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취급받던 협동로봇의 미래는[테크트렌드]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Cobot)은 한때 산업용로봇 시장의 비주류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주류 시장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인간의 작업을 돕는 단순한 보조용 로봇에서 각종 작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과 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로봇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로봇과 달리 한 공간에서 사람의 작업을 보조하거나 사람과 대등한 관계에서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이다. 사람과의 협력을 전제로 하므로 작동 과정에서 우발적 또는 필수적으로 사람과 접촉할 수 있어서 최대한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각종 안전장치가 적용된 로봇이다.
협동로봇은 구조적으로는 매니퓰레이터의 한 종류이고, 외형적으로는 주로 로봇 팔 또는 산업용로봇의 한 유형인 수직 다관절 로봇(Articulated Robot)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다. 협동로봇이란 명칭은 외형보다 사람과 함께 작업한다는 작동상의 특성에 기인해서 만들어진 용어라 볼 수 있다.
한동안 협동로봇의 주요 고객은 여건상 산업용로봇을 사용하기 힘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었다. 협동로봇은 산업용로봇보다 저렴하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자금이 부족하고, 넓은 작업장을 갖추지 못한 기업도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협동로봇은 산업용로봇보다 가반하중이 낮고, 작동 속도가 느리며, 정밀도가 낮다는 특징을 지녔다. 덕분에 신규 영역으로 접근해서 시장을 확장하는 것에 한계가 컸다. 협동로봇의 용도나 투입 공정이 가벼운 물체만 다루고, 소규모 물량만 처리하며 정확도가 중요하지 않아서 사람이 할 수도 있는 비핵심 공정 등에 한정됐다.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을 제약해 온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착실하게 진행돼 왔다. 일부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진행 중인 협동로봇의 발전 방향은 각종 기능의 향상, 기능 향상을 바탕으로 한 투입 공정의 확장, 이동성과의 결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가반하중 증대, 고속화, 고정밀화가 병행되는 중
협동로봇이 다룰 수 있는 물체의 중량, 즉 가반하중(Payload)의 증대는 협동로봇의 수요처를 단순 조립업, 외식업 등에서 자동차, 가구, 금속가공업 등 중량물을 다루는 중공업 분야로 확장하고, 협동로봇의 용도를 단순 보조에서 조립, 가공 공정용으로 확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협동로봇의 가반하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협동로봇들의 가반하중은 최대 10kg 이하에 그쳤지만 이제는 최대 25kg 수준으로 향상된 신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협동로봇 1위 기업인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의 신제품 UR 20, 한국 뉴로메카의 누리(NURI) C 시리즈 등 신제품의 가반하중은 최대 20kg에 이른다. 더 나아가 두산로보틱스는 최대 25kg의 가반하중을 가진 협동로봇 H 시리즈를 출시했고, 대만의 테크맨 로봇(Techman Robot)도 동등한 가반하중을 가진 TM25S를 개발하고 있다.
생산성과 직결된 협동로봇의 작동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과거 1m/s대에 그쳤던 협동로봇들의 작동 속도가 이제는 두 배 빠른 2m/s대에 이른다. ABB의 CRB 1100 시리즈는 그보다 더 빠른 4~5m/s대의 작동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협동로봇들의 동작도 한층 정밀해지고 있다. 통상 ±0.03~0.05mm 수준이던 협동로봇들의 자세 반복 정밀도(Pose Reatability)가 산업용로봇에 버금가는 최대 ±0.01~0.02mm대로 향상되고 있다. ABB의 고파(GoFa) 시리즈는 ±0.02mm라는 높은 정밀도를 달성했고, 두산로보틱스의 H 시리즈 및 ABB의 CRB 1100 시리즈는 그보다 더 향상된 ±0.01mm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정밀도의 향상은 협동로봇의 투입 공정을 정밀 제작, 조립 분야로 확장하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용접·절단 등 전통적인 산업용로봇의 공정으로 확장
한동안 협동로봇이 주로 투입되는 공정은 부품이나 가공품을 집어서 다른 공정으로 옮겨 두는 단순 작업인 픽 앤드 플레이스(Pick and Place) 등과 같은 핸들링(Material Handling), 사출기 등의 기계 설비에 가공품을 투입하고 완성품을 꺼내는 머신 텐딩(Machine Tending) 등에 한정됐다.
그러나 협동로봇이 더 무거운 물체를 더 빠르고 더 정교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투입 공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빠르고 정교한 동작이 필수적인 용접(Welding), 납땜(Soldering), 절단(Cutting), 분배/도포(Dispensing), 적재(팔레타이징, Palletizing), 금속물의 변형 가공(Bending) 등 산업용로봇의 전문 영역으로 간주되던 공정에도 점차 협동로봇이 진입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심지어 산업용로봇도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조선업에도 진입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작업에 협동로봇을 투입했고, 지난 7월 현대삼호중공업은 유니버설 로봇 24대를 포함한 총 40여 대의 협동로봇을 선박 건조 현장의 선체 패널 조립 및 곡면 블록의 용접 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화오션과 같은 그룹 계열사인 한화로보틱스는 조선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소형 협동로봇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협동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되는 숙련공 확보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협동로봇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들은 베테랑 작업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각종 용접 작업에 협동로봇을 투입하면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생산 속도도 오히려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동로봇을 이용하면 작업자 교육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초보 작업자가 베테랑이 되려면 용접공 자격을 취득하는 데만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 가까이 걸리고, 숙련공이 되기까지 수년 이상의 시일이 걸리게 마련인데, 직접 용접 기술을 배우는 대신 용접용 협동로봇의 조작법을 며칠만 배우면 20년 차 베테랑 작업자 수준의 용접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작업 준비 시간을 최대 60% 줄일 수 있고, 작업자 1명이 동시에 로봇 2대를 조종할 경우에는 작업 시간도 최대 40% 단축할 수 있어 협동로봇은 용접 작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작업 능력과 이동성을 결합한 모바일 협동로봇으로 발전
협동로봇은 사물을 다양하게 다룰 수 있지만 스스로 이동하지는 못한다. AGV(Automated Guided Vehicle)나 AMR(Autonomous Mobile Robot)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지만 사물을 다루지는 못한다. 물체 핸들링과 이동성이란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갖춘 모바일 협동로봇은 사람의 개입 없이 각종 작업을 완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서빙로봇은 식기를 지정된 식탁까지 운반하기만 할 뿐이지만 모바일 협동로봇은 고객의 식탁 위에 식기를 올려놓는 최종 작업까지 할 수 있어서 서빙 업무를 완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다. 제조 공장에서도 사출기에서 완성된 부품을 직접 꺼내서 다음 공정까지 운반하는 조립 공정을 사람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 AGV, AMR 위에 협동로봇을 장착한 구조로 된 모바일 협동로봇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쿠카(Kuka), 옴론(Omron) 등 글로벌 기업들에 이어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도 모바일 협동로봇 개발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모바일 협동로봇은 대중적인 상용화를 위한 최적의 용도를 탐색하는 과정에 있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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