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투리 집결 '말모이 연극 축제'

이상현 2023. 11. 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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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국어사전에서 이름을 따온 말모이 축제가 최근 한반도 전역의 언어를 담은 연극들을 선보이며 진행됐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제주도 전라도 경상도 뿐 아니라 북한 지역 사투리로 만들어진 연극도 무대에 올려졌다는데요.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대한민국 연극의 메카, 서울 대학로에 우리 말, 한반도의 언어가 총출동했습니다.

제주도에서부터 전라도, 경상도, 또 북한 지역 사투리까지.

5년 째 개최된 '말모이 축제' 현장으로, 한반도 전역의 언어와 문화를 체험해보는 공간이 마련됐고요.

"자, 경상도, 맥지? 뒤에 어 뒤에" "괜히!" "괜히, 정답! 앞으로 나오세요, 뛰어나오세요."

야외에서.

"<조선의 눈동자> 전라도 사투리 연극 시방 난리가 나부렀다는데 요기서 도대체 뭣들하고 있는지 모르겄네~ 아이고 인자 할거여 인자 할거여"

극장에서.

"<포빅타운> 경상도 연극 언제 했는데? 거 좀 오래 됐십니더. 남자 혼자 딸내미 키우는 게 쉽지 않았을 낀데 우짜노? 아이고 아닙니더"

각 지역의 사투리로 만들어진 연극들도 사투리 퀴즈와 함께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낭땡이로 확 쳐불구정 하다> 제주도 연극 무사 갑자기? 아니 그냥 궁금해부난. 그냥 이것저것 했주게. 이것저것 어떤 거? 이것저것, 무사 자꾸 물어밤시?"

"'부치럽다'입니다. 어떤거요? 부질없다? 아닙니다. 너무 아까워요~. 부끄럽다! 맞습니다!"

[이자순/제5회 말모이축제 조직위원장] "사라져가는 우리 사투리를 저희가 공연작품을 통해 좀 더 쉽게 다가가서 익숙하게 해줌으로 해서 그게 낯설지 않게 그리고 후대들한테도 사투리의 가치라든가 이런 부분이 가슴에 담기게끔 하려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한반도 전역의 언어로 펼쳐지는 이 말모이 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말이 하나 있죠? 바로 북한 사투리인데요, 그 이북 사투리로 만들어진 연극 한편이 잠시후 이곳 대학로 무대에 올려진다고 합니다. 그 공연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 내붙은 알듯 모를듯한 제목의 포스터 한장.

일제강점기, 평안북도 출신인 소월 김정식의 시와 언어로 꾸며졌다는 연극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이었습니다.

[김원석/연출(명품극단 대표)] "하다보니까 평안도 사투리가 너무 정감이 있고 고향의 소리처럼 예전에는 그냥 북한 말 이러면 굉장히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김소월의 작품을 분석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친근하고 우리 민족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됐습니다."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연극은 시작됐고, 홀로 등장한 청년 김소월.

극심한 관절염 통증으로 아편에 손을 댔고, 환각 속에 고인이 된 아버지와 마주합니다.

"야 이거 완전히 미추과이가 된 거이가? 완전히 아편쟁이가 되버렸어. 츤국의 맛이 이런 거이 아닌가 싶슴네다, 아바지, 그 짝에도 이런 거이 많습네까?"

일본인들로부터 폭행당해 정신이상자로 살다 운명을 달리했던 아버지.

[정윤영/소월 아버지 역(평안도 실향민 2세)] "이 작품을 하면서 잊혀졌던 사투리들이 잠재의식 속에 있었던 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제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시 생각하게도 해주고, 또 잊었던 평안도 사투리의 매력, 이런 것도 이번에 충분히 많이 느끼게 돼서"

그 아버지, 어머니보다 다정했고 어릴 적 민요를 많이 불러줬던 숙모와의 추억은 훗날 소월의 한 서린 민족적 시풍에 큰 영향을 끼쳤고요.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학창시절 만난 3살 위 누나, 오순과의 첫사랑.

"야 이 소월이 불망중이야. 너도 오마니를 님이라고 부르지 않네? 내레 다 봤는데." "내레 오마니를 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는데 대체 무얼 봤다는 거이네?"

[정욱현/김소월 역(충청도 출신)] "사투리가 충청도는 그런겨 그런거여 이런게 있는데 이북에서도 그런거래 내레 억양이 비슷한게 약간씩 있더라고요. 한 민족의 언어라서 그런지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엄청나게 이질적으로 생각이 들진 않더라고요."

하지만 둘 모두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오순이 일찍 숨을 거두는 운명의 숨바꼭질이 벌어지는데요.

"오순아, 오순아! 아직도 에미나이처럼 숨굴막질이 재밌네? 오순아, 오순아!"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첫사랑과의 숨바꼭질, 숨굴막질은 평안도의 하얀 보름달에서 태어나 소월로 불렸고, 32살 젊은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한 청년에게 숱한 시를 남겼고요.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소월이 남긴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은 이북 말로 된 값진 표현들, 한민족의 소중한 정서를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사뿐히 안겨주고 있습니다. "진달래꽃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2440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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