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산(북악산) 숲길을 걷고 삼청동 옛 마을 골목길을 찾아가다

장태동 2023. 11. 11. 06: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악산(북악산)의 중심 북악팔각정에서 도로(북악산로. 이른바 북악스카이웨이) 옆 숲길을 따라 하늘전망대가 있는 북동쪽으로 걷는다. 하늘전망대에 올라 전망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면 1968년 1.21 사태 당시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 '호경암'이 나온다.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골짜기의 깊이를 말해준다. 오르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다 만난 성북천 발원지는 숲속의 평범한 작은 물줄기다. 갈림길에서 숙정문 방향으로 걷는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을 통과해서 삼청공원 쪽으로 걸어 숲을 빠져나온다. 삼청동 옛 마을 골목길은 푸근했다.

하늘전망대에서 본 풍경
북악팔각정에서 본 북한산

●하늘전망대에서 잠깐 쉬다

출발지점은 북악팔각정이었다. 백악산(북악산)의 중심부이며 이른바 북악스카이웨이라고 불리는 북악산로의 중간 정도 되는 곳에 자리 잡은 북악팔각정은 쉬기 좋고 전망 좋은 곳이다. 남쪽으로 서울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고 북쪽으로 북한산 형제봉, 보현봉, 문수봉,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이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을 즐긴 뒤 물과 간식을 사서 출발. 도로(북악스카이웨이) 옆 숲길을 따라 백악산(북악산)의 북동쪽, 하늘전망대 방향으로 걷는다.

북악팔각정

약 1km 정도 걸으니 도로 위에 놓인 아치형 다리가 보였다. 하늘전망대로 가는 다리다. 숲에 놓인 계단으로 올라 다리를 건너 숲길을 조금 걸어 하늘전망대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전망대 데크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하고 나뭇가지 위로 보이는 서울의 전망을 즐기기도 한다. 길은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숲으로 들어간다.

하늘전망대로 가는 다리.

하늘전망대에서 쉬던 사람 가운데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숲길이 호젓하다. 가끔 산을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치거나 걸음이 빠른 사람들이 앞질러 지나간다. 숲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천천히 걷는 거다. 발치에 핀 꽃과 낙엽, 구불거리며 자란 크고 작은 나무들, 그 사이에 놓인 기이한 바위들이 만든 세세한 풍경까지, 보는 방향과 시각에 따라 풍경은 편집된다. 같은 곳에 있었어도 기억에 남는 세세한 풍경은 다 다른 이유다.

호경암에서 본 풍경. 사진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이 아차산, 용마산 줄기다

●호경암을 보다

그렇게 걷다 마주친 커다란 바위, 호경암. 생긴 거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데 거기에 이야기 하나 얽혔다.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할 목적으로 서울로 잠입한 북한 무장공비 31명, 이른바 1.21 사태였다. 창의문(자하문) 일대에서 경찰과 일전을 벌이다 구진봉 방향으로 도주한 무장공비를 쫓았다. 구진봉 일대 숲속에서 벌어졌던 총격전, 그 일대에서 무장공비 3명을 사살했다. 당시 치열했던 총격전의 흔적, 총탄 자국이 호경암에 남아있다.

1968년 1.21 사태 당시 총탄 자국이 호경암에 남아있다
호경암 꼭대기

호경암 바위 꼭대기에 올라섰다. 바위 위 호경암 비석 옆에 서서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목동, 여의도, 남산, 동대문 주변 빌딩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멀리 관악산과 주변 산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한참 동안 호경암에서 전망을 즐기는 사이 호경암에 올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를 양보하고 다시 숲길을 걸었다.

호경암 옆길
호경암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계속 이어졌다. 그만큼 골짜기가 깊었다. 서울 도심과 경계를 나누고 있는 숲에 이렇게 깊은 숲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어렵지 않게 숲의 품에 안겨 숲의 깊은 숨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남마루 쉼터
남마루 쉼터에서 본 풍경

그런 숲길을 걷다 만난 남마루는 작은 쉼터다.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지는 않지만 잠시 쉬며 풍경을 즐기고 다시 걸었다.

●성북천 발원지를 지나 숙정문에 도착하다

내리막 계단은 골짜기로 계속 이어진다. 옹달샘이 있다는 안내판을 지나 오르막 계단을 오른다. 그렇게 이어지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을 걸어 골짜기 하나 지나는 것이다. 그곳에 서마루 쉼터가 있었다. 숲에 싸인 작은 쉼터다. 쉼터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아저씨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길을 걸었다.

서마루 쉼터
성북천 발원지

호경암에서 1.180m 걸어왔다는 걸 이정표가 알려준다. 그곳에서 삼청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성북천 발원지가 나왔다. 발원지를 알리는 안내판 뒤 숲속 어딘가에 물이 지상으로 나오는 발원지가 있고, 그곳에서 흐르는 물에 가재, 도롱뇽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원지에서 시작된 성북천은 약 5km 정도 흘러 청계천으로 합류한다고 한다.

숙정문

얼마 지나지 않아 말바위 쉼터, 삼청터널, 숙정문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숙정문 방향으로 걸었다.

숙정문은 조선 초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쌓은 한양도성의 4대문 중 북대문이다. 태조는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한양도성을 쌓았다. 한양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만들었다.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이 동서남북의 4대문이고 그 사이에서 홍화문, 광희문, 창의문, 소덕문 등 4소문을 두었다.

숙정문과 커다란 소나무

숙정문을 통과해서 뒤를 돌아보면 문 왼쪽 옆, 축대 위에서 자라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문루 위로 높게 자란 소나무 주변에는 크고 작은 소나무가 함께 한다. 숙정문과 소나무 군락이 만드는 풍경 속에 앉아 쉰다. 그 풍경이 쉬게 한다.

●삼청공원을 지나 숲을 나오다

숙정문을 뒤로하고 삼청공원 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말바위 안내소 데크는 이 길의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이다. 안내소 건물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한양도성 성곽 위로 숲에 안긴 삼청각을 본다. 삼청각 뒤 백악산(북악산) 능선에 출발했던 북악팔각정 지붕이 보이고 능선 뒤로 북한산 보현봉 꼭대기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말바위 안내소 전 한양도성 성곽 뒤로 보이는 풍경. 북악팔각정과 보현봉

말바위 안내소 데크에 서면 백악산(북악산)이 어떻게 서울의 도심으로 자락을 펼치는 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숲이 도심으로 흐르고 도심은 숲으로 스민다. 숲에 안긴 경복궁의 뒷모습을 본다. 그 앞으로 광화문 앞 빌딩숲이 펼쳐진다. 그 남쪽을 지키고 있는 것이 남산이다. 멀리 관악산이 남산의 배후다.

말바위 안내소 데크에서 본 서울 도심

삼청공원관리사무소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숲길을 내려간다. 삼청공원을 지나 숲에서 나온다.

삼청공원으로 내려가는 숲길

●삼청동 옛마을 골목길을 걷다

이제 삼청동길에 즐비한 식당 중 한 곳을 찾아 들어가 음식을 먹으며 지나온 숲길 얘기로 하루를 정리할 시간만 남았는데, 자꾸 종로11번 마을버스 종점 삼청공원 정류장 옆 골목 입구가 눈에 밟힌다. 식당을 포기하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삼청동 옛 마을 풍경

그곳에 조선시대 정조 임금 때 궁궐에서 사용할 물을 길었다던 샘터가 있다. 지금도 샘의 흔적이 남아있다. 좁은 골목은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이어졌다. 바위 위에 대문을 짓고 담벼락을 세웠다. 또 다른 골목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가 뿌리의 일부를 드러낸 채 가지를 넓게 드리웠다. 그 뒤 담장 아래 누군가 손바닥만 한 작은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었다. 바위 옆 시멘트 계단 틈새로 풀이 자라고 기와지붕 골목길은 또 어디론가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삼청동길 식당과 상점들이 어우러진 풍경과 대조되는 옛 삼청동 마을 풍경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Copyright © 트래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