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해진 비발디 '사계' 사라진 계절의 증거 될까[황덕현의 기후 한 편]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3. 11.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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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록 페스티벌을 다니는 걸 좋아했다.

기존 사계 전곡을 읽어 들인 인공지능(AI)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측한 2050년의 기후를 토대로 곡을 재창조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점은 인공지능이 본 '암울한 사계절'이 앞으로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300년 동안 생기 돋고 녹음이 울창한 느낌을 줬던 비발디의 사계가 '옛날엔 이런 계절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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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재창조한 '사계 2050'…짧아질 겨울만큼 악장 줄어들어
21세기 말 겨울은 고작 39일…여름은 2배 늘어 '1년의 절반'
사계 2050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어릴 때는 록 페스티벌을 다니는 걸 좋아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과 불안한 미래가 폭발하는 음악은 복잡하고 고민이 깊던 젊은 날의 해방 같았다. 그러나 이내 차분한 음악이 좋아졌다. 바쁘고 정신없는 사회 속에서 클래식 음악은 반대의 의미로 '편안한 해방구'가 됐다.

꽉 막힌 지하철 속에서 1000번도 더 들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틀었다. '비발디가 살았던 17세기의 이탈리아의 봄은 이렇게 싱그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소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원곡에서 들리던 새소리가 사라지고, 단조의 삭막하고 암울한 구성이 들렸다.

새로 편곡된 '사계 2050'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 곡은 철저히 '논리'에 기반해 작곡됐다. 기존 사계 전곡을 읽어 들인 인공지능(AI)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예측한 2050년의 기후를 토대로 곡을 재창조했기 때문이다.

이 음원은 서울을 비롯해 상 파울로, 베네치 등 전 세계 14개 도시의 사계절을 각각의 음원으로 재해석했다. 이 곡들은 모두 어둡고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또 '여름' 악장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빙하가 녹았고, 해수면이 상승했으며 한번 데워진 바다가 쉽게 식지 않아서 현재 짧아진 가을만큼이나 겨울도 짧아진 것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뉴스1 ⓒ News1

실제 여름은 과거부터 지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탄소 감축 없는 고탄소 시나리오가 지속될 경우 2081~2100년에는 현재 97일인 여름 일수가 170일까지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겨울은 107일에서 39일로 대폭 줄어든다. 폭염일수는 현재보다 최대 2배 증가해 이틀 중 1번씩 폭염 특보가 발령될 수 있다.

무서운 점은 인공지능이 본 '암울한 사계절'이 앞으로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300년 동안 생기 돋고 녹음이 울창한 느낌을 줬던 비발디의 사계가 '옛날엔 이런 계절이 있었다'는 증거가 되기까지 말이다.

기후 취약성 때문에 2050년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무서움이 있다. 1달 앞으로 다가온 기후변화협약(UNFCCC) 제28차 당사국회의(COP28)에 이 음악이 재생되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오늘의 날씨가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가 알아야 하니까.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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