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 감자 드세요”
[앵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가 지난 3일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이라는 분기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북한을 외부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FAO 조사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는데 북한은 지난 17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외부로부터 식량을 지원받아야 하는 나라로 선정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2011년에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지역에 적합한 다수확성 감자 품종’ 연구를 시작했죠.
그런데 최근 그 결실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통일감자’라고도 불리는 이 감자는 북한뿐 아니라 생육조건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확인돼 지구촌의 식량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통일감자 재배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감자 수확이 한창인 괴산의 한 농장.
20년 차 농부, 김홍은 대표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다른 곳은 다 수확이 끝난 것 같은데 저 밭만 초록색이에요.) 네, 금년부터 새로 나온 신품종 감자인데 추위 1년에 이모작 되는 감자에요. (지금 보러 가볼까요?) 네, 지금 작업 중이니까 한번 가보시죠."]
늦더위와 추위를 오간 날씨에도 감자밭에는 생생한 초록 기운이 가득했는데요.
이곳 충북 괴산은 이제 꽤나 추워졌습니다.
한국은 겨울의 시작인 24절기 중 19번째인 입동을 맞이했는데요.
오늘 수확할 감자는 다른 감자와는 다르게 추위에 강하다고 합니다.
‘통일 감자’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신품종 감자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실까요.
감자잎은 싱싱하고 감자꽃은 활짝 피었습니다.
지난 8월 22일, 3천 제곱미터의 농장에 심은 감자들은 얼마 전 세 번의 서리를 맞고도 무럭무럭 영글었다고 하는데요.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추위에 정말 강한 종잡니다."]
사실, 김홍은 대표는 최근 4~5년 전부터 농사를 지으며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변화무쌍한 기후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기후 변화가 가장 많이 심하니까 다른 품종들은 오래됐잖아요. 수확량이 떨어지고 또 하나는 특성이 중부 지방 이후로는 1년에 1모작밖에 안 되거든요. 근데 이 '통일 감자'는 2모작이 됩니다. "]
같은 밭에서 한 해 두 번의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병충해와 어떤 날씨에도 강해 기대 이상의 생산량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지금까지 제가 감자 농사지어 온 종자에 비해서 40~45%가 향상이 돼요. 생산량이 높게 많이 나오는 이유는 감자가 커요."]
'통일 감자'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신품종 감자는 북한과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에선 감자를 무척 중요한 식재료로 여기는데요.
각종 감자요리를 소개하고, 감자를 건강식품, 장수식품으로 내세웁니다.
[조선중앙TV/11월 7일 : "감자는 이렇게 인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서..."]
감자 종자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북한의 대표적 감자 산지인 양강도 대홍단군.
이곳의 농부는 한해 감자 농사를 결정짓는 요소로 날씨를 꼽습니다.
[김철민/대홍단군 농업경영위원회 : "변덕스러운 날씨로 해서 감자심기에 서는 대단히 불리한 조건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감자 농사는)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 랭해를 극복하는가 극복하지 못하는가가 좌우되게 됩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는 북한에선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감자의 주식화를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임영석/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 "북한에서도 이제 감자도 흰쌀 밥과 같다라고 할 정도로 감자도 하나의 식량 작물로 주력하게 됐고, 왜냐하면 요즘 가뭄도 심하고 해서 쌀농사도 어려움이 많으니까 그래도 감자는 쌀농사에 쓰는 물에 20%면 되거든요."]
저도 감자 캐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호미로 조심스럽게 흙을 파니, 씨알이 제법 큰 감자가 모습을 보입니다.
알차게 자란 감자를 하나, 둘 수확할수록 감자밭에도 웃음꽃이 핍니다.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와 지금 한번 캤는데 엄청 큰 거 두 개 나왔거든요. 보물 캐는 이런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죠. 농사꾼이 이 재미로 농사짓는 거에요. 신기하잖아요."]
이렇게 수확한 감자를 창고로 옮기는 길.
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벼운데요.
열악한 기후 환경과 토양에서도 한해 이모작이 가능한 '통일감자'는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 시작이 됐습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10년이라는 세월을 오롯이 이 '통일감자'에 쏟은 감자 육종가 임영석 교수의 노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창고 한 편에는 내년 봄에 심을 감자 종자가 가득히 쌓여 있습니다.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이건 종자용이에요. 내년 봄에 밭에 심어서 6월에 수확할 거죠. (여기 전부 다 종자인가요?) 그렇죠."]
‘통일 감자’ 개발을 이끌어온 임영석 교수가 연구소에서 공수한 또 다른 종자를 꺼내 보입니다.
[임영석/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 "이게 작지만 심으면 큰 감자가 달립니다. 아까 보신 것처럼 주먹만한 감자."]
'통일 감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이 종자는 무균상태의 온실 환경에서 생산된 연구의 결정체라고 합니다.
[임영석/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 "첨단 시설에서 조직배양을 통해서 이걸 바이오 씨감자를 개발한 거거든요. (이 종자가) 3~4대까지 내려가면서 종자가 생산되는 겁니다."]
12년 전인 2011년 강원대가 ‘북한지역 적합 다수확성 감자 품종개발’ 연구를 시작했는데, 올해부터 우리 농가에 실제 종자가 보급돼 재배되고 있는 겁니다.
임영석 교수는 강원도와 전라도 등 전국을 돌며 시험 재배한 끝에 사계절 전천후 재배가 가능한 감자품종을 탄생시켰습니다.
[임영석/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식량 생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고, 통일에 대한 염원이 있고 글로벌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감자로 '통일감자'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실제로 '통일 감자'는 척박한 환경에 심어도, 크기와 무게가 알맞게 자라 농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임영석/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 "(평균적으로 감자가 몇 그램(g) 정도 나가나요?) 감자는 평균적으로 150~250g. ((감자) 두 개 정도 올리면 어느 정도 나와요?) 두 개는 500g (딱 두 배 넘네요.) 두 개 했는데 1.15kg이에요."]
육종은 식물을 진화시키는 과정으로, 긴 시간과 끈기가 필요한 연구입니다.
여러 농민들과 합심해 개발했다는 '통일 감자'.
'통일 감자'의 등장으로 농부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김홍은/○○영농조합 대표 : "이걸 농민들에게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멀리는 북한을 비롯해서 중앙아시아까지 종자를 수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통일 감자'를 북한에 보낼 수는 없지만,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세계 곳곳에 전달한다면,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댑니다.
[임영석/강원대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 "'통일감자'가 남북 모든 농민에게 소득에 큰 보탬이 됐으면 좋겠고 최근 들어서 극심한 기후변화와 전쟁, 가뭄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데 '통일감자'가 북한에 가서 보급이 될 수 있다면 제 감자의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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