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이자 어떻게 내요”…‘불법금융’ 서민 목 조를때 법은 뒷짐만
이처럼 불법 대부업체들이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이자율을 적용하고, 가족협박이나 나체사진 유포처럼 악랄한 추심 수법을 동원하면서 ‘사금융 피해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제출된 법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추적해서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박탈하겠다”고 밝힌 후 수년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엔 대부업법 개정안이 총34건이 제출돼 있다. 대부업체 등록, 감독 권한 등의 내용도 있지만 불법사금융 근절이나 서민의 이자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5개월 남긴 시점에 통과된 법안은 1건에 불과하다. 유일한 통과 법안도 광역단체장들에게 대부업체 및 임직원에게 징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반면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멈춰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 및 신고 건수는 6784건으로, 그 규모는 매년 증가세다.
정부안에는 연체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재대출하거나, 계약서를 대출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 대부계약을 무효로 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불법영업과 최고금리 위반에 대한 처벌수위도 각가 5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벌금형 부분을 강화했다. 다만 이 법안은 2021년 4월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가 이뤄진게 전부다.
여야에서도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안을 다수 내놓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사금융업자와의 금전 관계 약정 자체를 무효화해 이들이 이자 등 경제적 이익을 아예 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불법행위가 적발돼도 20%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는 이른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겨냥한 ‘불법 일수 명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게 민 의원의 생각이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불법대부업자들이 등록을 하지 않고 대부업법의 각종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음에도 등록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과 같은 수준의 이자를 받는 문제를 지적하며 대부업법 개정안을 냈다. 미등록대부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사람의 변제의무를 원천 무효화함으로서 불법 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막겠다는 취지다.
여당에서는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해 함량 미달의 대부업체로부터 피해를 보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법안들이 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대부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발의했다. 하지만 앞선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도 모두 정무위에서 멈춰있다.
금융권에선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법안들이 입법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정당하게 등록된 대부업체들이 초저신용자들의 마지막 자금줄이 될 수 있는 공간도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다만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마치 미등록대부업체를 이용한 경우 모든 연체 금액을 면제해 줄 것처럼 오해할 만한 메시지를 냈다”고 지적했다. 즉 연6%(정부안)처럼 상사법정이율은 금융소비자가 책임을 져야 할 최소한의 영역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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