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곡 이규준 선생을 아시나요”···포항 석곡기념관 가보니
석곡 이규준 선생(1855~1923)은 ‘동무 이제마 선생’과 함께 개항기 한의학을 빛낸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이제마 선생은 태양·태음·소양·소음 등 사상체질을 주장했다. 이규준 선생은 ‘부양론(음양 기운 중 양의 기를 북돋움)’을 제창하며 온열재에 속하는 인삼·부자 등 약재를 애용했다.
석곡은 한의학적 토대를 기리 남기기 위해 <의감중마> <소문대요> 등 많은 의학서적을 편찬했다. 그는 한의학자인 동시에 유학 경전과 제자백가 사상을 독학으로 섭렵한 유학자이자 수학·서양학·천문학에 통달한 실학자이기도 했다. 석곡은 ‘어질인’ 사상을 중시하고 경전의 잘못된 해석을 경계하며 후학 양성에도 크게 힘썼다.
이런 그를 조명하는 석곡기념관이 지난달 말 그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문을 열었다. 포항은 철강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도시로, 이어 대규모 도시숲 조성을 통한 녹색도시로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에 더해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려고도 한다. 그 계기가 될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석곡 기념관이다.
10일 찾은 2층 규모의 석곡 기념관은 서까래 형태의 처마와 전통문양의 가로등으로 전통미를 나타냈다. 1층 건물내부로 들어서자 석곡의 ‘어질인’ 사상을 담은 전시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원형 테이블 속 모래알들이 원을 크게 그리며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김미나 학예사는 “석곡 선생이 생전 강조한 어질인의 뜻이 일렁이며 그의 배움이 펼쳐지는 상징물이다”고 설명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석곡의 초상화와 함께 그가 평생 편찬한 유학·의학서적들이 배치됐다. 일반인들이 계단 한쪽에 놓은 방석에 앉아 한글로 쉽게 번역한 석곡의 저서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석곡서가’이다. 어린이들을 배려해 동화책 일부도 꽂혀 있었다.
2층에는 석곡이 생전 베풂을 중시하며 가르침을 펼친 ‘석곡서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 학예사는 “석곡은 주로 서당에서 후학들에게 유교의 참뜻을 가르치거나 지인들과 만나 학문적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2층 안쪽 공간은 약향이 가득했다. 석곡이 부양론을 기반으로 의술을 펼치고 환자들에게 처방을 한 ‘석곡약국’을 재구성한 것이다.
또 다른 한쪽 벽면은 ‘인터렉티브 영상체험관’으로 만들어졌다. 관람객이 우주 공간 속을 떠다니는 석곡의 사상적 단어에 손을 얹으면 해당 단어의 속뜻이 불쑥 튀어나와 자세하게 알려준다. 석곡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 생활 배경과 삶의 철학을 담은 7분짜리 영상물도 2층 영상관에서 즐길 수 있다.
수장고에는 석곡의 후손인 경주 이씨 익재공파 석동문중이 기탁한 목판 360여장(경북도 등록문화재)과 저술 책, 생전에 사용한 물품 등이 보관돼 있다. 포항시는 유물을 기탁한 석동문중의 종부 박순열씨(86)를 기념관 명예관장으로 위촉했다.
이동하 포항시문화예술과장은 “석곡 기념관은 향토 출신의 역사적 인물을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면서 포항을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역사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한 여러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곡 기념관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고,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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