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자 24시간 살피는 원격모니터링이 맞춤형 항암제 앞당길 것”

염현아 기자 2023. 11.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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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F 2023]
린다 친 애프리시티 헬스 CEO 인터뷰
美 하버드의대·다나파버 암연구소·MD앤더슨서 20년간 암 게놈 연구
디지털 정밀의료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애프리시티 헬스’ 창업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하려면 디지털 기술 기반 정밀의료 필수”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만난 린다 친 애프리시티 헬스(Apricity Health) 최고경영자(CEO)는 24/7 환자 케어를 위한 가상 암센터 구축 사업(CARE), 환자 표준 치료 설계 및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Discovery), 정밀 치료제 개발(Therapeutics) 등이 애프리시티의 대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조선비즈

“우리 사회에는 거주 지역별로 환자들이 받는 의료 서비스의 격차, 과학·의학 발전 속도와 환자가 받는 혜택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우리는 분명 격차를 좁힐 수 있습니다.”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만난 린다 친 애프리시티 헬스(Apricity Health)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말했다. 친 CEO는 이날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포럼은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했다.

친 CEO는 20년 가까이 암 유전체(게놈) 연구에 매진해온 전문가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의대와 다나파버 암 연구소에서 13년간 암 게놈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는 3년간 유전체의학과 창립 의장으로 환자들의 임상 진료 데이터를 통합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연구하며, 암 게놈을 치료 평가지표로 전환하기 위해 신설된 MD 앤더슨의 응용암과학 연구소도 이끌었다. 또, 최고혁신책임자(CIO)로 소외 계층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 평등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건강혁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MD앤더슨은 한 해 수백개의 신약 연구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세계적 의료기관이다.

친 CEO는 2017년 11월 환자의 의료 격차를 좁히겠다는 목표로 애프리시티 헬스를 설립했다. 그는 “MD앤더슨에서 환자 데이터로 구축한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을 텍사스 남부의 한 가난한 지역에서 시험 운영하며 이 지역 환자들의 당뇨병 관리를 크게 개선했다”며 “디지털 기술이 의료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애프리시티 헬스는 환자들의 암 치료 개선을 위해 디지털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친 CEO는 “AI(인공지능), 머신러닝으로 구축한 ‘가상 암센터’를 통해 환자로부터 학습한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약물을 개발하고 환자에게 다시 제공하는 인프라를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프리시티 헬스의 대표 사업은 24시간 환자 케어를 위한 가상 암센터 구축 사업(CARE), 환자 표준 치료 설계 및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와 정밀 치료제 개발이다.

친 CEO가 창업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사업은 ‘가상 암센터’ 구축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전국의 암 환자를 진단·치료·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인데 모든 환자들을 지역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의사와 연결해주는 가상 공간이다. 친 CEO는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에서는 환자는 전국적으로 늘어나는데, 암 전문의 수가 점점 줄고 있다”며 “이마저도 도시에 분포돼 있어 시골에 있는 환자들은 의료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애프리시티 헬스는 효율적인 플랫폼 운영을 위해 환자의 생활 환경과 식습관 등 종합적인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암 게놈 연구는 물론 항암 신약개발을 위한 디지털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친 CEO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신약 연구개발 중 단 5%만이 성공한다”며 “신약개발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환자에게 맞는 약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프리시티 헬스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개발해 연구기관이나 제약사의 임상 개발 과정에서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주는 솔루션도 제공한다. 혈액 바이오마커는 혈액에 특정환 질환이 있는지 나타내는 단백질이나 DNA의 지표물질이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유전자 표적 발굴 서비스도 대표 사업이다.

친 CEO는 “바이오마커를 통해 어떤 환자가 새로운 항암치료법의 수혜자가 될지 파악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신약 개발까지의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라며 “표준 치료가 들지 않는 환자들을 위해서는 내성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친 CEO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밀의료 헬스케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의료 인력을 확장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상 암센터처럼 환자와 의사 모두 편리한 인프라를 만들고, 여기서 수집된 환자의 데이터와 이들에게 직접 받은 피드백을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애프리시티의 목표”라고 말했다.

친 CEO는 또 “한국도 미국 못지않게 의료 인프라 구축에 진심인 것 같다”며 “애프리시티가 한국에도 데이터 기반 플랫폼,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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