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발 ‘메가서울 논쟁’, 양쪽 다 실익 없다?

박송이 기자 2023. 11.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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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연장’ 김포시 부담 줄겠지만, 실현 가능성 더 낮아져
김포시 세입 감소로 서울시 재정자립도 낮은 자치구들 피해
11월 5일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국민의힘 김포-서울시 편입 당론추진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과 출퇴근이 공유되는 곳은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고 진행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포시뿐만 아니라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는 광명, 구리, 하남 등의 경기도 도시들의 편입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포시 서울 편입’은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으로 풀이된다. 21대 총선 기준 수도권 의석수는 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으로 121석이다. 전체 의석수 111석인 국민의힘의 수도권 의석수는 17석에 불과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감을 느낀 여당이 ‘수도권 표심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주장하며 드는 근거로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가 있다. 서울로 인구가 모여들다 보니 서울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주거 불안정이 계속됐다. 그 결과 경기도에 신도시가 만들어졌고, 신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상당수가 서울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경기도와 서울시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일치시켜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논리로 김포 등을 서울로 편입하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의 논의는 생략한 채 나온 정치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제로섬 게임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으로만 나온 이야기다. 이전 정부에서도 국토균형발전은 계속 논의돼왔고, 윤석열 대통령도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제시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서울 면적을 넓히겠다는 건 굉장히 정치적인 발표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김포는 서울과 아주 일부만 맞닿아 있고, 좁고 긴 구역을 지나서야 면적이 넓어진다. 생활권역을 따져 서울에 편입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구리, 하남, 광명, 과천이 오히려 더 있다”라며 “서울로 편입시키기에 가장 안 좋은 조건인 김포를 거론한 것은 이 같은 다른 도시들을 자극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상생 전략이 아닌 수도권 ‘제로섬’ 게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경기도 시·군 중에 산업시설, 재정자립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시·군이 주로 서울 근처에 있다. 이들이 서울시에 편입되면 경기도의 성장 전략에는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다. 경기도와 서울이 동반성장해야 수도권 전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지 한쪽은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다른 한쪽이 성장잠재력을 키우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그렇게 된다면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논의의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수도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먼저 논의한 후, 그후에 필요하면 행정구역 개편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 GTX는 모두 서울로 향하고 있는 일극 체제인데, 순환형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또 서울에서 인천이나 경기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 일자리가 무엇인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라며 “수도권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그에 따라서 교통망이나 산업 분배 등을 논의하면서 행정구역 개편도 논의해볼 수 있다. 김포가 포함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이 포함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어쨌든 그건 가장 마지막 단계다”라고 지적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균형발전의 큰 그림이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지역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수도권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과정에서 수도권이 생활권을 공유하게 되면서 이런 문제는 계속 터질 것이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만 보면 안 된다. 전 국토 차원의 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이 있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문제다. 김포 이후에 또 다른 시들이 원하면 서울을 더 확장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개념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작아진 파이

국토균형발전 측면뿐만 아니라 김포시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포시의 시급한 현안은 교통난이다. 김포골드라인은 출근시간대 최대 290%, 평균 240%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혼잡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을 잇는 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이 숙원사업이다. 김포시는 서울시로 편입되면 김포시가 건설비용의 15%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은 광역철도로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7 대 3이다. 김포시는 경기도와 함께 30%를 부담하게 된다. 만약 김포시가 서울시로 편입되면 광역철도가 도시철도로 바뀌고 국비와 지방비 비율은 5 대 5가 돼 서울시가 50%를 전부 부담하게 된다.

한편에선 그러나 이 같은 서울시의 부담이 5호선 연장 추진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월 7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김포시에서 5호선 연장을 추진 중인데 서울시로 편입됐을 때 서울시 부담(지방비 전액 부담)이 늘어나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김포시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은 있지만, 서울시가 이 비용을 다 대고 5호선을 추진할 것인가는 서울시의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세수 구조 변경으로 세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면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서울시가 불교부단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 경기도, 김포시의 손해인데, 교부세를 안 줘도 되는 중앙정부에는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중앙정부는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법적 의무지출에 대해 차등보조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가 80%를 지원하면 지방정부가 20%를 부담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보조금을 적게 받는데,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김포시 또한 더 많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라며 “이 또한 김포시와 경기도의 손해가 될 것이고, 중앙정부에는 이득이 될 것이다. 지방정부 간 파이싸움이 아니라 지방정부에 가는 파이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포가 서울시로 편입되면 지방소득세, 자동차세, 주민세, 담배소비세 등도 서울시가 거둬간다. 김포시의 세입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서울시에 꼭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1월 6일 열린 2023년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송재혁 서울시의원은 “김포시 재정자립도는 37.16%로 전국 평균인 45%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김포가 서울시에 편입돼 세수입 감소가 발생하면 재정자립도는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에 배분돼야 할 재산세가 김포로 넘어가게 돼 서울시의 열악한 여러 자치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11월 8일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세미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포 서울 편입’에 따른 세수 감소에 대해 “재산 가치가 증식된다. 이로 인해 올라가는 부동산세, 소득에 대한 지방세 등이 더 많이 걷히기 때문에 줄어드는 세수를 상쇄하고 남을지 부족할지는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세수가 꼭 줄어든다고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재산세가 늘겠다는 건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는 전제인데 서울시로 편입됐을 때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안 오를지는 모른다. 세수를 그런 식으로 추계하지는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지방은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 편입을 ‘메가시티 서울’로 확대 추진 중이다. 지난 11월 7일 국민의힘은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조경태 위원장은 “12월까지는 특별법이 됐든, 일반법이 됐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하며 “(서울 편입에) 특정 지역 한두 군데를 포함할지 서너 군데를 포함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면적이나 인구를 확대하는 것은 메가시티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김진유 교수는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다. 서울이 메가시티가 아니니까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행정구역 안에 인구 1000만명이 넘어야 한다고 하는데, 도쿄(도쿄23구)도 뉴욕도 인구가 1000만명이 안 된다”라며 “서울이 좀더 경쟁력을 가지려면 주변 도시와의 연결 및 교통망을 강화하고, 주변 도시와 산업 분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산업 기능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변에 있는 도시를 합쳐 인구를 늘리고 면적을 늘리는 방식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마강래 교수도 “서울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는 메가시티이고 수도권은 슈퍼메가시티다”라며 “면적이 넓어지고 인구가 많아진다고 해서 메가시티의 힘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2000만명 규모의 도시인 인도 뭄바이가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대도시권이 돼야 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로 평가되는 싱가포르는 550만명이고 홍콩은 750만명이다. 서울은 지금 인구나 지금보다 적은 인구로도 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다. 인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공간구조가 효율화돼 있는지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메가시티’는 인구감소가 심각한 지방 중심으로 논의돼야 할 의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마 교수는 “서울의 생활권과 행정권역의 불일치 문제는 수도권에서 해결할 문제다. 이 문제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푸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바람직하지 않다. 생활권역과 행정권역을 일치시키기 위해 광역연합기구가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교통, 소각장 등의 설치 문제, 의료시설 등을 풀어가야 한다”라며 “서울은 그런 식으로 풀되 중요한 건 지방이다. 지방은 존망의 문제,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김포 서울 편입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으로 벌인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김포시 등 서울 주변 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효과적인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응답은 19%,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제안’이라는 응답이 68%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도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이라는 응답은 서울 20%, 인천·경기 16%에 불과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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