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無名에서 최고까지’ 우마니 론끼 요리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전 세계 와인 생산량 1위 자리를 놓고 매년 엎치락 뒤치락한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2021년 이탈리아 와인 생산량은 직전 해보다 2% 늘어난 5020만헥토리터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뒤를 따르는 프랑스 와인 생산량은 이전해보다 19%가 줄어든 3760만헥토리터에 그쳤다. 두 나라 사이 생산량 차이가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것은 최근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하는 생산량만큼 와이너리 수 역시 무수히 많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에는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2021년 3만7000개에 달했다. 산술적으로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 가장 빼어난 와이너리를 딱 한 군데만 꼽기란 쉽지 않다. 와이너리를 평가하는 기준을 어느 지점에 두느냐에 따라 순위는 뒤바뀌기 일쑤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관련 매체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는 의견이 분분한 와이너리 평가에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 매체는 매년 ‘올해의 와이너리(Cantina dell’anno)’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최고 와이너리를 선정한다. 와이너리 역사부터 생산 방식, 규모, 세계시장 인지도를 두루 평가한다.
지난달 15일 감베로 로쏘가 꼽은 올해 최고 와이너리는 우마니 론끼(Umani Ronchi)였다.
우마니 론끼는 1957년 설립 당시 이름 없는 작은 농장에 불과했다.
새 역사는 1968년 로베르토 비앙키와 마시모 베르네티라는 새 주인을 맞으면서 시작했다.
우마니 론끼가 자리잡은 아부르초 지역은 토스카나 혹은 피에몬테처럼 이탈리아에서도 유명하고 비싼 와인이 나오는 산지가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을 경쟁력으로 삼는 마시기 편한 와인을 만든다.
비앙키와 베르네티는 인수 시점부터 수출을 꿈꿨다. 당시 프랑스 와인 최대 수입국 영국과 세계 최대 와인 시장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면 여태 만들던 그저 그런 와인으로는 부족했다.
이들은 인수 5여년이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인근 와이너리와 차별화했다.
모은 돈을 풀어 볕 좋은 곳에 포도밭을 더 사들였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포도밭은 구역을 더 세세히 나눠 관리했다. 햇볕이 유난히 잘 드는 밭에서 자란 포도는 따로 모아서 별도 이름을 붙인 특별한 와인을 만드는 데 썼다.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와인이 즐비한 프랑스 와이너리들은 수백년 전부터 하던 방식이다. 그러나 여러 포도를 두루 모아 저렴한 와인을 양조하던 마르케 지역에서는 비용과 인력 문제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제조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다.
우마니 론끼는 한발 더 나아가 그 무렵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던 이탈리아 와인 ‘사시카이아(Sassicaia)’와 ‘솔라이아(Solaia)’를 만들어 낸 유명 생산자 지아코모 타키스를 높은 몸값을 감당하면서 불러 들였다.
공을 들인 결과는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10년여가 흐른 1997년, 우마니 론끼에서 만든 펠라고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최고 와인으로 꼽혔다.
펠라고는 7000여 종이 겨룬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와인 정보를 가린 채 하는 시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1998년에는 세계적인 와인 전문매체 와인엔수지애스트에서 97점을 받으며 그해 100대 와인에 뽑혔다.
영국과 미국을 넘어 아시아에도 우마니 론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 이 무렵이다.
무명 와이너리로 시작했던 우마니 론끼는 현재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와 아부르초(Abruzzo) 지역에 10개 이상 포도원을 가진 거대 와이너리로 거듭났다.
요리오는 우마니 론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들어와 인지도가 높다.
2000년대에는 유명 와인 관련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했다. 허영만 화백 만화 ‘식객’에는 한식과 잘 어울리는 이탈리아 와인으로 등장했다. 이들 만화는 요리오를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와인’으로 묘사한다.
이 와인은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서 구대륙 레드와인 부문 대상 수상했다. 수입사는 레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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