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 언제까지…"당분간 900원 하회" vs "재차 반등"

남주현 기자 2023. 1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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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 당 원화값 9거래일째 800원대
900원대 회복시점 놓고 엇갈린 전망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00엔당 재정환율이 16년 만에 860원대로 급락했다. BOJ(일본은행)가 통화완화정책을 이어가며 엔화가 약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수출 개선과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외국인 유입에 따라 강세를 보이면서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3.11.0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엔화 값이 속절없이 추락하며 16년 만에 100엔당 860원 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해석이 무게가 실리면서 원화값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값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정책 지속에 힘이 빠지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원·엔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900원대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100엔당 재정환율은 869.89원으로 전 거래일(879.93엔)보다 2.36원 올랐다. 9거래일 연속 800원대로, 5거래일 연속 870선을 밑도는 모습이다.

원·엔은 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시장의 긴축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를 탔다. 지난달 31일 899.16원으로 900원 아래로 떨어진 원·엔은 지난 6일에는 867.38원까지 떨어지며 2008년 1월15일(865.28원) 이후 처음으로 860원대로 내려앉았다.

BOJ '실망'에 엔화값 '뚝' vs 힘받은 '원화'

원·엔 가치 하락은 그동안 강달러의 영향을 함께 약세를 보이던 원화와 엔화 방향이 최근 서로 엇갈리며 시작됐다. 원·엔은 원화와 엔화가 직거래 시장이 없어 달러화 대비 두 통화의 상대 교환 비율로 계산해 재정환율로 표시된다.

원화는 11월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마무리 해석에 무게가 실리면서 강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수출 개선세도 원화 상승 압력을 더했다. 10월 수출은 전년대비 5.1% 늘며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고, 무역수지는 5개월째 흑자를 기록했다.

이 결과 FOMC 이전만 해도 1360원대를 넘나들던 원·달러는 최근 1310원 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6일에는 1297.3원으로 지난 8월3일(1299.1원) 이후 3개월 만에 1300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반면 엔화값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1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강세 기회를 맞았지만 BOJ의 통화완화정책 기조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31일 BOJ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수익률곡선 제어(YCC)를 일부를 수정해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1% 초과를 일정 부분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보다 긴축에 가까운 조치였지만, 문제는 통화정책 선회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30일 달러당 149엔서 움직이던 엔화값은 BOJ 직후 곧바로 151엔으로 급락했고, 지난 10일에는 장중 151.4엔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가타=AP/뉴시스]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5월13일 니카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9.19.

엔화 "당분간 약세"…"낙폭 과도해" 의견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엔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높다. 11월 BOJ 회의에 대한 실망감이 내달 열리는 12월 BOJ 통화정책회의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반등 시점으로는 내년을 예상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가 높아지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 역시 경기 부진에 금리 인하에 대한 고민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다.

반면 완화 정책을 유지 중인 BOJ는 고물가에 긴축 정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는 원화 약세와 엔화 강세로 이어지며 원·엔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원·엔은 870~90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 종결 기대가 높아지는 반면 BOJ는 긴축 여지가 남았다는 점에서 원·엔이 900원 내외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너미스트는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를 고민할 때 그동안 통화완화정책을 이어온 일본은 긴축 가능성을 남겼다"면서 "현재 수준에서 내려가는 것은 제한적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890~93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엔이 하락세가 지나치다고 평가하며 단시일 내 다시 900원에 가까이 올라 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차이지만 경제 펀더멘탈 고려시 860원대 원·엔은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보다 900 원대로 재차로 수렴될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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