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 자구책' 한전, 건물도 임금도 다 내놓겠다는데…실현 가능성은
추가 적자 충당 그쳐…'요금 역마진' 개선 없이 임시방편
임금 반납 및 희망 퇴직 등 노조 설득 관건…협상 타결 미지수
'총부채 200조 원'의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자산매각‧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특단의 자구책을 내놨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한전 소유 부지 등 부동산을 팔더라도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임금 상승분 반납 문제도 노조와 협상이 완료되지 않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주택‧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는 대신 전날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6.9% 인상함에 따라 추가 자구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전은 이미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 당시 25조 7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사태 등 영향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재차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요금 역마진'으로 인한 한전 적자 폭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47조 원을 초과한 한전의 누적 적자는 연말까지 5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 악화를 우려해 4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무게를 뒀지만, 대외 변수로 인해 '산업용 전기'만 인상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방문규 신임 산업부 장관 등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이 전기요금 인상의 선제조건으로 한전의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면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보강된 자구안을 고육지책으로 발표한 상태다.
한전은 추가 자구안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지분 매각, 인력 감축 등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시가 2500억원인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한전 인재개발원 부지를 용도 변경 후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자연녹지로 묶여 있지만 상업용으로 변경할 경우 해당 부지 가치는 약 8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의도 소재 한전 남서울본부 부지 매각과 함께 강남 소재 한전 아트센터 임대 등도 동시에 추진한다. 다만 경기 불황과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강행할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현재로선 자산 매각도 만만치 않다"며 "이런 위기가 오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매각에 나섰어야 하는데 매도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전의 자구책 이행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 제 값을 받고 매각이 진행되겠냐"고 말했다.
부동산과 함께 지분 매각도 추진된다. 한전은 전력산업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전담하는 자회사인 한전KDN 지분 중 20%를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사전에 한전KDN이 국내 증시에 상장돼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원자재 시장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 및 재조정 작업도 진행된다.
한전은 일단 본부장 직위 5개 중 2개를 축소하는 등 본사 조직을 20%가량 축소하고, 희망퇴직 등을 통해 2천명 가량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발표한 감축 정원 488명 이외 설비 자동화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700명 정도를 추가적으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 시행이라는 충격 요법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직급 이상 직원들의 내년도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지만, 일반 직원들의 임금 인상분 반납 여부를 두고 노조와의 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임금에 대한 부분은 법에 따라 노조와 타협이 없으면 임의적인 반납은 불가능하다"며 "자구책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서 발생한 위기라면 그에 맞게 원가와 연동해서 전기요금을 올린 후에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적자 47조 원, 총부채가 201조 원을 초과한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과 자구책 등을 통한 운영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용 요금 선별 인상으로 한전은 올해 4천억 원, 오는 2024년 2조 8천억 원 등 3조 원가량 수익이 예상되지만, 이는 현재 '역마진 구조' 속에선 추가 적자를 막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요금 인상이 '조삼모사식 미봉책'이라는 비판에 "그런 지적이 있다"며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한전 재무개선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한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선별 인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격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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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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