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 더 증명할 것은 없다… 성숙해진 김석환, 새벽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김태우 기자 2023. 11.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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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좌타 최대 기대주인 김석환은 1군에서의 대폭발을 기대받고 있다 ⓒKIA타이거즈
▲ 2군서 더할 나위 없는 성적을 거둔 김석환은 이제 1군에서도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고, 또 가장 춥다. KIA 구단과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좌타 거포 자원인 김석환(24)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고, 또 퓨처스리그 성적도 좋다. 하지만 그 성적을 1군으로 이어 가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새벽이 꽤 길다.

2년간 그랬다. 용두사미였다. 2022년 시범경기에서 12경기에 나가 타율 0.310, 2홈런, 10타점의 맹활약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이들이 최형우 나성범을 이을 좌타 거포가 곧 출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정작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는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많은 기회를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인 성적이었다. 2022년은 적응 기간이라 여겼다. 하지만 2023년은 오히려 입지가 더 축소됐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79경기에서 타율 0.307, 18홈런, 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6의 맹활약을 펼쳤다. 폭격 수준이었다. 2군에서는 더 증명할 것이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 1군 12경기에 나가는 데 그쳤다. 안정된 기회가 없는 것에 대해 원망할 법도 했지만, 12경기 타율 0.130의 성적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타율이 떨어지니 자신의 장점인 장타를 보여줄 기회가 원천봉쇄됐다. 그렇게 1년이 아쉬움만 쌓인 채 끝났다.

그러나 김석환은 탓을 하지 않는다. 결국 환경은 자신이 바꿔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1년간의 2군 생활도 최대한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고 했다. 2군 일정을 좋은 성적 속에 완주한 것에 의미를 둔다. 그래도 처음 1군에 올라갔을 때보다는 시즌 막판 올라갔을 때 조금 더 준비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좌절보다는 희망을 봤다. 희망은 상처가 많았을 김석환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다.

김석환은 “확실히 아쉬움은 많았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언제 1군에 올라가는지를 밑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잘 준비하고 있다가 올라가자는 생각을 했다. 올라가서도 내 것을 바꾸지 말고 꾸준히 하자는 다짐도 했다. 2군에 있었던 시간이지만 그래도 가치가 있었다”고 1년을 돌아보면서 “1군에 올라가지 못하면 무기력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내가 좋아질 수 있는 게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나를 업그레이드한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고,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패인도 분석했다. 급했다고 했다. 김석환은 “1군에 올라갔을 때 뭔가를 보여주려고 급한 면이 조금 있었다. 욕심을 내고 힘도 들어갔다. 아무래도 결과가 중요했다. 거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5월에 올라갔다가 확장 엔트리 때 다시 올라갔는데 마지막에 1군에 갔을 때는 확실히 그런 조급한 생각을 지웠다. 한 번 나가도, 두 번 나가도, 아웃이 돼도 내 스윙을 하니까 좋은 타구도 나오고 안타도 나오더라. 생각이 많았는데 그런 것을 없앴다”고 위안을 삼았다.

▲ 김석환은 자신의 타격 메커니즘이 정착되며 내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KIA타이거즈
▲ 김석환은 자신의 장점인 타격을 앞세워 1군 외야의 두꺼운 벽을 뚫겠다는 각오다 ⓒKIA타이거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김석환은 1군에 올라가기 위한 왕도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꾸준히 하며, 최대한 많이 준비해 1군의 부름을 기다린다는 각오다. 다행히 스윙 메커니즘은 많이 정립이 됐다. 이범호 KIA 타격코치는 “프로 들어와서 가장 좋은 타격 자세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마인드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석환도 “계속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성을 찾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 잡혀가는 것 같다”고 땀을 훔쳤다.

사실 1군에 빈자리가 넉넉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1루를 했다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조금 넓을 수도 있었지만 외야에 전념하기로 했다. 외야는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KIA다. 자기 자리가 있는 선수들,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김석환은 후회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일념이다.

김석환은 “1루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서 감독님에게 외야만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말씀을 드렸다”면서 “우리 팀의 외야 뎁스가 두껍기는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잘 준비하려고 한다. 수비도 수비지만 타격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향대로 스프링캠프 때도 준비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이범호 코치의 말에는 이 큰 재능의 일출을 기다리는 구단의 여전한 기대가 담겨져 있었다.

▲ 최형우 나성범의 후계자로 큰 기대를 모으는 김석환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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