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발 '200석 발언' 뭇매 맞는데…확보하면 감당할 수는 있나? [와이즈픽]
다시 소환된 이해찬의 '240석 발언'
무려 240석. 21대 총선을 딱 1년 앞두고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언급했다. 그는 '240석'을 21대 총선 목표로 제시하면서 "125명 원외 위원장이 다 당선되면 우리는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 실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으니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한껏 들떴을 것이다. 원외 위원장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자리임을 감안해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야당에선 "'자뻑'(자기도취)도 이런 '자뻑'이 없다"(자유한국당),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발언"(민주평화당), "집권여당 대표가 공석에서 할 말은 아니다"(정의당)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야당은 일제히 민주당을 오만한 집권여당으로 몰아갔다.
희망 또는 예상 의석은 좀 줄긴 했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21대 총선 직전에도 구체적인 의석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계속해서 절대 과반 의석 확보를 자신했다. 이른바 집토끼를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 민주당 당 대표 경선 때 "20년 집권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전 대표의 말까지 소환됐지만 이는 구체적인 의석수 언급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도 야당과 보수언론은 그를 오만과 거만 프레임에 가둬두려고 안간힘을 썼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거들었다. 21대 총선 직전 그는 180석 획득 예상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유 전 이사장은 민주당에 "물의를 빚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은 "정의당·민생당까지 다 포함해서 180석"이라는 의미였다며 "범보수가 200석 이상 가졌던 선거도 있었는데 범진보는 그러면 안 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다만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합한 결과였다.
연이은 민주당발 '200석 발언'…뜯어보면 '결'은 다르다
"연합 200석 만들어 주시면 그 안에서 맏형 노릇을 하겠다" - 이탄희 민주당 의원
"국민의힘 이탈 보수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 - 조국 전 장관
"수도권 백 스물 몇 개 의석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 -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내년 총선을 앞두고 200석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그것도 입을 맞춘 듯 비슷한 시기에…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라는 '간만의 승리' 이후 나온 민주당발 메시지라 더욱 주목받았다. 200석을 확보하면 모든 법안 처리가 가능하고 개헌은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추진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있었던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재의결을 통해 무력화할 수 있다. 그래서 '절대 의석'으로 불린다.
이번 200석 발언은 21대 총선 전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민주당의 독자적 의석 확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버리고 선거제를 과거로 돌리면 '직'을 걸겠다고 선언한 이탄희 의원은 "민주당 단독의 힘만으로는 할 수가 없다", "합리적인 보수 세력, 진보 야당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한 범야권 연대를 말한다. 자당인 민주당에는 통 큰 양보를 요구한다.
조 전 장관의 '200석' 의미도 이 전 의원과 비슷하다. 그는 자신의 SNS에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 그리고 국민의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썼다. 내년 총선 출마 시사와 신당 창당설까지 맞물려 그의 발언 파급력은 이전과는 달랐다. 누구보다 민주당을 긴장하게 했다. '건넜니. 못 건넜니?' 하는 '조국의 강'이 또다시 소환될까 하는 우려다.
화들짝 놀란 민주당 지도부…'200석' 감당할 수 있을까?
200석 발언이 연이어 나오자 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자중시켰다. 이재명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모든 선거를 앞두고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도부도 비슷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거나 때로는 다가오는 총선의 승리에 대해서 마치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하는 그런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뜻을 잘 반영하는 정청래 최고위원도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고개 쳐들고 오만한 것"이라고 했다. 대놓고 말하지 말라는 얘기다.
발언 자체 논란보다 200석을 확보하면 지금의 민주당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탄희 의원이나 조 전 장관 말대로 민주당 단독이 아닌 '진보 야권·범보수' 연합이더라도 결국 민주당이 잘해야 200석 의미를 살릴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163석. 여기에 위성정당이 얻은 17석을 합해 180석을 확보했다. 선거 바로 다음 날 "승리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이해찬 대표),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이낙연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두려운 마음으로 자만하지 않고"(이인영 원내대표)라는 말이 일제히 나왔다. 선거 압승에 도취되지 않고 일체의 오만함을 걷어내려 했다. 당장 선거 때 약속한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며 정책에 집중하는 듯했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규모를 놓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선 집권여당으로서의 올바른 지적이 부족했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내로남불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오히려 역공을 펼치다 그대로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정통 지지층인 20대 청년층이 등을 돌렸다. 민심은 2016년 촛불 혁명 이후 민주당에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압승, 그리고 180석 확보라는 결과를 안겨줬지만 민주당은 민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과는 지난해 정권 교체에 이은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보면 민심은 다시 한번 민주당에 기회를 주려는 듯하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이게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철저히 민주당 하기에 달려 있다. 진정 대안 세력으로서의 모습을 갖춘다면 선택을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당이 아닌데도 심판을 받아야 한다. 2008년 총선 때 지지층의 낮은 투표율로 참패했던 당시 민주당이 그랬다.
민주당은 200석 운운에 앞서 200석을 확보한 이후의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부터 스스로 물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강서 선거 이후 반전을 꾀하려는 국민의힘의 '김포 편입'과 '공매도 금지' 의제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총선용이라는 비판에 머물며 여당발 의제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강서 선거 이후 반짝 주목받던 민주당이 또다시 잘 보이지 않는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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