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플레e] 카드로 만든 집, ‘게임질병론자들의 연구보고서’ (上)

김미희 2023. 1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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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게임질병론자들의 셈법과 게임이해도 수준’. 이번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종합감사일에 제기한 문제다. 이때 못 다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당시 시간은 부족한데 내용은 방대하여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해서다. 아울러 이 문제만큼은 계속해서 환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위원장실 이도경 보좌관.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무조정실에서는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하여 민관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한데 모으고 있다. 여기서 추진한 연구용역들이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게임이용장애 국내 실태조사 기획 연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총 세 건이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게임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 연구'다.

이 연구용역은 대표적인 ‘게임질병론자’로 이름난 모 교수를 비롯하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이들이 완성한 보고서는 현재 보완연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최종 결과물이라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보고서 안팎으로 자세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정신의학계중 게임질병론자들이 어떠한 의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얼마나 게임을 모르는 지, 그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일단, 연구용역 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로우데이터 자료들이 거의 없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제대로 된 연구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량 데이터와 정성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연구에 대입하자면, 게임 현장전문가, 게임 연구자, 게임 이용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자료가 정성 데이터에 해당한다. 특이도, 민감도 같은 척도 제작 및 타당화 분석자료는 정량 데이터에 속한다. 그런데 의원실에서 자료요구를 해서 받아보니, 몇 가지 로우데이터가 제출되긴 했으나 위에 설명한 핵심 자료들은 없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부 제출된 자료도 부실했다. 보고서에 있는 설문조사 관련 자료였는데, 설문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여러 데이터들이 누락되어 있었다. 당연히 첨부되어 있어야 할 자료였다. 그런가하면 보고서의 설문조사에는 ‘불성실 응답’을 확인하고 걸러내기 위한 장치도 없었다. 불성실한 응답은 설문조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위협하고 결과물의 질을 낮추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보고서가 엉망일 수 밖에 없다. 첫 페이지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연구진들은 서두에 ‘게임중독 유병율’을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연구용역의 발주 목적을 정면으로 어겼다. 본래는 ‘게임을 이용함에 있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보고서는 그게 아니라 애시당초 ‘게임중독’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아울러 이들은 보고서 곳곳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을 많이 하더라’ 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게임과 기능 손상의 인과 관계가 없음에도 억지로 그 둘을 엮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종교와 다른 것은 ‘의심의 필요성’이다. 정확한 논리를 기반으로 보편타당한 주장을 하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뻔히 보이는 현상을 의심하고, 이런 의심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게임이용장애 찬성측 이론이나 진단도구만 반영하고 있고 반대측 주장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다. 보통 자신에게 유리한 논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대측 논거를 인용하고 이것이 왜 타당하지 않는지를 논박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다. 마치 독재국가의 투표현장을 보는 느낌이다. 결과부터 미리 정해두고 과정을 짜맞추고 있다. 정부가 의뢰하여 만들어진 연구결과물의 수준이 이토록 처참하다. 하지만 놀라기엔 이르다. 다음 글에서 이 보고서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자세하게 설명해보려 한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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