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2023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SDF다이어리]
지난주 목요일(2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역대 11월 중 가장 높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가을날,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SBS D포럼(SDF) 2023’이 개최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리는 사실상 첫 포럼인 만큼, 올해 SDF는 객석에 빈 좌석이 거의 없을 만큼 참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아 포럼을 경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쉽게 포럼을 놓친 분들을 위해, SDF2023의 주요 내용들, 핵심만 정리해 전해드립니다. 이미지 생성 AI가 만든 패턴과 디자인을 활용해 제작된 SDF의 무대에서 연사들은 기술과 더불어 미래를 살아갈 혜안을 제시하며 객석과 소통했습니다.
첫 번째 기조 연설자로 나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최연소 석좌교수이자 엔비디아(NVIDIA) AI 연구 책임자인 아니마 아난드쿠마르 박사는 AI가 기후변화나 의학과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문제의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니마 박사는 “AI는 사라질 일시적 유행이 아니며, 산업계 리더들은 장기적이고 실용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기조 연설자로 두 분을 모셨는데요. 공동 기조 연설자인 삼성전자 강문수 어드밴스드패키지 부사장은 우리나라의 대표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가 AI 시대에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반도체도 메모리와 로직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가깝게 구현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라고 밝힌 강 부사장은 “반도체 기술의 진보와 혁신의 열쇠는 ‘첨단 패키지 기술’에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중장기적인 화두를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SDF 공동연구’는 올해도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SBS문화재단과 함께 한 공동연구의 책임자인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시대 경제 패러다임을 다시 쓰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과학기술 10개 분야에서 - 양자 컴퓨팅, 암호, 수소생산 촉매, 신뢰기반 인공지능, 체화 인공지능, 인공지능 항체설계, 노화, 차세대 반도체, 적응적 로봇, 차세대 배터리 - 질문을 도출해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변화하는 시대, 대한민국이 기술주권을 확보하고 경제안보를 지켜내며, 글로벌 제도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적 컨트롤 타워 구축 ▶증거기반 통합적 전략 수립 ▶한국적 규제 프레임 설정 ▶기술 분야 국가적 투자 확대 ▶공직사회 평가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연구진의 정책 제안에 대해 정부의 구체적인 답변을 이끌어 낸 것은 올해 SDF의 큰 성과 중 하나입니다. 개막에 앞서 이뤄진 SDF 특별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재임 중 R&D 예산을 늘려갈 것이고, 많이 늘릴 것"이라며 예산 증액을 약속했고, 특별 연설자로 무대에 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국형 규제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올해는 ‘AI 시대, 다시 쓰는 경제 패러다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기술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연사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전문가용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든 경험을 통해, 생성형 AI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하려면 높은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창작자와 개발자 간의 데이터 연대인 ‘1T 클럽’을 시도하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AI가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 극복을 위해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고요. 이교구 수퍼톤 대표는 AI 음성기술이 가속화하는 ‘창작자 경제’에 대하여, 배여운 SBS 디지털뉴스제작부 기자는 저널리즘과 AI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정치인 이슈 요약 서비스 ‘폴리스코어'를 소개했습니다.
AI 시대에 불거질 일자리 이슈나 기후 위기와 연결해 AI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연도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소아스칼리지 연구교수는 일자리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와 SBS문화재단의 공동 연구를 이끌어온 정수종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은 현재 민간 투자가 왜 기후테크 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한국이 기후테크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클린, 카본, 지오테크’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포럼의 마지막을 장식한 베스트셀러 「로봇의 지배」의 저자인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AI는 명과 암이 있지만 위기보다는 기회가 많다면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한다면 낙관적인 미래를 실현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포럼은 로봇공학자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가 실제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채 무대에 올라 실감 나는 강연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는가 하면, 오프닝 퍼포먼스에서부터 이동형 로봇 ‘뉴비’가 안무가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강연장 바로 옆에 마련된 체험존에서는 SBS 미디어기술연구소가 개발한 AI 음성인식 시스템을 비롯해, 과거얼굴인식 서비스 등 이미지, 음성, 로봇, 위성 등 AI 관련 다채로운 경험도 선사했습니다.
내년은 SDF가 2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더욱 심기일전해 알찬 강연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올해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다이어리'에 먼저 소개됐습니다. 'SDF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한발 앞서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SDF다이어리를 구독해주세요.
이혜미 기자 par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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