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견장서 구조돼 도살자에 입양간 개들 “몰랐어” [댕냥구조대]
도살 이력자에 입양…논란 일자 다시 센터로
동물 단체 “구조한 15마리 같은 날 자연사” 의문제기…“서로 싸우다 사고”
300여 마리 유기동물 관리…인력 태부족 우려에 “인력 안 부족해”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가 도견장에서 긴급 구조한 개들을 다시 도견장으로 입양 해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도견장은 ‘불법 도살’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 되고 있다. 특히 이 도견장에 재입양된 개 중에는 전산상 ‘중성화’로 표기 돼 있었지만 임신한 상태의 개도 있어 평상시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11일 동물권단체 케어와 함께 민간 모니터링 요원들은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입양 현황 등을 한달 여에 걸쳐 상시로 모니터링 하고 춘천시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차례 면담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내용들을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임신 상태로 도살될 뻔”…입양자 검증 부실
도견장에서 구조 돼 다시 도견장으로 입양간 해당 개들의 이름은 ‘웅이와 케리’다. 앞서 지난달 25일 KBS는 강원도 춘천의 한 도견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구조된 웅이와 케리가 다시, 해당 도견장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입양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춘천시 동물보호센터가 동물 입양 과정에서 입양자의 자격이나 기르는 환경 등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웅이는 도견장으로 돌아가는 당시 새끼 7마리를 임신한 상태였다.
도견장의 환경은 심각했다. 해당 도견장을 민간 모니터링 요원들이 직접 가보니, 뜬장에 썩은 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하고 있었다. 민간 모니터링 요원과 케어 관계자는 “실제로는 도견장 옆 계류 형태의 고물상에 아이들을 두었는데 이 곳에는 웅이와 케리를 포함해 개 6마리와 고양이 1마리가 있었고 이들에겐 각종 피부병 등이 육안상으로도 확인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몇일 간 더 상황을 모니터링 후 요원들은 춘천시에 해당 도견장을 제보했지만 춘천시는 즉각 조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춘천시 측은 “제보자들이 제보를 위해 직접 온건 맞지만 가보니 다른 개들만 있더라. 주소가 잘못 된 거 같다”고 답했다.
춘천시 제보자들은 “웅이와 케리의 마이크로칩을 통해 입양자를 수소문 해보니 도견 업자가 아닌 개 도살업자였으며 현재도 개 도살업을 하는 정황들을 곳곳에서 포착했다며 관련 증언과 정황들을 보고서로 만들어두었다”며 “실제 케리는 어느날 가보니 급격하게 프로틴을 급여해 살을 찌우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춘천시 측은 이에 대해 “평상시 처리 민원도 많아서 그 당시(입양 당시) 다른 민원들을 처리 중이었다”며 “동물보호단체에서 증거를 가지고 와서 입양자가 불법도살업자인 걸 알았고, 현재는 그걸 알고 다시 데려와 보호 중이다”라고 답했다.
다만 춘천시는 그간 동물단체와 모니터링을 수행한 민원인들에게 “사후관리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센터 내 동일한 날 ‘집단 자연사’도 의문제기
해당 동물보호센터는 입양자 검증에 대한 부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웅이의 경우 기존에는 전산상 ‘중성화’라고 기재 돼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살펴보니 임신 중이었고 현재 7마리의 새끼들을 출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개들 상태는 수기로 입력하다 보니 표기가 잘못 돼 있었다. 원본 서류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센터 내 15마리가 같은 날 갑자기 자연사로 처리된 부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동물단체와 모니터링 요원들은 “긴급 구조돼 보호센터에 들어온 개들 중 15마리가 같은 날 집단으로 자연사 됐다고 전산상 나와 있는데 이 점이 의아하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측은 “지난 9월 8일 도견장에서 개들 98마리를 구조해 합사하는 개체수가 늘면서 임시 전사를 짓고 있었는데, 임시 전사를 다 짓기 전에 개물림 등이 사고가 났었다”고 답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CCTV 등 명확한 정황이 담긴 증거가 없는 이상 담당 직원의 증언이 대부분의 증거인 만큼 추가적인 상황 파악은 어려울 수 있다. 동물권연구단체 PNR 이사로 활동 중인 법무법인 하신 안나현 변호사는 “동물 학대 등으로 인한 피해사실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선 보통 사진, 담당 직원의 증언 등을 간접 증거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30여 마리 유기견…인력 태부족 원인 지적도
현재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330여 마리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보호 중이다. 문제는 유기 동물들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 나는데 반해 관리 직원들 수는 그게 비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는 공무직 4명과 기간제 근로자 8명 그리고 청소 등을 담당하는 시니어 관리자 6명 등 총 18명이 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춘천시는 “전염병이나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고 공격성이 심할 경우 동물보호센터 지침에 의해 인도적 처리를 하지만 대부분은 보호 중”이라며 “현재 인력으로 잘 관리되고 있긴 하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나 민간 등 동물보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에 대해 보다 촘촘한 책무를 다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마련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나현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제4조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다만 벌칙 조항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육동한 춘천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관내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무관용 엄중 대응에 나선다”며 “특히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와 불법도견장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동물보호센터 내 유기견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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