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E'는 끝났다?…전세계 디앱 2위 '스웻코인'이 노리는 반전[인터뷰]
"디플레이션 구조로 토큰이코노미 설계…블록체인 진입장벽도 없앴다"
(리스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해 초 '운동하며 돈 버는(Move to Earn, M2E)'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운동하면 지급되는 토큰 보상의 양도 늘어났고, 그만큼 더 많은 토큰이 발행되면서 토큰 가격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70만명을 넘어섰던 스테픈이 대표적인 예다. 토큰 가격이 10분의1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MAU는 1만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이에 'M2E'의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반전을 노리는 서비스들은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스테픈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토큰이코노미를 개선하고,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끌어들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스웻코인은 그 중 대표적인 예다. 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집계 사이트 댑레이더(DappRadar) 기준 활성화된 디앱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0일 기준 스웻코인의 활성화된 지갑 수는 16만3000개에 달한다. 블록체인 기반 디앱은 가상자산 지갑을 연결해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일간 활성화이용자 수가 16만명 이상인 것으로 해석된다. 총 이용자는 200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데는 스웻코인이 원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웹2' 앱이었던 영향이 컸다. 본래 스웻코인은 2015년 출시된 건강 앱으로, 사용자의 걸음 수에 따라 캐시 포인트 보장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 모델로 스웻코인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1억2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이후 지난해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에 더해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웹3' 모델로 전환했다.
1억명 이상의 이용자 기반이 있는 만큼, 스웻코인은 웹3 세계에서도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렉 포멘코(Oleg Fomenko) 스웻코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니어콘(Nearcon) 2023' 현장에서 <뉴스1>과 만나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니어프로토콜 만난 후 웹3 전환…블록체인 진입장벽 없앴다"
스웻코인은 걸을 때마다 가상자산 'SWEAT'과 기존 데이터베이스 기반 포인트 '스웻코인'이 쌓이는 서비스다. 가상자산인 SWEAT은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 기반 포인트인 스웻코인으로는 앱 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올렉 CEO는 가상자산 보상을 도입한 계기에 대해 "스웻코인을 처음 출시하던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고려했으나, 당시는 비트코인이 유일한 블록체인이던 때라 중앙화된 앱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이 나온 이후 매년 블록체인 온보딩을 고려했지만 이미 많아진 유저 수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21년 올렉 CEO가 일리야 폴로슈킨 니어프로토콜 창업자를 만나면서 바뀌었다. 올렉 CEO는 "2021년 일리야를 만났을 때, 니어 블록체인이 초당 1500개 거래를 처리할 수 있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며 "거래 수수료가 저렴한 것도 니어의 강점이었다. 스웻코인은 이집트나 튀르키예 같은 개발도상국 이용자들의 비중이 높아서 거래 수수료가 저렴해야 했고, 수수료가 건당 1센트 미만인 니어 블록체인이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웻코인은 지난해부터 니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걸음 수에 따라 가상자산 SWEAT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SWEAT을 담을 수 있는 지갑 '스웻월렛'이 있고, 스웻월렛이 기존 스웻코인 앱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기존 웹2 앱이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앱으로 전환한 만큼,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진입장벽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고 올렉 CEO는 밝혔다.
그는 "기존 웹3 디앱들의 진입장벽이었던 UX(사용자경험)를 크게 개선했고, 용어도 가상자산을 잘 모르는 이용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바꿨다"며 "예를 들어 '스테이킹(예치)'은 'Grow Jar(자라나는 항아리)'로 표현해서 가상자산을 보관하면 보상이 붙는다는 개념이 이해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SWEAT은 디플레이션 코인…코인 외 방식으로 수익 창출"
웹3 전환을 택하면서 스웻코인이 마주한 건 블록체인 기술의 진입장벽만이 아니었다. 기존 'M2E' 서비스들의 실패 원인이 된 토큰이코노미를 해결해야 했다. 걸음 수에 따라 꾸준히 토큰이 지급되면, 그만큼 토큰의 발행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하락할 수 있어서다.
이에 스웻코인은 SWEAT을 '디플레이션화된(Deflationary)' 가상자산으로 설계했다. 토큰 발행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처음에는 5000걸음을 걸으면 토큰 1개를 얻을 수 있지만, 갈수록 토큰 1개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이 걸어야 하는 구조다.
이는 비트코인 반감기와 비슷하다고 올렉 CEO는 설명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채굴 보상이 반으로 줄어들면 이전과 같은 양의 보상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채굴 컴퓨팅 파워를 투입해야 한다.
스테픈의 사례를 반면교사삼아 진입장벽을 없앤 것도 스웻코인의 특징이다. 우선 스테픈은 고가의 신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구입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수익모델은 NFT 판매 수익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이용자들이 NFT 구입을 위해 지불한 돈이 기존 이용자들의 걸음 보상이 되는 폰지 구조가 탄생했다.
이에 스웻코인은 NFT 구입 같은 진입장벽을 없앴다. 올렉 CEO는 "진입장벽이 없고, 폰지 구조의 토큰이코노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비트코인 반감기처럼 토큰 발행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디플레이션화된'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코인 없이도 건전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렉 CEO는 △브랜드와의 파트너십 △광고 △구독 모델 세 가지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스웻코인에 가상자산 SWEAT만 있는 게 아니라, 기존 데이터베이스 기반 포인트도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SWEAT은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지만 기존 포인트인 스웻코인은 앱 내에서 물건을 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올렉 CEO는 "건강에 관심있는 이용자들이 모여 있다 보니 피트니스, 스포츠, 영양제, 패션 등 분야의 브랜드들이 이용자들에게 무료 제품을 나눠주고, 스웻코인과의 점점을 확대하고 싶어한다"며 "일차적으로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독 시 걸음 보상을 더 많이 얻고 앱 내 마켓에서 특별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 구독' 모델도 있다. 구독 모델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금은 소폭 적자라고 그는 밝혔다. 올렉 CEO는 "지금은 웹3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폭 적자이지만, SWEAT 자체가 디플레이션화된 코인이므로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용자에게도, 사회에도 도움되는 앱"…스웻코인의 포부
웹3 전환 후에도 전 세계 2위 디앱을 차지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낸 만큼, 스웻코인은 가상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을 웹3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올렉 CEO는 "다른 M2E 프로젝트들과 달리 우리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게 강점"이라며 "토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게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는 물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스웻코인의 목표다. 올렉 CEO는 "스웻코인은 일상 속 작은 변화부터 추구하게끔 함으로써 이용자들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수익도 플랫폼이 아닌 이용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웻코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국 정부의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사회와 정부에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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