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테니스 홀릭’ 대표 탓에 M&A 암초 만난 동양생명
금감원 “경영진 배임 정황”…제재 예고
中 최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영향에 촉각
“인수 원하는 지주사 입장선 호재” 분석도
동양생명이 최근 서울 시내 한 테니스장 운영권을 고가(高價)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사안에 대해 경영진의 배임 혐의가 있다며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노조는 대표이사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극심한 내우외환에 휩싸인 것이다.
동양생명은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여러 보험사에 비해 자산 규모가 크고 영업망도 넓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 등 인수 후보자들은 최근의 테니스장 운영권 고가 매입 논란이 동양생명 인수전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금감원 “경영진 배임 정황”…노조는 “대표 물러나라”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동양생명이 서울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고가에 매입한 데 대해 경영진의 배임 혐의가 있다며, 제재 수위와 수사기관 통보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 24일 동양생명이 테니스장 운영을 위해 비용 대부분을 보전해 주는 등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고 경영진이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스포츠시설 운영사인 필드홀딩스에 26억6000만원을 주고 장충테니스장의 운영권을 취득했다. 이는 직전 운영가 낙찰액 3억7000만원에 비해 7배 비싼 금액이다. 동양생명은 시설보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합리적 검토 없이 전액 부담했으며, 일부 임원들은 별도의 절차나 비용 없이 테니스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등 사후 관리도 미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동양생명 노조는 저우궈단 대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금감원 조사를 통해 이번 논란이 의혹이 아닌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회사는 신뢰도 훼손과 고객 이탈, 영업력 후퇴 등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지난달 말 저우궈단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도 벌였다.
동양생명은 금감원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취득은 저우궈단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금감원이 검찰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형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등 대응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中 최대주주, 발등에 불…인수자 입장선 ‘호재’ 분석도
동양생명 측은 매각 작업에 이번 논란이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진 배임 논란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고 노조의 반발까지 장기화될 경우 매각을 통해 챙길 경영권 프리미엄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의 테니스장 운영권 고가 매입 논란이 오히려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중국 정부 계열의 공기업인 다자보험그룹이다. 다자보험은 국내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영권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다자보험을 민영화하기 위해 지금껏 투자한 자산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다자보험은 이미 ABL생명을 매물로 내놨고, 동양생명도 내년 초부터 매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최대한의 매각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PEF)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들 경우 매각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동양생명은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이 신속하게 정리하길 원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인수를 원하는 금융지주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특히 비은행 사업 강화를 원하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대형 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곳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을 보유 중이지만, 신한라이프나 KB라이프생명 등 다른 지주 계열 생명보험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동양생명 노조가 저우궈단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에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로 인수되기를 원하는 속내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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