤렉스 시계를 받게 된다. LG는 1994년 우승 이후 작년까지 20년이 넘도록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롤렉스 시계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LG 구단 사무실의 금고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3차전 극적인 홈런으로 롤렉스 시계 경쟁을 원점으로 돌린 오지환은 “사실 박동원이 역전 홈런을 2개나 쳐서 끝난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웃으며 “사실 말로는 시계를 갖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 전에 우승이 큰 목표다. 나는 15년, 팬들은 29년을 기다렸다. 값비싼 시계를 내가 직접 살 수도 있어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팀이 그걸 목표로 두고 잘하고 있는 부분이 만족스럽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LG는 2차전에 이어 3차전 또한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두며 1패 뒤 2연승을 달렸다. 이제 29년 만에 우승까지 남은 승수는 단 2승이다.
오지환은 “우리가 우리를 점하게 됐지만 계속 많이 이겨야한다. 오늘도 보셨다시피 야구라는 스포츠는 공 하나, 아웃카운트 하나에 뒤집히고 또 뒤집힌다”라며 “긴장을 늦출 생각은 전혀 없다. 주장으로서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가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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