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자작곡 발매한 유하 "이제는 마음에 치는 파도가 무섭지 않아요" [인터뷰]
"20살에는 마음에 치는 파도가 무섭기만 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 파도에서 서핑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방파제를 치는 방법도 알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싱어송라이터 유하(YOUHA)가 1년 2개월 만에 신곡을 들고 왔다. 지난 17일 공개된 신곡 '비행'은 20대 초반의 유하가 겪은 내면의 소용돌이를 고스란히 담은 곡이다. 최근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유하는 "저에게는 추억 같은 곡"이라며 곡의 의미를 설명했다.
"1년 2개월 동안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냈어요. 어떤 음악을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22살에 저의 생각을 담았던 곡 '비행'을 발매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 곡을 발매하게 됐어요. 편곡을 제외하고 100% 자작곡이에요."
지난 2020년 9월 싱글곡 '아일랜드'로 데뷔한 유하는 '오늘 조금 취해서 그래', '체리 온 탑(Cherry On Top)' 등을 통해 밝고 솔직한 에너지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 배우 차정원의 자녀로 이름을 알리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러브 미 모어(love you more)’ 이후 1년 2개월, 길다면 긴 컴백 텀이다. 중요한 시기에 유하는 왜 최근에 만든 신곡이 아닌 3년 전의 자작곡을 발매하기로 한 걸까.
"그때는 막 감정을 표현하던 때고, 대중에게 들려드리기엔 정리되지 않았거든요. 저는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해야 하는 성향이라서요.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대중에게 비춰질까봐 겁이 많이 났어요. 지금은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지만, 그때는 어려서인 그런 것을 오픈하기가 조금 부끄러웠거든요.”
유하는 심지어 녹음도 새로 하지 않고, 3년 전의 녹음본을 그대로 썼다.
"22살의 유하만이 낼 수 있는 덧없는 표현이 좋았어요. 또 솔직하게 가려면 22살의 목소리를 그대로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당시에는 거친 느낌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내가 그래도 이때를 잘 버텨서 지금 25살의 유하가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게는 추억 같은 곡이에요."
가사에는 유하의 솔직하고도 감성적인 진심이 엿보인다. '재미없고 샘이 많은 사람들 속에' / '난 원래 그랬듯이 숨죽이고 있었네' / '난 아직 6살 유하이고만 싶은데' / '세상은 내가 유하기만을 바라네요' 등 호흡이 긴 가사는 마치 편지글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22살 유하의 마음 속은 그리움과 외로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마구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20살 때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나 빼고 다들 바쁘게 사는 것 같고, 나만 멈춘 것 같았거든요.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죠. 사실 지금도 그대로긴 해요. 성장했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저 혼자 남겨지면 외로움을 느끼는 건 똑같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불안함도 똑같아요."
그러나 25살의 유하는 3년 전의 청년에 비하면 확실히 성장해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버티며 마음의 맷집을 길렀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며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부정적인 시간조차 디딤돌이 돼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무리 안 좋은 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편이거든요,(웃음) 저는 살아가면서 안 좋은 일이 8개, 좋은 일이 2개 정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 2개가 8개보다 무겁고 단단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1의 슬픔도 100으로 받아들여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1은 1로만 생각하죠. 그래서 그런지 밝은 가사만 써지고 슬픈 가사를 쓰는 건 취약해요, 하하."
신체적으로는 명상과 요가에 마니아 수준으로 몰입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빠진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지인 분들이 '너는 화가 많으니 요가를 배워보라'고 하셔서요. 저는 워낙 에너지 있는 운동을 좋아해서 처음에는 요가가 내키지 않았어요. 그러다 지난 겨울에 무작정 요가 학원에 등록해서 배우게 됐는데 정말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제는 굳이 학원이 아니더라도 공원에서 매트 깔고 도시락 먹으면서도 해요. 얼마 안 있어서는 요가를 배우러 제주도에도 갈 예정이에요. 팬들께도 강추합니다."
'비행'은 공개만으로도 유하의 성장에 가장 큰 디딤돌이 됐다. 한때는 부끄럽기도 했던, 흘러넘치는 감정을 공개할 용기를 품음으로써 유하는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이 곡을 발매하며 얼마나 후련했는지 몰라요. 내기 전에는 잘 안 되면 어떡하지, 재미 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내니까 주위 분들 반응도 좋고요. 앞으로의 제가 기대된다고 해주셔서 저도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한 분이라도 저의 진심을 느끼고 위로받으셨다면 충분히 뿌듯한 일이에요."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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