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공장’ 건설 숨고르기…전기차 둔화에 배터리업계 작전 변경

2023. 11. 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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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설립 중인 합작 2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를 점치고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이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했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이 굳어지면서 이 같은 전략이 수정되고 있다. 새 배터리 공장을 짓는 대신 기존 공장을 활용해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는 11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코치는 이날 공시에서 “포드·LG에너지솔루션·코치 그룹은 앙카라 지역 배터리 셀 생산 투자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현재 전기차 전환 속도가 배터리셀 투자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앞서 2월 발표한 MOU를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3사가 체결한 MOU는 구속력이 없고 본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올해 2월 이들 3사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가 유럽 시장에 출시하는 전기 상용차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포드와 코치는 튀르키예 내에 합작사 ‘포드 오토산(Ford-Otosan)’을 설립해 연 45만 대 규모로 상용차를 생산 중으로 물량의 상당수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3사 합작 배터리 합작 법인도 고성장이 예상됐던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고,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속되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3사 합작 법인 대신 기존 방식대로 직접 공급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포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3사는 신중한 논의 끝에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지금은 신규 배터리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데 상호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진했던 배터리 셀 생산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며 포드와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생산공장 내 배터리 셀 생산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는 등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갈 예정”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또 “2035년까지 유럽 전역에 전기자동차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는 포드의 목표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를 두고 LG에너지솔루션이 ‘경제적 실리’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시장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과 빠듯한 일정으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것 보다 기존 공장의 라인을 활용하면 각종 건설 및 시설 투자 비용뿐 아니라 숙련 인력 확보 및 교육까지 수조원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합작이 아닌 단독 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수익의 100%를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생긴 기존 공장의 유휴 라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원 활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폴란드, 중국 남경, 한국 오창, 미국 미시간 등 글로벌 공장을 운영 중으로 이러한 라인을 활용해 포드의 대규모 수주에 대응할 전망이다.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이 아닌 직접 공급을 택한 포드는 공고하게 협력을 해오던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후보로 고려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선택한 데는 LG에너지솔루션의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에 대한 대한 포드의 신뢰가 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포드와 코치는 지난해 3월 SK온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으나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다 결국 MOU를 종료하고 LG에너지솔루션으로 파트너를 바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GM과 추진하던 합작 4공장 건설 역시 최종 백지화하기로 정한 바 있다. 이미 GM과 미국 내 3개의 공장을 짓기로 한 상황에서 추가 공장 건설에 대한 이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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