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대신 ‘절친’ 박성현 캐디백 멘 김시원 “캐디로 선수들에 도움주고파”
[춘천(강원)=뉴스엔 이태권 기자]
10여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김시원(28)이 은퇴식 대신 '절친' 박성현(30)의 캐디로 나섰다.
김시원은 11월 10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필드를 밟았다. 하지만 선수가 아닌 캐디 빕을 입고였다.
시즌 최종전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올 시즌 상금 순위 70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올 시즌을 소화한 김시원은 상금 순위 89위에 그쳐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이번 대회에 추천 선수로 나서는 박성현의 캐디가 한국에 함께 들어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박성현의 캐디백을 멨다.
김시원의 은퇴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김시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S-0IL챔피언십이 은퇴 경기가 될 것 같다"며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해 투어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글은 곧 사라졌고 일각에서는 선수 심경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며 아직 20대 후반인 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한 바람과 무관하게 김시원은 S-OIL 챔피언십 1라운드 도중 기권을 선언하고 자신의 은퇴 경기를 조용히 마무리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만난 김시원은 시원섭섭한 모습이었다. 그는 갑작스런 은퇴가 아니냐는 말에 "시즌이 끝나기 5경기를 남기고부터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히며 "허리가 공을 칠 때만 아파온다.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부상도 있었고 입스도 겪었지만 지금은 부상도 딱히 없고 입스도 없는데 골프가 잘 안돼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시원보다 김민선5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지난 해 허리 부상으로 병가를 냈다. 정확히는 허리의 뼈와 뼈 사이 관절이 닳아서 생긴 '직업병'같은 통증이었다. 특별한 치료 방법도 없어 병가를 냈던 그는 이후 시원시원하게 골프를 쳐보자고 김시원으로 개명을 하고 다시 필드에 나섰지만 마음 먹은대로는 되지 않았다.
김시원은 "사실 작년에 쉴 때 골프를 그만둘까 하다가 아직은 골프를 너무 좋아해서 다시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복귀를 했다"고 밝히는 한편 "복귀 후에도 생각처럼 스윙이 따라주지 않아 스스로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백규정, 고진영과 함께 '95년생 트로이카'로 불리며 데뷔 때부터 주목을 받은 김시원은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를 바탕으로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는 등 스타 선수 반열에도 올랐다. 하지만 기량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자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선수 생활을 돌아보는 김시원이 아쉬웠던 순간 역시 부상을 당한 시기였다. 그는 "허리가 2020년 말부터 아팠는데 몸이 아프니까 공치는 것과 별개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답답했다. 더 어렸을 때 운동을 많이 해놓을 걸이라고 후회를 했다"고 돌아봤다.
기뻤던 순간을 묻자 "우승을 했을 때 다 기뻤는데 그 중에서도 퍼트 입스를 극복하고 이룬 마지막 5번째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김시원의 마지막 우승은 2020년 7월 맥콜 용평리조트오픈으로 그 이후 허리 통증을 겪었기에 선수 김시원의 희비가 단적으로 그려졌다.
은퇴한 김시원은 "제2의 인생으로 캐디를 생각하고 있다. 70%정도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김시원은 "쉴 때도 캐디로 한번 나선 적이 있는데 이제 저는 생각한대로 공을 치지 못하지만 잘 치는 선수들에게 코스 공략을 조언해주고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을 때 너무 뿌듯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골프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아직도 골프를 좋아한다. 캐디로 나서면 선수로서는 못봤던 새로운 시각으로 골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투어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리면 캐디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한 그는 "가능하면 내 성향과 같이 공격적인 선수를 맡으면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어필했다.
평소 김시원과 함께 휴식기를 이용해 여행도 가고 훈련도 같이 하는 등 절친한 박성현(30)도 김시원의 결정을 응원했다.
박성현은 "처음 김시원의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선수 생활을 하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이 너무 커서 차마 은퇴를 축하한다는 말이 안나왔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김)시원이가 힘든 일이 많았어도 최선을 다했던 친구다. 선수 생활 마치고 마음은 편해보여서 그나마 좋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어 박성현은 "시원이가 평상시와 다르게 경기에 나가면 진지하다.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캐디로서의 김시원에 힘을 실어줬다.
(사진=박성현,김시원/SK쉴더스 SK텔레콤 챔피언십 운영본부 제공)
뉴스엔 이태권 ag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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