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노 윈(no-win)’ 된다···파월의 이유있는 매파 변신[뒷북글로벌]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11. 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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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여 만에 통화정책에 대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메시지가 강경해졌다.

윌리엄 더들리 전 연준 부의장은 "파월 의장이 시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안게 된 한가지 문제는 주가가 오르고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 즉 금융 여건이 완화된다는 데 있다"며 "이는 추가 긴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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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FOMC서 '비둘기' 발언 이후
금융 여건 1990년 이후 최대 완화
“물가 전쟁 승산 스스로 낮췄다” 비판
8일만에 ‘필요시 주저없이 인상’ 강경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IMF의 주최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국채 수익률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경제활동에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11월 1일)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입니다.”(11월 9일)

불과 일주일 여 만에 통화정책에 대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메시지가 강경해졌다. 2일(현지 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만 하더라도 채권 수익률 상승세를 지적하며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남겼지만, 이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았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준이 비둘기적 발언을 낼 수록 진퇴양난의 ‘승산없는 상황(no-win position)’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패널로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 대해서도 ‘헤드페이크(head fake·교란 지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2021년 12월 이후 올 6월까지 4% 후반에서 5% 초반을 오가다 최근 4개월 새 하락해 9월 3.7%까지 내려왔다. 파월 의장은 그럼에도 “2% 물가 목표로 돌아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몇 차례 (둔화하다 재상승하며) 교란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리 인상은 사실상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에 선을 긋는 메시지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의 비둘기 메시지를 바로잡고자 한 취지로 풀이된다. 11월 FOMC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마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금융 시장 빠르게 완화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금융 상황 지수는 지난주 0.5% 하락해 1990년 이후 주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FOMC 전날인 10월 31일 4.934%에서 8일 4.497%로 43.7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국채 수익률과 함께 움직이는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주 25bp 하락해 거의 16개월 만에 최대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4200을 넘지 않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400에 가까이 올랐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 발언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오히려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윌리엄 더들리 전 연준 부의장은 “파월 의장이 시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면서 안게 된 한가지 문제는 주가가 오르고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 즉 금융 여건이 완화된다는 데 있다”며 “이는 추가 긴축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준은 이에 과잉 긴축과 과소 대응 리스크의 균형을 찾기 위해 연준이 통화정책에 대한 어조를 보다 매파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JP모건체이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우리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냈다고 믿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은 인플레이션이 더 개선될 때까지 매파적인 어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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