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좀 보소, 너 성공했구나”…‘1억 카니발’도 질투, ‘시선강탈’ 일본차 [카슐랭]
겉은 차도남, 속은 따도남
오모테나시·축소지향 매력
지난 9월 알파드 시승 행사장에서 만난 토요타 관계자의 말이다.
알파드는 지난 2002년 첫선을 보였다. 지난 6월 ‘쾌적한 이동의 행복’을 개발 콘셉트로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공개됐다.
일본에서는 ‘성공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플래그십 미니밴이다.
벤츠, BMW, 제네시스, 렉서스 등이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보다 더 넉넉한 공간, 항공기 1등석 뺨치게 편안하고 안락한 2열 시트,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외모 등이 맞물려서다.
일본에서는 의전용은 물론 가족용으로도 인기다. 연간 10만대 가량 판매되고, 5만대 가량 수출된다.
국내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쟁차종은 ‘국가대표 미니밴’ 기아 카니발이다. VIP·의전용으로 인기높은 9000만원대 더뉴 카니발 하이리무진과 법인차량 시장, ‘패밀리 미니밴 끝판왕’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4세대 알파드는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존재감,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배려), ‘축소지향’ 일본에 어울리는 미니멀리즘에 초점을 맞췄다.
전장x전폭x전고는 5005x1850x1955mm다. 기아 전기차인 EV9(5010x1980x1755mm), 기아 카니발(5155x1995x1775mm)보다는 짧고 좁고 높다. 현대차 스타리아(5255x1995x1990mm)보다는 작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000mm다. 카니발(3090mm), EV9(3100mm)보다 짧지만 실제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외모는 ‘너무’ 강렬하다. 전통적인 원박스 미니밴 형태를 추구했지만 낯설기도 하다. SF(공상과학) 만화에서 본 것같다. 이런 일본차는 처음이다.
블랙 글로시 메시 그릴과 다이내믹함을 강조한 트리플 LED 헤드램프는 일본 사무라이 투구,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닮았다.
다이아먼트 커팅을 적용한 19인치 알루니늄 휠도 강인하면서 스포티하다. 깍둑깍둑 썬 투박한 일반적인 미니밴과 다르다.
B필러(앞뒤 문 사이의 기둥)를 중심으로 2열 유리창보다 1열 유리창을 크게 만든 뒤 ‘Z’ 형상을 적용한 크롬라인이 역동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알파트의 상징이기도 하다.
후면부는 차량 폭과 안정성을 강조하는 수평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릴을 연상시키는 대형 LED 리어 콤비네이션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리어 램프 표면에는 공기역학 성능에 도움을 주는 에어로 핀이 돌출된 형태로 부착됐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획득한 기술로 토요타가 선호한다.
착좌감을 향상한 1열 시트에는 열선·통풍 기능을 넣었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이다.
12.3인치 대형 풀컬러 멀티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믹뷰 모니터와 디지털 리어뷰 미러, 원터치 와이드 오픈 슬라이딩 도어, 좌우독립 전동식 파노라마 문루프 기능도 갖췄다.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곳이나 기능을 없애고 작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체지방 ‘제로’(0)인 셈이다.
토요타 최초로 등받이와 암레스트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 폼 소재를 도입했다.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줄였다.
하단 쿠션 부문에는 체중 압력을 분산시켜주는 피로도를 줄여주는 우레탄 소재를 사용했다.
암레스트에 부착된 시트 조작 버튼으로 시트 자세를 조절하고, 파워 슬라이드를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 형태 터치타입 컨트롤러는 2열 좌·우에 개별 탑재됐다. 공조, 조명, 선셰이드, 오디오 및 시트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전동 다리 받침, 공기압을 이용한 지압 기능, 리클라이닝 기능, 2열 에어 커튼 등도 탑재했다.
3열 공간도 구색 맞추기 수준에서 벗어났다. 리클라이닝 기능과 암레스트로 3열 탑승자를 배려했다. 시트를 좌우로 들어 올리면 추가로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열 도어 쪽에는 세로형 손잡이를 설치했다. 5살 아들이 차량 도어를 닫다가 다친 것을 알게 된 개발자가 이를 개선했다.
트렁크 버튼은 리어램프 아래 있다. 트렁크를 열 때 몸을 뒤로 젖히거나 피해야 하는 불편을 없앴다. 오모테나시다.
알파드는 국내에서 전기차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모델로만 판매된다. 가격(개별소비세 5% 기준)은 9920만원이다.
시스템 총출력은 250마력이다. 복합연비는 13.5km/ℓ다. 5m가 넘는 거구가 알뜰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사륜구동 이포(E-Four) 시스템도 적용했다.
운전석 시트는 안락하면서 몸을 잘 받쳐준다.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의 비스듬한 기둥)와 붙어있는 델타커버는 투명한 유리를 부착했다. 전방 시야를 더 확보해줘 답답하지 않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노멀로 구성됐다. 일상 주행에서 힘은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면 엔진이 일찍 개입한다. 잘 억제됐던 진동도 생각보다 세진다.
알파드는 2열이 ‘메인’이다. 환대를 받는 기분이다. 1열보다 진동이나 소음이 적다. 진동은 기존 모델보다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정숙성의 대명사’ 렉서스 차량에 버금간다. 앉아보지 못한 항공기 1등석 기분을 대리 충족시킬 수 있다. 마사지 성능도 괜찮은 수준이다.
2·3열 탑승자를 위한 14인치 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 15개의 스피커와 12채널 앰프로 구성된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항공기 1등석 수준을 뛰어넘는다.
알파드는 올해 판매물량 500대가 모두 완판됐다. 지금 계약하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처럼 ‘성공하면 타는 차’라는 인식도 국내에서 통하고 있다. 개인보다는 법인이 임원·의전용으로 많이 구입해서다. 10대 중 8대가 법인 몫으로 알려졌다.
2열에 타고 목적지에 거의 왔을 때 “김기사, 사람 많은 곳에 내려줘”라고 운전자에게 말했다. 물론 운전석에서는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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