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노란펜' 김여진→'마법사' 노재원...'정신병동'의 美친 연기

최보란 2023. 11.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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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환자로 열연한 배우들이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캐릭터는 다른 세상이 아닌 바로 나와 내 주변의 인물로, 배우들은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통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시청자에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정신질환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 속에서도 웃음과 위로를 통해 정신병동에 대한 편견을 따스한 온기로 녹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드라마는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전개하면서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 속 스트레스를 담아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신을 쓸모없다고 여기는 직장인, 자식의 행복만 생각하느라 우울증에 걸린 것도 모르는 워킹맘, 보이스피싱으로 힘들게 모은 돈을 전부 잃은 취업 준비생, 계속된 낙방에 좌절해 현실에서 도피한 고시생의 이야기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차곡차곡 힘을 싣는다. 이 과정에서 환자 역할로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그래서 선생님도 여기 계신가봐요. 여긴 착한 사람들만 온다면서요."

조달환 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심한 적응 장애와 사회 공포증, 중등 이상의 우울증을 앓으며 정신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 김성식 역으로 분해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무대, 예능 등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신스틸러로 활약해 온 조달환 씨는 이번 역할로 또 한 번 장르 불문 연기력을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달환 씨는 부장(이주원 분)의 계속되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강박 장애가 생긴 상태로 화장실에 극도의 집착을 하는가 하면, 지속적인 정신적 폭력에 점차 무너지는 성식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하며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그런 한편 주눅 들고 약한 듯 보이지만 깊은 배려심과 온정을 지닌 성식의 따뜻한 매력까지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환자인 성식이 간호사인 다은을 역으로 위로하는 장면은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던 대목. 모든 일을 자신의 문제라 여기는 성식을 보며 다은이 "다른 사람 잘못까지 다 떠안지 마세요. 조금 더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그래서 선생님도 여기 계신가 봐요. 이곳엔 착한 사람들만 온다면서요?"라고 답하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너무 애쓰지 마. 네가 다 시들어가도 모를 거야. 인생이 전부 노란색일 거야."

베테랑 연기자 김여진 씨는 우울증으로 가성치매 증상까지 나타난 워킹맘 권주영 역할로 새삼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주영은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지만, 늘 부족한 엄마인 것만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신경을 쓰던 주영은 본인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주영은 의사의 권유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자서전을 쓰고, 부정적인 감정을 노란색 펜으로 표시해 보라는 지침을 받았다. 그는 아이를 낳은 후 부정적인 감정이 점점 늘어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란색 일색인 노트를 마주했다.

주영은 두 아이의 엄마인 담당 간호사 박수연(이상희 분)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건넸다. "너무 애쓰지 마. 네가 다 시들어가도 모를 거야. 인생이 전부 노란색일 거야. 아이의 행복 때문에 네 행복에는 눈 감고 살 거야. 그런데 네가 안 행복한데 누가 행복하겠어"라는 주영의 대사는 워킹맘을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으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힐링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음에 저랑 꼭 화룡 잡으러 가요."

신인 배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노재원 씨는 자신이 마법사라는 망상장애를 가진 환자 김서완 역으로 분해,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게임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 김서완은 극 초반부터 담당 간호사 다은과 서로의 위로와 응원이 돼주며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이후 김서완이 여러 차례 공무원 시험에 낙제와 도전을 반복한 공시생이었음이 드러났는데, 긴 고시 생활로 온 딜레마와 좌절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게 된 사연이었다. 김서완은 다시 세상을 마주할 용기를 얻는 과정,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에 따라 겪는 여러 감정의 변화들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극에 무게를 더했다.

노재원 씨는 이에 앞서 'D.P.' 시즌2에 수사관 최현도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으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다시금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의 활약을 예고해 앞으로가 기대된다.

"시간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방치였어."

김대건 씨는 극 중 아이와 아내를 연이어 잃고 힘든 시간을 겪다 결국 병동을 찾게 되는 최준기 역을 맡아 가슴 시린 열연을 펼쳤다. 자신의 몸속에 뭔가가 기생하고 있다는 망상과 더불어 심한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모습으로 사무치는 고통을 표현해 냈다. 그럼에도 사고 당시 기억을 되짚고 치료에 참여하며 본인의 의지로 트라우마를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전했다.

특히 떠나간 아내를 향해 뒤늦게 진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는 "시간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그건 그냥 방치였어. 혼자 울게 두면 안 됐어. 그걸 조금만 알았다면... 다음엔 혼자 두지 않을게. 꼭 다음에도 만나자"라며 아이를 잃은 아픔으로 먼저 세상을 등진 아내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 시청자를 눈물짓게 했다. 해당 장면을 촬영할 당시, 현장에 있던 모두로부터 눈물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김대건 씨는 쿠팡플레이 '유니콘', MBC '닥터로이어', OCN '왓쳐(WATCHER)',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다양한 작품에서 짧은 등장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2019년 개봉한 영화 '호흡'을 통해 2020 부일영화상 신인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이래로 영화 '파로호', '주연' 등에 출연해 스크린 기대주로 자리 잡기도 했다.

"꿈을 이루려면 그 꿈 근처에 있어야 된대요."

'지금 우리 학교는', '보희와 녹양', '성적표의 김민영'으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루키 김주아 씨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박병희 역으로 등장했다. 파일럿을 꿈꾸지만 "넌 안 된다"라는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계속된 스트레스로 자해를 일삼는 여고생의 이야기였다.

그는 성적 때문에 무시하는 동급생들 앞에서 자신의 팔을 긋고 병원에서도 자신을 방해하면 자해 소동을 일으키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주아 씨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벽에 부딪힌 답답함과 날개가 꺾인 좌절감을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결국 뜻한 바와 달리 취업반에 가게 되지만, 공항에서 실습 중인 모습으로 시청자를 미소 짓게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인생을 살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조울증 환자 오리나 역의 정운선 씨, 보이스 피싱에 당한 뒤 피해 망상에 시달리는 정하람 역의 권한솔 씨,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계석 인격장애 환자 한재희 역의 유은아 씨,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에 맞서 일상을 살아내는 조현병 환자 송애신 역의 고서희 씨 등이 이번 작품에서 활약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며 드라마에 힘을 실었다.

드라마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도 정신질환적 증세를 하나씩 안고 살고 있다. 주인공인 정다은은 환자에 깊이 공감하며 마음을 쏟다 결국 우울증에 걸리고 정신병동에 입원까지 한다. 그녀의 절친인 송유찬(장동윤 분)은 대기업을 다니다 공황 장애로 그만뒀으며, 항문외가 의사인 동고윤(연우진 분)도 수시로 손가락을 꺾어 소리를 내는 강박 장애가 있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누구나 정신이 아플 수 있고, 우리 모두가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 =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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