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하는 공무원도 단속 대상'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최근 젊은 세대 사상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언어입니다. 오늘은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북한에 계실 때 남한 드라마 좀 많이 보셨죠? 남한 말 좀 아는 여자였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 나민희 ▶
많이 썼죠. 제가 이제 북한에 있을 때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었거든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뭐 이런 대사가 나와요. 그런데 그거를 남자애들이 그렇게 따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제가 막 너가 그런다고 구준표가 되냐? 그러면서 받아쳤던 적도 있고 이제 드라마들을 많이 보면서 젊은 친구들이 안 쓰던 외래어를 쓰기 시작하는데 스케줄이라는 말을 또 알아 가지고 오늘 뭐 해? 하고 물어보면 될 거를 오늘 스케줄 어떻게 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많이 썼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바로 나민희 씨 같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북한이 최근 제정한 법이 있는데요. 평양문화어보호법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함에 대하여》가 전원 찬성으로 채택됐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올해 초 열린 최고인민회의. 북한이 평양 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는데요. 남한 말투나 자본주의 문화로부터 유입된 말을 사용할 경우에 처벌하는 내용 등을 법제화한 겁니다.
◀ 김필국 앵커 ▶
같은 보도에서 북한 TV는 평양 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 나가는 것이 사회주의 민족문화 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언어생활 영역에서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들을 배격하고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갈데 대한 중요한 문제들을 규제하고 있다고 하면서.."
◀ 김필국 앵커 ▶
먼저 북한이 보호하겠다는 평양 문화어는 어떤 건가요?
◀ 남초록 ▶
우리가 서울 말을 표준어로 규정했듯이 북한은 평양말을 문화어로 규정했습니다. 1966년에 주체성을 보장한다면서 남한 말과 구별되는 평양말을 만들었죠. 그런데 남한 영화와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유입이 되면서 남한식 말투가 이렇게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북한의 언어 사용이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하여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언어생활을 규정하는 법을 만드는 사례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이 남한 드라마만 탓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 젊은 세대는 북한 드라마 영향도 많이 받을 거 아니에요?
◀ 나민희 ▶
북한에 이제 이거 모르면 간첩이라는 그런 유행어도 있거든요. 이게 북한 드라마에 나온 대사인데 민족과 운명이라는 그런 드라마가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 어떤 결정적인 장면에 내 뒤에 미국이 있다라고 그 배우가 소리를 치거든요.
"걱정 마라 내 뒤에 미국이 있다."
◀ 나민희 ▶
그래서 이거는 뭐 일상생활에서 너 괜찮겠어 너 이렇게 오늘 지각하고 이렇게 조직생활을 잘못해도 괜찮겠어 그러면 내 뒤에 미국이 있다. 이러면 책임자가 나를 봐준다. 이런 식으로 내 뒤에는 빽이 있다. 이런 식으로 통하거든요. 그런 농담을 많이 던지기도 하고 북한에서도 북한 드라마를 보고 아니면 북한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여기에 나오는 어떤 용어 대사들을 유행어로 많이 씁니다.
◀ 차미연 앵커 ▶
평양 문화어보호법은 북한 젊은 세대들의 사상 단속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어떤 조항들이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총 5장 65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문화어의 반대 개념으로 괴뢰말을 들고 조선의 근본을 완전히 상실한 잡탕 말 너절하고 역스러운 쓰레기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해당 법에서는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올리는 괴뢰식 억양이라며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은 괴뢰 출판물이나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도록 교양과 통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어떤 말을 쓰면 안 되는지 상당히 구체적인데요. 비굴하며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올린다. 이게 어떤 건가요?
◀ 나민희 ▶
사실 북한에서는 특히나 또 평양 같은 경우에는 말을 좀 빨리하고 딱 끊는 그런 경향이 있어요. 전화를 받을 때도 북한 사람들은 그냥 여보시오 여보시오 이렇게 받거든요.
"여보시오?"
그런데 이제 조금 드라마를 본 친구들은 여보세요 이렇게 받아요. 세자를 딱 강조를 해요. 그래서 어떤 친구는 여보세요 하면서 받는 친구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끌지 말아라라는 거죠. 말을.
◀ 남초록 ▶
북한 화법의 특징을 좀 간단히 설명드리면 예를 들어 남한에서는 상대방을 섬세하게 배려를 해서 감사 표현이나 사과 표현 예를 들면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표현을 자주 하는데
"정말 죄송한데요. 지금 제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좀 일이 꼬여가지고.."
◀ 남초록 ▶
북한에서는 이런 표현에 소극적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북한에서는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을 하죠. 몇 년 전에 제가 아는 탈북민 선생님을 만났을 때 헤어지면서 가벼운 인사로 나중에 밥 한 번 먹자라고 했는데 나중에 그 선생님을 다시 만났을 때 기다렸는데 왜 연락을 주지 않았느냐고 하셔서 그때 같이 식사를 하면서 오해를 풀기는 했는데 이렇게 남북한의 화법의 차이로 인해서 의사소통 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우가 있겠죠.
◀ 김필국 앵커 ▶
평양 문화어보호법을 흔히 오빠 금지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남한 드라마와 관련된 법으로 그렇게 알려져 있는데요. 외국 출판물이나 물건에 대해서도 통제를 하네요?
◀ 나민희 ▶
유학생들이나 북한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게 되면 언어적으로 가장 이제 문제를 겪잖아요. 그래서 그 언어를 배우려고 전자수첩이라든가 이런 걸로 아니면 사전 이런 걸 사게 되는데 노트북을 사거나 아니면 전자기기라든가 이런 걸 살 때 보면 대부분 다 거기에 이제 한국말이 들어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또 한쪽으로 또 익히게 되기도 하고 이런 걸 가지고 만약에 북한에 들어올 때는 일차적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거는 못 들어와요. 또 외국에서 생산된 걸 사왔다라고 했을 때는 전파 탐지국이라는 데 가서 등록을 해놔야 되거든요. 그래서 등록을 해서 나중에라도 검열을 받을 때 이게 전파 탐지국에 등록이 안 된 거다 하면 노트북을 그 자리에서 회수를 할 수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전파를 다 막고 외국 걸 볼 수 없게 이런 식으로 해서 통제를 엄청나게 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매뉴얼 같은 경우까지 그런가 봐요. 그런데 이런 출판물이나 말투뿐만 아니라 서체에 대해서도 강하게 통제하는 것 같습니다.
◀ 남초록 ▶
네. 북한 서체의 특징이라고 하면 일단 삐침이 있고 마치 이렇게 붓으로 빠르게 쓴 듯하게 보이는 게 특징인데요. 북한의 서체는 11개 정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청봉체, 천리마체, 광명체 북한의 대표적인 서체인데요. 그중에서 이제 우리의 명조체에 해당하는 청봉체는 각종 인쇄물의 표준 글꼴로 사용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손 글씨체를 태양 서체라고 하고 또 김정일의 손글씨체를 백두서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신성하게 여긴다고 해요. 그 글씨체를.
◀ 나민희 ▶
북한의 청봉체나 천리마체 이런 것들은 어디 가나 다 볼 수 있거든요. 북한의 모든 선전 포스터라든가 이런 그런 문구들 보면 다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별로 이제 좀 식상하게 느끼는 거죠. 그런데 남한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이 일기장에 글을 쓰는데 너무 예쁘게 귀엽게 썼더라고요. 글자의 크기가 다 각양각색인데 글을 저렇게도 쓸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몰래몰래 연습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김일성 혁명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이제 불러주는 내용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몇 월 며칠을 어떻게 하시었다' 이 내용을 이제 남한 그런 서체를 썼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나중에 그게 발각이 되면 엄청난 처벌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또 많이 따라하기도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에서 젊은 세대들이 어떤 말을 쓰면 안 되는지 살펴봤는데요. 법을 어기고 이런 말을 사용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단속과 처벌 조항 살펴볼까요?
◀ 차미연 앵커 ▶
북한 TV가 선전하는 평양 풍경입니다. 스마트폰을 일상처럼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평양 문화보호법에 따르면 이런 전자매체에 대한 검열을 진행해서 적발하고 괴뢰 말투를 사용하면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이나 사형을 괴뢰 말투를 유포하면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이나 사형에 처한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또한 단속을 하는 공무원 담당자에 대해서도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남한 말투 유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 같은데요. 북한 젊은 세대 잘 아시니까 이런 정책들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 나민희 ▶
이렇게 또 법으로 제정이 되고 막 감시와 단속 통제를 또 엄격하게 하는 그런 기간이 있어요. 그럴 때는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또 어느 순간에 느슨해지고 그러잖아요. 그러면 또 이런 게 생겨나는 거예요. 특히 젊은 친구들한테는 북한에서는 북한의 영화나 드라마는 이미 다 봤던 것들이고 새로운 게 잘 만들어지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하니까 이런 남한 드라마를 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어찌 보면 좀 탈출구 같은 그런 역할인데 이런 것들이 과연 단속과 통제만으로는 없어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평양 문화어보호법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처벌 조항을 보니까 솔직히 좀 무섭다. 단속되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사형까지 된다니까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느낄지 좀 궁금하고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떤가요?
◀ 나민희 ▶
그러게요. 제가 북한 방송이라든가 이런 걸 보게 되면 조금 변화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가면서 이런 단속과 통제 처벌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남초록 ▶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남한식 말투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뿐만이 아니라 단속하는 공무원들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법인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고요. 이런 때일수록 남북 간 학계의 교류와 그다음에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은 언어 사용에 대해 지나치게 통제를 하는데 반대로 우리는 조금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중한 우리 말 아끼고 잘 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남과 북의 청년들이 같은 말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243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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